조민수 "'피에타'는 선물..감독님, 정진이가 상탔으면"(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09.0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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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민수 ⓒ이동훈 기자 photoguy@


김기덕 감독 '피에타'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제 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피에타'는 강력한 황금사자상 후보로 거론되며 막바지까지 영화제를 달구고 있다.

그 핵심에 있는 이가 바로 조민수(47)다. 김기덕 감독과 손잡고 17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그녀는 잔혹한 추심업자 강도(이정진 분) 앞에 엄마라며 나타난 의문의 여인으로 분했다. 아이러니의 커플로 등장한 조민수와 이정진의 열연은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영화에 대한 찬사와 별개로 조민수에 대한 여우주연상 기대감도 높은 상태다. 김기덕 감독이 '흑발의 마리아'라고 찬사를 보냈듯 슬픈 어머니와 섬뜩한 악녀를 오간 조민수의 존재감은 단연 압권. 그 자그마한 체구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 걸까.

그러나 베니스 출국 전 인터뷰에서 조민수는 "줄 잘 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감독 칭찬, 상대역 이정진 칭찬에 열심이었다. 그녀는 베니스의 찬사를 과연 예상했을까. 까만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넘긴 그녀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모든 게 선물일 뿐"이라고 활짝 웃을 뿐. 자연스런 주름이 진 얼굴이 환하고 아름다웠다.

-베니스 가기 직전인데 어떤가.


▶기분 최고다. 내가 진짜 줄 잘 선 것 같다.

-어떻게 김기덕 감독과 작업하게 됐나.

▶대부분 감독님 작품을 하면서 변신을 생각할 거다. 나도 다른 면이 있는데 보여줄 수 있는 게 점점 줄어드니까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 같지 않나. 이번엔 보여주지 않았던 하나를 할 수 있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감독님 작품 안에서 그걸 빼먹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한 건 사실이다. 감독님 작품에 얹혀가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 그러면서 또 내 것도 찾고 싶었다. 배우들이 김기덕 감독을 찾아갈 때는 또 다른 나에 대한 갈증이 있어서일 경우가 많을 거다. 그 부분이 너무 고맙다. 감독님에게도 말씀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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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민수 ⓒ이동훈 기자 photoguy@


-전작이 드라마인 '내 딸 꽃님이'였다. 조민수의 드라마틱한 변화가 놀랍고 또 반갑다.

▶여배우들은 나이가 먹어가면서 '엄마'에 머물지 않나. '저렇게까지 해야되나' 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거다. '내 딸 꽃님이'도 그 중에서 골라 하게 됐지만 처음과 달라 속상한 부분도 있었다.

내가 끝까지 발악을 하는 부분이 여자 냄새를 가지고 가고 싶다는 거다. 엄마도 물론 여자 냄새를 지니고 있지만 모성이 더 크지 않나. 내가 아니라 자식이 더 크다. 각도가 다른 거다. 그 와중에 '피에타'를 만났고 막바지에 두 작품을 하게 됐는데, 정말 고민이 많았다. 너무 달랐으니까. 그런데 첫 날부터 너무 신났다. 몸은 죽겠는데 그것조차 신경이 안 쓰이는 거다. 나도 내가 그렇게 신날 줄은 몰랐다. '아 나도 광대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도 '통장에 돈 들어오면 일해' 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지만, 돈 안 받고 일하면서도 이렇게 신나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피에타'는 거의 출연료가 없다. 금전적 효과는 촬영 이후 부수적이다.

-직접 만난 김기덕 감독은 어땠나.

▶찍기 전엔 잘 몰랐다. 영화도 사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감독도 왠지 불만덩어리에 야생적이고 모가 나 보이고 그랬다. 그래서 그런 작품을 하는구나 했지. 하지만 단면만 알았던 거다. 들은 것보다 훨씬 좋았다. 진짜 사람 냄새가 났다. 관심도 많이 받아야 하고, 이야기도 많이 해야 하는 분이다. 한도 많을 거라는 생각이 난다. 열심히 해서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했는데 정작 식구들은 '어 왔냐' 하고 마는 데 섭섭함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말씀하시며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뭉클했다.

-김기덕 감독의 작업은 굉장히 속도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동물적인 감각을 지닌 사람들이라 잘 맞았을 것 같다.

▶저는 좋더라. 현장이 빨라 힘든 거야 어차피 아는 건데, 놓치면 제 손해가 아닌가.

원래 대사를 읽고 받치는 대로 하는 편이다. 제일 신날 때가 내가 어떤 연기를 했는지 모를 때다. 그럴 때가 많을수록 신난다. 일일드라마를 하면서 그 에너지를 쓰면 죽을 거다. 주절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피에타' 경우는 죽을 듯이 썼는데도 행복했다. 이건 뭔지 모르겠다. 순간순간 기억이 안 나는데 그런 게 너무 좋았다. 현장에 모니터가 없어서 얼굴도 못 봤지만 믿음이 갔다. 불안하지 않았다.

-굉장히 만족스러웠나보다.

▶연기 좀 했던 친구들도 궁금해 한다. 김기덕 감독님과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저는 연기를 해 본 사람일수록 추천하고 싶다. 익숙하지 않은 걸 찾아가는 시간이 스스로 뿌듯해질 거라고 했다. 연기를 하다보면 길들여져서 '이렇게 하면 돼' 식의 기술적인 걸 알아가게 되는데, 이 분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소품이 좀 있으면 좋겠고, 시간이 좀 있었으면 좋겠고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건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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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민수 ⓒ이동훈 기자 photoguy@


-작품의 느낌은 어땠나.

▶섬찟하고 먹먹하고 뭉클했다. 또 끝날 때까지 찝찝했다. 그건 김기덕 감독님 영화의 베이스다. 인간을 여기까지 표현해야 하나 하는 찝찝한 부분은 있다. 하지만 라스트가 다르다. 먹먹한 여운이 있더라. 그 부분은 전작과도 다른 느낌인 것 같다.

-이정진과의 관계도 미묘하다. 엄마라며 등장하지만 둘 사이에 성적 긴장감도 느껴지고.

▶그런 긴장감이 신선했다. 또 좋았다. 이정진은 특히 그 전엔 반듯한 느낌이어서 강도라는 역할을 어떻게 할까 했는데 확 몸을 말려서 나타났더라. '오 저 독종, 나보다 나은데' 하면서 들어갔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배우의 존재감이 이렇게 돋보인 것이 오랜만이었다. 배우를 감독의 도구로 쓴다는 평가도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 많이 싸웠다. 감독님은 어떤 배우가 있어도 거기에 맞춰서 색을 바꿀 수 있다고 하더라. 워낙 자신감이 강하신 거지. 불쾌하다고 했다. '왜 배우가 감독에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 안 하느냐'고도 그랬다. 김기덕 감독은 색깔이 강한 감독이고 거장이다. 그 작품에 나오면 당연히 배우보다 김기덕이라는 이름이 먼저 보이는 게 당연하지만, 그 안에 배우로서 내가 할 몫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내가 작품을 플러스를 시켰는지, 마이너스를 시켰는지, 칭찬이든 평가든 해달라고 했다.

-김기덕 감독에게 그렇게 화를 낸 배우가 또 있었을까 싶다.

▶이건 내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선장인 감독님의 생각이 분명히 있다. 슛 들어가면 했고, 다른 걸 원하시면 다른 걸 했다. 캐릭터에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만들어나가는 건 또 내가 아닌가. 난 감독님이 써주신 이상으로 내가 한 부분이 있다면 인정해달라고 한 거다. 다른 트러블은 없었다.

-김기덕 감독 스스로도 '흑발의 마리아'라는 찬사를 보냈다. 굉장히 이례적인 찬사다.

▶그게 그런 건지 잘 몰랐다. 감독들이 대개 그렇게 배우들 칭찬하지 않나. 흔히 하는 칭찬이려니 했다. 사람들이 김기덕 감독이 그런 말을 했냐며 놀라워하니까 '아 그러냐'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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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민수 ⓒ이동훈 기자 photoguy@


-베니스에서도 그런 찬사를 받지 않을까. 관객들도 조민수란 배우를 다시 볼 거다.

▶여행이나 즐기고 와야지. 다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 베니스는 선물이다. 감독님이 저의 다른 면을 보여준 것도 고맙고, 용감하게 제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신 것도 선물이다. 관객도 관객이지만 관계자들이 보시고 내가 이런 것도 할 줄 안다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 생각했을 뿐이었다. 진짜 모든 게 선물이다. 저는 감독님이 상을 타고 또 정진이가 상을 탔으면 좋겠다.

-얼굴에 보톡스 등 시술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마지막 신에서는 제 얼굴이 거의 찌그러져 있다. 주름이 막 보이더라. 그걸 신경 쓰고 있었더니 함께 본 다른 분이 그랬다. '선배, 그런 거 안 보여요. 감정이 보이지.' 결국 그런 것 아닐까. 주름이 지는 것이 당연한 건데 그것을 두고 나이 탓만을 하는 것을 볼 때 가끔 화가 날 때도 있다. 어렸을 때도 막 웃어서 주름이 생기고 하기에 '너무 웃은 거 아니에요' 그랬더니 어떤 카메라 감독님이 '갓난아기도 화나면 주름 생겨' 그러셨다. 그때 고개를 끄덕였던 일이 요즘도 생각이 난다. 가끔 배우가 어떤 표현을 할 때 얼굴이 너무 매끈하기만 하고 접혀지는 부분이 없는 것을 본다. 볼록한 얼굴이 아니라 표현이 안 되는 게,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싶다.

나도 함부로 말을 못한다. 갑자기 '내가 너무 추한 것 같아'하면서 볼록한 얼굴로 나타날 줄 누가 아나. 하지만 연기를 하는 동안에는 아마 (보톡스 시술을) 하는 일이 없지 않을까 싶다. 아직까지는 그런 맘이다. 열심히 경락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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