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로 극장가로 돌아온다. 2010년 영화 '쉐어 더 비전' 이후 약 2년 만이다.
이병헌은 그동안 멜로, 공포, 스릴러, 액션 등 다양한 장르로 관객들을 만나왔다. 이번 그의 사극 도전은 데뷔 후 처음인만큼 관객들의 호기심이 높다.
이병헌 주연의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왕 광해를 대신해 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이 왕의 대역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역사에서 사라진 15일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픽션 사극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왕조 제15대 왕 광해군 시대지만 이상하리만큼 피바람이 불지 않았다. 그동안 광해군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왕과 당쟁으로 인한 피의 숙청이 그려지며 폭군의 모습만 부각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달라도 뭔가 다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병헌이 있다.
이병헌은 이번 작품에서 광해군과 그를 대신해 왕 노릇을 하는 천민 하선 역을 맡았다. 광해군과 하선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반대의 캐릭터다. 태생부터 전혀 다른 두 캐릭터를 이병헌은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극중 광해군은 모두를 벌벌 떨게 하는 카리스마를 가졌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세력에 신경이 날카로운 탓인지 매서운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이병헌의 광해군은 그랬다.
이병헌이 보여준 광해군은 겉으로는 위엄 있고 강한 모습을 보이지만 두려움을 안고 사는, 그래서 고독한 왕이었다. 정적을 제거하는 폭군의 모습이 주가 되는 게 아니라 정적의 위협에 늘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왕의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하선으로 왕 노릇을 하는 이병헌은 '이 배우, 이렇게 웃길 수 있었나?' 싶을 정도다.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치열한 당쟁 속에서 긴장의 끈을 풀어 놓게 하는 이가 바로 하선이다.
이병헌의 하선은 먼저 허구의 인물이다. 왕을 대신해 왕 노릇을 하는 천민 하선은 광해군과 달리 사람 냄새가 진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정책이지만 백성에게 좋은 것이라면 흔쾌히 어인(御印)을 찍는다. 허균(류승룡 분)이 그토록 제지하지만 소용이 없다. 능청스럽고, 때로는 능글맞은 모습은 얄미울 때도 있다. 한 번씩 치는 사고는 좀처럼 수습하기 힘든 대형사고. 그럼에도 하선은 허허실실 웃는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하선은 어느 시대에서든지 있었으면 하는 왕(지도자)이다. 하선은 궁녀의 억울한 사연부터 중전과의 약속, 호위무사의 의심도 품어 안는다. 천민이지만 가장 이상적인 왕이었다. 영화를 본 후에 웃긴 이병헌이지만 '그가 왕이라면?'이라는 여운이 스치듯 지나간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이병헌 대 이병헌의 대결이 포인트다. 한 작품에서 두 가지 매력을 가진 이병헌을 볼 수 있어 흥미진진하다. 오는 13일 개봉을 앞뒀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스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