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 박기웅 "악역일 때 더 빛난대요"(인터뷰)

KBS 2TV 수목극 '각시탈' 기무라 슌지 역

김성희 기자 / 입력 : 2012.09.1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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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훈 기자


KBS 2TV 수목드라마 '각시탈'(극본 유현미 연출 윤성식 차영훈)이 지난 6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각시탈'은 암울했던 시절 악행을 저지르는 일본에게 통쾌한 복수를 가하는 영웅이야기다. 이강토(주원 분)가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면 그와 반대로 자결을 통해 숙명적인 삶을 마무리했던 기무라 슌지(박기웅 분)도 있었다.

기무라 슌지는 착한 일본인에서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우정을 버리고 악귀로 변했다. 실제 일본인인가 싶을 정도로 얄밉게 열연했다. 데뷔 7년차인 그가 했던 작품가운데 가장 대중적으로 호평을 얻었다. 이제 어르신들도 지나가면 알아본다며 좋아하는 모습은 악인 기무라 슌지가 아닌 청년배우 박기웅(27)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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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 도전정신으로 선택한 '각시탈', 얻은 것 많아

박기웅과 '각시탈'을 연출한 윤성식PD는 이번이 네 번째 만남이다. 그동안 KBS 단막극과 미니시리즈에서 호흡을 맞췄다. '각시탈'도 윤성식PD의 제의로 이뤄졌다.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사이이기에 고민할 새 없이 결정했다.


"드라마 '풀하우스2' 촬영 차 일본에서 체류하고 있었어요. 12월 쯤 윤성식 감독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바로 하겠다고 했어요. 다양한 역할을 도전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또래 배우들에 비하면 전 특이한 역할도 많이 했죠. 결과는 좋을 때도 있었고 아닐 때도 있었지만 이번에도 재밌겠다 싶어 택했어요."

7년차 배우의 연기변신을 향한 욕심은 엄청났다. 시청자들에게 미움을 받을 수 있는 역할에 동시간대 방송에 비해 캐스팅이 약하다는 평가로 부담감도 있었을 법, 하지만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맡은 바 묵묵히 해냈다. 함께 고생한 종로서 배우에게도 애정을 드러냈다.

"배우 입장에서 작품을 놓고 여러 고민하는 순간 마이너스가 돼요. 연기를 잘하고 홍보도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사랑받아서 좋아요. 고이소, 아베 등 종로경찰서 형들도 고생하셨어요. 한국인이 악한 행동을 하니 마음 앓이 하셨죠. 역사적인 위안부 등 민족 아픔이 나올 때는 다 숙연해졌죠. 작가님께서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잘 풀어주셨다고 생각해요."

극에서 이강토와 기무라 슌지는 한 명이 죽어야 끝이 날 정도의 라이벌이었다. 개인감정으로 우정이 틀어진 사이가 아닌 시대적 환경과 상황이 그들을 갈라서게 만들었다. 박기웅은 트위터를 통해 주원을 향한 칭찬과 애정을 표현했다. 그에게 주원은 착한 후배이자 좋은 연기 파트너라고 말했다.

"주원이는 머리 쓰거나 기술이 좋은 연기가 아니라 묵직하게 역할을 흡수했어요. 집중력과 힘이 좋은 친구에요. 저에게 엄청난 자극 줬어요. 서로 연기스타일이 다르다보니 장면마다 좋은 시너지가 났던 것 같아요. 다만 27부에서 슌지집 마당에서 격투장면일 때 카메라에 비춰지지 않아도 오열하고 실제로 싸웠어요. 늦게 깨달았죠. 물론 세연이나 채아도 정말 열심히 했고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는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꼽았다. 결말에서는 동진결사대 및 조선인들이 거리시위를 나서는 장면이 소름 돋았고 뜻하지 않은 비로 더욱 효과를 더했다며 극찬했다. 박기웅은 자신이 제일 열연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2가지로 압축했다.

"독립군에게 주사기를 가슴에 막 꽂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NG없이 한 번에 갔는데 연출팀이 그 장면을 연기 할 때 눈이 돌아가니 적당히 몰입해라고 말할 정도였죠. 27회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한 장면도 인상에 깊어요. 너무 오열해서 어떻게 연기했는지 기억도 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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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훈 기자


◆ 슌지의, 슌지에 의한, 슌지를 위한 몰입

기무라 슌지의 선악을 넘나드는 입체적 연기는 작품을 더 몰입하게 만들었다. 실제 기무라슌지가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배우는 작품에서 맡은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다양하게 노력한다. 박기웅은 심적으로 힘든 감정을 느끼며 누구보다 혹독하게 맡은 역할에 몰입했다.

"윤성식 감독님은 언제나 믿음을 줬어요. 그래서 믿음에 부합하고 싶었기에 더 집중했어요. 오버페이스를 한 것 같아요. 아침 분장할 때 피아졸라의 반도네온을 10분 정도 들으면서 감정을 잡았죠. 처음에는 현장에서 말도 잘 안했어요. 몰입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부분들이 힘들어졌어요. 악몽도 꾸고 불행하고 도망가고 싶었죠."

박기웅은 과도한 악역연기로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억지로 끼워 입은 느낌을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감정 관리를 조절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했을까.

"목담사리(전노민 분) 공개처형 하려는 장면에서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그 때부터 현장에서 활발하게 행동하고 트위터도 열심히 했죠. 마지막 부분이 다가올 때는 다시 마음을 강하게 먹었어요. 더 악독하게 보이기 위해 다이어트도 했어요. 결국 체력이 약해지더라고요."

박기웅은 날카로워 보이는 얼굴 때문일까 악역을 많이 해봤냐는 오해를 종종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KBS 2TV '추노', 영화 '최종병기 활', '각시탈'까지 단 3번 밖에 악역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악역이 가진 매력은 잘 알지만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고 말했다.

"제가 많은 악역을 했다고 아시는데 3 번뿐이에요. 이번 역할은 기존의 악역들과 다르게 복합적이었죠. 기무라 슌지가 악해져야 각시탈의 행동이 당위성을 가지고, 역사 속에서 절친한 친구가 돌아서야 하는 감정도 필요했죠. 그 중간점을 지키느라 고민했어요. 이상하게 악역을 하면 잘됐어요."

극중에서 기무라 슌지는 끊임없는 '오목단 앓이'를 했다. 마지막회에서 결국 오목단(진세연 분)을 죽였다. 그는 오목단이의 사랑보다는 순수했던 과거로 돌아 갈 수 없다는 통한의 눈물이기도 했다고 한다. 등장인물 간의 결말도 마음에 든다고 했다.

"오목단을 사랑한 것은 극 초반에 끝났어요. 기무라 슌지에게 목단이는 풍금 치며 선생님으로 살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매개체인 것 같아요. 그리고 모래알 같은 독립군과 각시탈 등장으로 힘든 상황에서 오목단은 과거 그 자체죠. 목단이만 있으면 되는데 사라졌으니 비통하기도 했죠."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자신은 배우이기 때문에 연기할 때 행복함을 느껴야 한다고 말하며 뚜렷한 목표관을 말할 때 프로다웠지만 시청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때는 쑥스러워하는 청년 박기웅 이었다.

"그동안 기무라 슌지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다는 말씀 밖에 할 말이 없네요. 그저 감사합니다. 시청자 분들은 저에게 배우로서 보람을 느끼게 해주셨어요.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고 호흡을 같이 해주신 자체가 의미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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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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