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TV드라마 ‘차칸남자’는 시작 전부터 기대와 더불어 한글 맞춤법 표기 논란 등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으면서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단 2회 방송만을 보고 이러쿵저러쿵 한다는 건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느낌을 솔직히 말한다면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체 왜 그런 걸까?
#차칸남자의 복수에 감정이입이 안 되는 이유?
격정 멜로를 콘셉트로 한 ‘차칸남자’, 극의 큰 줄기는 복수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배신을 당한 남자의 복수 말이다. 그 복수, 어떤 사건으로 시작하게 된 걸까?
극중 강마루, 송중기는 한재희, 박시연을 사랑하고 그녀가 저지른 살인죄를 대신 뒤집어쓰게 된다. 하지만,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다’던 박시연(한재희)은 송중기(강마루)를 과감히 버리고 돈과 권력을 가진 서회장과 결혼을 한다. 그 때부터 두 사람의 관계가 꼬여버리면서 복수의 신호탄이 켜진다.
자, 문제는 이거다. 이 발단이 제일 중요한 부분인데 이 상황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순한 상황만 보면 그럴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송중기(강마루)의 상황을 이것저것 꼼꼼히 따져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첫째, 비록 이복동생이기는 하나 몸이 아픈 여동생 초코가 있다. 희귀병으로 보호자가 없으면 안 되는 아이다. 그런 여동생을 내팽기고 사랑하는 여자를 대신해서 살인죄를 뒤집어쓴다? 둘째, 송중기(강마루)는 촉망받는 똘똘한 의대생이었다. 그 동안 겪었던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일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걸 버리고 사랑하는 여자 대신 살인죄를 뒤집어쓴다고?
사랑이라는 숭고한 감정을 감히(?) 희석시키는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순수한 시청자 입장에서 이런 상황 자체가 납득이 안 된다는 얘기다. 납득이. 게다가 박시연(한재희)의 뻔뻔함 역시 그렇다. 만약 송중기(강마루)가 어쩔 수 없는 사건들에 휘말려 살인죄를 대신 짊어졌다면 이해하고 그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빠져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 순간 박시연(한재희)이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머뭇거리다가 악으로 돌아섰다면 어쩌면 그 역시 이해됐을지도 모르겠다.
드라마라는 게 여러 등장인물들의 입장에 따라 감정이입이 되야 하는 것일텐데, 지금은 전혀 그럴 수 없다. 때문에 드라마를 눈과 귀로 따라가고는 있지만 마음이 따라가지 않으니 공허할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기대하게 되는 이유는>
한편으론 어쩌면 여기까지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르겠다고 위로(?)하는 건 어떤 역할이든 무게감 있게 소화해내는 송중기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성균관 스캔들’이나 ‘뿌리 깊은 나무’ 등 역할마다 매력을 불어넣는 그의 연기력 말이다.
더불어 또 하나는 이경희 작가에 대한 믿음. 전국의 ‘미안하다 사랑하다’ 열풍을 일으키고, ‘고맙습니다’ 로 시청자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던 작가의 필력에 대한 믿음. 그래서 일단은 좀 더 기다려 보련다.
복수의 시작점, 납득이 안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와 작가에 대한 믿음 때문에! 그래서, 제 별점은요~ ★★★ (3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