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흥행돌풍, '왕의 남자' 닮은 꼴..최종결과는?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9.1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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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 흥행 돌풍이 무섭다.

14일 개봉한 '광해'는 4일만에 100만명을 넘어선데 이어 18일 19만 5881명을 동원, 누적 관객 166만4326명을 기록했다. 이는 개봉 첫날 동원한 16만 9561명보다 많은 수치다.


2주차 화요일 스코어는 '개싸라기'(2주차가 개봉주보다 더 많은 관객이 드는 것을 뜻하는 영화계 은어) 바로미터. '광해'의 이 같은 기록은 더 많은 관객이 찾을 것을 예감시킨다.

'광해'의 이 같은 기록은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와 조짐이 비슷해 눈길을 끈다.

2005년 12월19일 개봉한 '왕의 남자'는 4일만에 1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9일만에 200만명, 12일만에 300만명을 넘어섰다. 탄력을 받은 '왕의 남자'는 꾸준한 입소문으로 화제를 사면서 17일만에 400만명, 20일만에 500만명을 넘어서면서 1230만명까지 내달렸다.


첫 주부터 입소문이 돌기 시작해 2주차에 탄력을 받으면서 천만신화를 이룬 것.

'광해'는 본격적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이르면 8일만인 오는 20일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광해'와 '왕의 남자'는 다른 듯 닮아 흥행세를 비교해 볼만 하다.

'광해'와 '왕의 남자'는 조선시대 폭군이란 오명 속에 쫓겨난 두 명의 임금 광해군과 연산군을 각각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광해'는 조선 시대 폭군이자 시대를 앞서간 개혁 군주로 상반된 평가를 받는 왕 광해군을 주인공으로 삼은 팩션 사극.

영화는 끊임없는 독살 및 시해 위협에 시달리던 광해군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뒤 꼼짝없이 그 대역 노릇을 하게 된 닮은 꼴 만담꾼 하선의 이야기를 담는다. 궁에 간 천민의 문화 충격 코미디, 왕을 둘러싼 인물들의 드라마, 여기에 당대의 정치적 상황과 진정한 통치자에 대한 메시지까지 촘촘하고 빈틈없이 이야기를 채웠다. 유려한 화면과 미술도 돋보인다.

'왕의 남자'는 폭군으로 악명 높은 연산군 시절, 광대놀이를 하는 천민이 왕의 눈에 띄면서 벌어지는 군중 암투를 담았다. 원작인 연극 '이'의 탄탄한 이야기 줄거리에 민중의 고단한 삶과 외로운 왕, 그리고 그를 둘러싼 암투가 유려하게 펼쳐져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배우들의 열연과 호응도 비슷하다. '광해'는 광해와 하선 모두를 연기하는 이병헌은 첫 사극에다 1인2역이란 부담에도 불구, 130여분 동안 내내 영화를 이끌며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모든 소동을 기획한 브레인 허균 역의 류승룡, 중전 한효주, 조내시 장광, 도부장 김인권, 사월이 심은경까지 배우 모두가 제 몫을 해내며 자연스레 어우러졌다.

'왕의 남자'는 남사당패 광대 역의 감우성과 이준기, 연산군 역의 정진영, 내시 역의 장항선, 광대 패거리 오달수 정석용 등 모든 출연진의 캐릭터가 살아 숨쉬며 관객들을 몰입시켰다.

물론 '광해'와 '왕의 남자'는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광해'가 왕자와 거지 설정을 내세워 민중의 시선을 담고 있는 왕의 이야기를 한다면 '왕의 남자'는 권력의 무상함과 함께 민중과 왕후장상이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때문에 '왕의 남자'는 민중 역할을 한데다 예쁜 남자 신드롬을 일으킨 이준기가 큰 수혜를 얻었다.

'광해'가 국내최대 투자배급사 CJ E&M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반면 '왕의 남자'는 토종자본 시네마서비스 배급에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좋은 결과를 냈다는 점도 다른 점이다.

그럼에도 '광해'와 '왕의 남자'는 사극을 빌어 오늘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왕의 남자'는 2004년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만들어졌다. 탈권위 시대였던 노무현 대통령 시대답게 민중의 지난하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삶을 담았다. 폭군에 암군으로 역사에 기록된 연산군도 광대를 내세워 당시 권력을 장악했던 서인과 싸우려다가 쫓겨나는 모습으로 그렸다.

'광해'는 대선을 3개월 앞둔 요즘 더 노골적으로 바람직한 왕을 그린다. 권력싸움에 자리보전하는 왕이 아니라 백성을 위해 권력을 장악한 세력에 자기 목소리를 내는 왕의 모습을 담았다. 자기 자리 지키고자 조강지처를 버려야 한다는 말이냐는 광해, 그리고 결국 인조반정으로 쫓겨나는 광해의 모습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을 읽는 관객들도 많을 것이다.

사극은 과거를 빌려 현재를 이야기하고 현재의 바람을 드러낸다. 최근 TV드라마와 영화 사극에선 왕의 모습을 많이 담는다. '뿌리 깊은 나무'에선 백성을 위해 신하들과 토론하며 훈민정음을 만드는 세종이, '해를 품은 달'에선 권력을 위해 왕을 쳐내려는 세력에 맞서 백성을 위한 뜻을 품은 왕이 맞서는 가상의 왕이 등장했다.

'공주의 남자'에선 어린 조카(단종)를 몰아내고 왕이 된 아버지(세조)에 반대해 그 아버지가 죽인 정적인 김종서의 아들과 결혼하는 딸의 이야기다. 영화에선 역시 백성의 아픔을 체험한 왕이 즉위하는 이야기인 '나는 왕이로소이다'가 '광해'에 앞서 개봉했다.

시대가 올바른 왕(지도자)을 바라고 있단 뜻이다.

'광해'가 '왕의 남자'처럼 계속 바람몰이를 일으켜 또 다른 흥행신화를 낼까? 그렇게 된다면 지금 사람들은 제대로 된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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