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는 건재했다.
지난 24일 방송된 MBC '놀러와'는 '방바닥 콘서트 보고싶다' 들국화 콘서트 특집으로 방송됐다. 들국화 멤버 최성원, 전인권, 주찬권이 출연했다. 1985년 데뷔 후 단 두 장의 앨범을 내고 활동하며 시대의 아이콘이 된 그들은 그러나 여전히 가슴을 흔드는 노래로 사랑받는 그룹이다. 그들의 1집은 대한민국 100대 명반 조사에서 2차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 사이 딱 5번 TV에 출연했다던 이들이 '놀러와'를 찾았다. 28년만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 예능 프로그램 마니아에다 지난 8개월간 '놀러와'를 쭉 본방사수 하며 시청률까지 꼭 챙겼다던 전인권. 그들의 '놀러와' 출연에 유재석과 김원희는 "시청률까지 보셨는데 '놀러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28년만에 들국화를 초대하기에 '놀러와'는 부족함 없는 무대였다.
최근 변화를 시도하면서 속도감을 높이고 이야기의 수위도 높인 '놀러와'지만 이날은 신중했다. '행진', '제발', '매일 그대와'…. 주옥같은 노래들이 별다른 편집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전파를 탔다. 과거 5분짜리 노래를 절반으로 줄여 오라는 '촌스러운' 방송사들의 요구에 출연을 거부했던 들국화에게 합당한 대우이기도 했다.
전인권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몇년 전 취재를 위해 잠깐 만났던 그는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백발을 질끈 묶고 짙은 선글라스차림으로 '놀러와' 무대 가운데 앉은 전인권이 처음 입을 열기 전까지의 불안은 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행진'의 두번째 소절부터 훌훌 날아갔다. 예순을 바라보는 그의 목소리는 맑고 높았다. 힘과 위엄이 가득했다. TV 앞에서 입이 쩍 벌어졌다. 노래를 마친 전인권의 장난기어린 미소가 선글라스 바깥으로 번지는 게 보였다. '봤지?' 하고 묻는 듯 했다.
유재석은 '제발'을 듣다 끝내 눈물을 펑펑 흘렸다. '놀러와' 8년을 함께한 김원희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그는 "들국화 세 분의 모습을 보다보니 예전 모습과 겹쳐지면서 눈물이 났다. 학창시절 정말 팬이었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여전히 건재한 그들의 노래와 음악은 들국화를 들으며 힘든 시절을 견딘 수많은 이들도 비슷한 감격을 안기지 않았을까.
기분이 좋아 수차례 먼저 악수를 청한 전인권의 손을 황송하다는 듯 맞잡는 유재석의 모습, 형이라며 전인권 최성원을 차례로 끌어안는 그를 보면서 절로 흐뭇해진 월요일 밤. 자정을 훌쩍 넘겨 이어진 방송은 내내 따뜻했다. 들국화의 방바닥 콘서트는 한 주가 더 남았다. 들국화의 노래들을 리플레이하며 기다릴 1주일 또한 행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