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
MBC 일일드라마 '그대 없인 못살아'는 '핏줄이 아닌 사랑으로 이어진 이야기'라는 훈훈한 기획 의도를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처음 초반엔 정말로 가슴 따뜻하고 훈훈한 가족들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편안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리고, 목에 뭔가 턱, 걸린 것처럼 불편해져 버렸다. 그 이유는 왜 일까?
◆ 앞뒤 맥락없이 갑자기 나타나는 사건들, 시청률 때문에 억지로 껴넣기?
드라마라는 것, 그것도 특히 일일 드라마라면 매일매일이 쌓이고 쌓여서 이야기들이 발전되고 엮어져야 한다. 그런데, '그대 없인 못살아'를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화.들.짝 놀랄 때가 있다. '엥? 갑자기 저 얘긴 어디서 튀어나왔지?' 하는 당황스러움과 함께.
일일 드라마는 기존 미니시리즈랑 분량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기본 100회 정도를 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어쩔 수 없이 시청률에 더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워낙 분량이 많다보니 그냥 무시할 경우, 5~6회의 문제가 아니라 수십 회가 좌지우지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률에 움직이는 거, 이해한다.
하지만, 그래도 '그대 없인 못살아'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 분명 어제까진 안 그랬는데, 오늘 보다 보면 갑자기 툭, 하고 뜬금없이 어떤 이야기가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절정을 이루는 사건이 그렇다. 남녀 주인공인 김호진과 박은혜의 관계 말이다. 드라마 초반 박은혜는 고아였고, 김호진은 재벌가 아들이라는 위치와 상관없이 박은혜를 지고지순하게 바라보고 키다리 아저씨처럼 도와주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김호진은 재벌 회장 정애리의 친아들이 아니란다. 수 십회 진행되는 동안 김호진의 정애리의 맹목적인 사랑을 받는 아들로 그려졌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새엄마라는 것이다.
그것도 대사 한 마디로 처리하는 바람에 진짜 깜짝 놀랐다. 게다가 이게 다가 아니다. 갑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던 박은혜의 그 돌아가신 부모님은 '양부모'였고, 실제로는 친부모는 잃어버렸다나? 그런데 그 친부모가 또 정애리란다.
아이고야! 그렇담 박은혜에 대한 순애보였던 김호진은 뭐가 되는 건가? 물론 피는 안 섞였다 하더라도 좀 관계가 애매~하지 않은가! 여기에 원래는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소유진의 캐릭터도 악녀 중 악녀로 급변신이 되면서, 박은혜를 온갖 방법으로 다 괴롭히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듯, 드라마라는 게 시작부터 차근차근 복선이 깔리고 감춰졌던 이야기가 서서히 풀려나가야 할 텐데, '그대 없인 못살아'는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이야기들이 그냥 툭툭 튀어나와 버리니, 시청자 입장에서 정말 당황스러울 뿐이다.
◆ 등장인물 전원이 문제를 지닌, 종합선물세트!
여기에 또 하나 불편한 이유는 등장인물 하나하나에게 너무나 엄청난 문제들이 있다는 점이다. 대개의 드라마에선 한 두 개 정도 나올까, 말까한 울트라 블록버스터 스펙타클한 문제들이 '그대 없인 못살아'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강지처를 나 몰라라 하며 너무 모질고 심하게 내팽개치는 아들에, 도덕성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막가파 불륜녀에, 갑자기 치매에 걸린 어머니, 임신했는데 알고 보니 백혈병이라는 며느리에. 정말 엄청나고 심각한 문제들이 모든 인물들마다 주어져서 매 씬,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고 불편하다. 물론 이 이야기들 역시 뜬금없이 등장하긴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이런 독한 약을 친 덕분일까? 드라마 초반에 4~5%였던 저조한 시청률은 이제 10% 이상으로 웃돌며 상승했으니까. 시청률 중요하고, 그래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 한편으론 이해하지만, 그래도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매일 저녁 유쾌하고 가슴 따뜻하게 만드는 일일 드라마가 그립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 (2개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