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 "'골든타임'은 내인생의 반전..역할이 배우를 만든거죠"(인터뷰)

드라마 '골든타임'의 최인혁 교수..배우 이성민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10.0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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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photoguy@


배우 이성민(44)은 MBC 월화드라마 '골든타임'(극본 최희라·연출 권석장 이윤정)의 발견이다.

그가 맡은 외상외과의 최인혁 교수는 극의 중추이자 핵심이었다. 열악한 의료 현실 속에서 단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은 초췌한 모습에도 매력적이었다. 그 모습에 반해 편한 직장 때려치고 응급실 인턴에 자원한 이민우(이선균 분)의 심정에 그대로 이입할 만큼. 든든한 약혼자를 버리고 그 곁에 남기로 한 간호사 신은아(송선미 분)의 결정이 이해될 만큼. 수술실의 피칠갑 카리스마, 사랑 앞의 수줍은 홀아비, 그리고 사생활 없는 남자 최인혁 그 자체였던 이가 바로 이성민이다.


이미 '파스타'에서 그와 작업한 권석장 PD가 손을 내밀었고, 식구나 다름없는 후배 이선균이 함께였다. 든든한 동료들과 함께한 첫 주연작에서 이성민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초췌한 모습에도 시청자들은 '꽃중년'이라며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뒤늦게 빛을 봤을 뿐 '더킹 투하츠', '파스타', '브레인', '글로리아', '내마음이 들리니' 등등 드라마를 비롯해 각종 영화까지, 조연으로 등장한 이전의 여러 작품부터 그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준비된 배우가 드디어 기회를 잡은 셈이다.

그러나 이성민은 "내가 아니라 역할이 배우를 만든 것", "이선균과 권석장 감독이 내 인생에 반전을 줬다"며 모든 공을 함께한 이들에게 돌렸다. 다만 "애들한텐 '아빠는 배우야' 하고 내가 연예인 아니라고 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받아들여야 겠다"고 웃음 지었다.

-'골든타임'은 자신에게 어떤 드라마인가


▶정말 큰 경험을 하게 해 준 드라마다. 권석장과 이선균이 제 인생에 뜻하지 않은 반전을 준 것 같다. 이선균과 권석장 감독의 지원이 컸다. 감사하고 고맙다. 배우 인생에 길이길이 남을 드라마가 아닐까. 또 드라마 주역을 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걸 알게 해 줬다.

-여성 팬들도 부쩍 늘었다.

▶그렇더라. 이거 하면서 팬클럽도 생기고 갤러리도 생겼다고 하고, 길 가다가 할머니, 아줌마, 젊은 학생 애들까지 '교수님 교수님' 그런다. 그런 부분에 무감각하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편인데, 주위 사람들이 아니라고 하니까. '야 뭐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흥분할 나이는 아니지 않나. 차분하고 겸손하게 그러고 있다.

-평소처럼 '추리닝' 입고 돌아다니긴 좀 불편해졌겠다.

▶송선미랑 그런 일이 있었다. '자기는 연예인이잖아' 그랬다가 혼이 났다. '선배도 연예인'이라는데 할 말이 없더라. 나는 내가 연예인 아니라고 했다. 애들한테도 '아빠는 배우야' 그랬다. 그런데 이게 내가 아니라고 해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불편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추리닝 입는 건 좀 다른 문젠데, 조금 신경 쓰려고 한다. 지금도 입혀주니까 이렇게 입지. 관심 받는 사람이 된 건 인정해야겠다. 조심도 하고. 담배꽁초도 밖에 안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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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photoguy@


-'골든타임'의 최인혁은 정말 멋졌다.

▶역할이 배우를 만든 것 같다. 역할 자체가 지닌 힘이 있었고, 제가 그걸 한 게 운이 좋았고 열심히 했을 뿐이다. 배우가 멋있다 안 멋있다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역할의 문제였던 것 같다. 매일 지저분하게 하고 다니고 구부정하게 하고 다니면 멋질 수가 없지 않나.

-초췌해도 멋졌다. 그건 연기가 아닌 것 같더라.

▶심각하게 초췌했다. 처음엔 일부러 초췌하게 하려고 했는데 중반부터는 노력하지 않아도 초췌해지더라.

-다들 가운만 입고 나오는데도 매력적이더라.

▶의학드라마는 가운을 입으니까. 가끔 여배우들이 사복 입으면 우리가 깜짝 놀란다. 송선미 머리 풀고 나오면 스태프가 벌써 '어' 그런다. 황정음도 이사장으로 나올 때 그랬다. 선균이랑 둘이 '우씨, 연예인 같아. 어색해' 그랬다.(웃음) 선균이도 그러더라. 이사장 만나는 신 찍고 나서 '초라해 죽는 줄 알았어. 연예인 만나는 것 같았어' 이랬다.(웃음)

-부산 로케이션 덕인가? 힘들지 않았나.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이 많았다. 가족이 보고 싶거나 하긴 했지만 나머지는 다 좋았다. 처음엔 적응하기가 힘들어서 방에만 있었는데 나중엔 소음도 적응이 되고, 조용한 쪽으로 다니기도 했다. 부하가 걸린 머리를 식히는 게 낙이었다. 상주하는 배우가 많고 배우들이 가까이 있으니까 촬영 없을 땐 늘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게 상의한 게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배우가 안됐다면 의사도 괜찮겠던가.

▶아니아니 아니다. 도와주신 의사분이 계셨는데 그렇게 천사 같은 분도 수술장 가면 달라진다고 하더라. 그만큼 힘들고 예민해지고 그런다. 수술장에서 소리 지르고 그러는 게 실제로도 그런다더라. 연기지만 나도 수술하다가 어시스트가 도구를 잘못 주면 딱 쳐다보게 된다. 첫 수술 장면에선 진짜 간호사가 건네주시는데 손에 짝짝 붙더라.(웃음) 해운대 백병원 의사 분들이 정말 고생 많으셨다. 자문에 모니터까지, 그분들 아니셨으면 정말 못 했다. 중반 가서는 대본만 봐도 어떤 수술인지 대충 알겠더라. (웃음)

-용어도 생소한데 급하게 대본 받아 연기하느라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현기증 나서 몇 번 주저앉았지. 선균이도 그랬다. 내가 천재인 줄 알았다. 용어 그거 미친다. 환장한다. 보고도 못 읽겠으니까. 현장에서 집중력 유지하느라고 정신 안 놓으려고 애썼다. 대화가 없었다. 현장에서 예민하긴 했다. 완전히 날카로워서 방에만 틀어박혀 있고 전화도 안 받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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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photoguy@


-극중 최인혁을 두고 '사생활 없는 남자'라고 한다. 이성민도 그런가. 송선미는 해도 해도 너무하게 연기 얘기만 한다고 하더라.

▶할 얘기가 없으니까. 주변에 배우밖에 없고, 하는 일이 연기고, 앉으면 연극 이야기 연기 이야기만 하는 거다. 저도 딱히 사생활이 없긴 하다. 그냥 집에 있는 게 사생활이고, 술을 잘 못 하니까. 다음날 나가면 어제 밤새도록 마셨다는데 나한테는 연락이 없고 그런 거다. 어렸을 때는 못 마셔도 의무적으로 껴야 했는데 요새는 연락도 잘 안한다. 극중에서는 최인혁이 사생활이 없었는데 후반 되니 최인혁보다 선균이가 더 사생활이 없더라.

-같은 소속사이기도 한 이선균과는 특히 각별할 텐데.

▶그 친구랑은 미친 듯이 작품 이야기만 했다. 후배지만 주역을 많이 했고 나는 처음이 아닌가. 현장에서는 나보다 여유가 있다. 나는 스스로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고 긴장도 있으니 두루 살필 여유가 없는데 선균이는 여유가 있다. 그런 이야기를 서슴없이 할 수 있는 후배이기도 하다. 처음엔 정말 열심히 하고, 앉으면 드라마 이야기만 하고 서로 좋다고 하고, 뒤에 가선 서로 힘들어하긴 했다. 고맙다. 선균이는 회사 식구만이 아니라 가족이다.

-팀워크가 특히 좋았다. 배우들이 모두 돋보였고 스태프도 물론이고. 빠듯한 촬영에도 이 정도 드라마를 만든 원천인 것 같다.

▶'골든타임'은 사상 최고의 팀워크였다. 응급실 처치 이런 건 이선균이 도맡아 리드하고 수술실은 내가 리드를 하고. 사실 기도 삽관 이런 거 나는 못한다. 각자 위치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촬영을 못하는데 이선균이 잘 리드하니까. 게다가 선균이는 감독님이 뭘 생각하는지 정말 잘 아니까 현장에서 잘 리드를 해줬다.

진짜 다들 열심히 했다. 황정음 정말 열심히 했고, 이선균 미친 듯이 했고, 송선미도 그렇고. 송선미는 스타일리스트가 '언니 안돼요' 하고 말리는데도 머리 헝클어뜨리고 나오고 그랬다.

감독님은 물론이고 촬영, 조명 모두 다 '파스타' 팀인데 팀워크가 정말 최고였다. 대본이 늦고 또 수술만 너무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답답하긴 했지만.

-러브라인이 은근했다. 그게 매력이긴 했는데 정말 너무 없더라.

▶아무리 사생활이 없지만 의학 다큐가 돼서 그런 부분은 좀 아쉽다. 나중에는 멜로 안 하는 연기를 서로 했으니까. 선미씨랑 '우리는 뭐야'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사실 멜로를 만들려고 한 게 아니었다. 두 사람 처지를 시청자들이 이해하게 되니까 서로를 불쌍하게 봐 주는 눈빛 때문에 멜로로 보였다. 거기 대고 소리 한 번 지르고 밥 먹자고 하니까 '여자로 좋아하나' 하면서 미묘한 경계로 간 거지. 워낙 없다보니 작은 것 하나에도 엄청 반응이 온 것 같다. 은아만 나오면 다들 '캐나다 언제가요?' 그러곤 했는데 그게 다 애드리브다. 나중엔 송선미가 짜증냈다.(웃음)

-최인혁과 신은아 선생은 이후에 잘 됐을까.

▶농담으로 선미씨랑 그런 이야기를 했다. '마지막 엔딩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손 잡을게' 감독만 오케이 하면 될 텐데, 선미도 '좋겠다' 그랬는데 정신이 없어서 그걸 못했다. 실수했다. 은아가 웃어 주고 곁에 남아준 게 고맙더라. 민우도 가고 은아도 갔으면 비참했을 거다.

-멜로 해보니 욕심나지 않던가.

▶해 보니까 좋더라. 욕심나더라. 멜로는 좋더라. (웃음) 신은아랑 장면 모아 만든 뮤직비디오 봤는데 그거 보면 그냥 멜로다.

-최인혁-신은아 라인은 시즌2에 하려고 남겨둔 걸까.

▶시즌2는 주변에서 이야기하지만 아직 우리끼리는 얘기를 안했다. 인혁, 은아는 부부가 돼있지 않을까?(웃음)

-시즌2가 제작되면 참여할 생각인가?

▶아직 생각 안 해봤다. 좀 더 식히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송선미는 성민 선배가 하면 하겠다던데.

▶그럼 좀 더 생각해 보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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