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6 감동? 이승철·윤미래·윤건이 더 보고싶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건, 이승철, 윤미래 ⓒ'슈스케4' 화면 캡처

이제 웬만한 사연과 열창은 신선하지 않다는 건가? 그 정도는 이미 2년 전에도 보고 1년 전에도 질리도록 들었다는 건가?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4'가 이상하다. 저마다의 사연을 품에 안고 경연을 펼치는 참가자들보다, 이미 정상에 선 프로가수인 심사위원들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으니. 무대에 선 이들의 숨 가쁜 열창이나 탈락 여부보다, 이승철 윤미래 윤건의 표정 하나하나,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 심사평이 시청자 가슴을 더 세게 후벼 파고 있으니까.


톱7이 참여한 지난 26일 '슈스케4' 생방송 3차 무대. 우여곡절 끝에 딕펑스가 심사위원들의 '슈퍼세이브'로 기사회생, 로이킴 홍대광 김정환 유승우 정준영으로 톱6가 정해졌다. 딕펑스의 수준 높은 무대, 홍대광의 묵직한 감동, 김정환의 일취월장 실력, 로이킴의 안정된 무대 장악력 vs 유승우의 다소 실망스러운 가창, 정준영의 음이탈과 불안한 음정. 그리고 활달했고 흥겨웠지만 결국 탈락의 고배를 든 허니지.

맞다. 이들은 대단했고 저마다의 색다른 감동과 쾌감을 객석과 시청자들에 선사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들의 대단함과 감동은 이미 4년째 '슈스케'를 지켜봐 온 시청자들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다. 딕펑스와 허니지에게서는 지난해 울랄라세션과 버스커버스커가 오버랩됐고, 유승우에게서는 투개월, 홍대광에게서는 허각, 로이킴에게서는 서인국, 정준영에게서는 강승윤의 이미지가 겹쳤다.

홍대광의 사연은 절절했지만 허각 역시 못지않았고, 16세 소년 유승우는 귀여웠지만 투개월의 도대윤 역시 뒤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화려한 퍼포먼스를 매 경연무대마다 업그레이드 시켜 보여준 울랄라세션, 과연 어디까지 숨은 실력을 보여줄까 기대를 높였던 버스커버스커 같은 팀이 올해 '슈스케4'에는 없었다. 섣불리 말한다면 최종 우승자가 누가될지, 지난해 같은 긴장감은 없다. 아직까지는.


시청자들은 갈증이 나기 시작했다. MC 김성주의 "60초 후에 공개합니다"도 그리 얄밉게 느껴지지 않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시청자들은 눈과 귀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슈스케'의 영리한 카메라가 아주 적당한 찰나에 포착하고 있는 '심사위원' 이승철 윤미래 윤건의 표정과 말이었다.

뺨 위로 하염없이 흐르는 윤건의 눈물은 그 어느 출연자보다 뜨거웠고, 어깨를 들썩이며 박자를 맞추는 윤미래의 몸짓과 엄마미소는 그 어느 출연자보다 흥겹고 살가웠다. 딕펑스와 허니지가 탈락했을 때 고개를 숙인 이승철의 얼굴은 오히려 딕펑스와 허니지보다 더 어두웠다. 시청자들에게는 이 모든 게 다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잘 하면 "잘했다", 못 하면 "못했다" 이들의 분명한 심사평은 최정상 프로의 입에서 나온 것이기에 통쾌했고, "고맙다" "잘 봤다" "아쉬웠다" 이들의 신분을 망각(?)한 감상적 심사평은 '선배' 가수의 입에서 나온 것이기에 그 어느 찬사보다 훈훈했다.

"끌려가는 모습에서 무대를 리드하는 모습, 흥분시켜줘서 감사합니다."(이승철. 김정환 심사평)

"허니지, 이거에요. 이게 바로 '슈스케'에요. 생방에서 이런 모습 보여주길 바랐던 거에요."(이승철. 허니지 심사평)

"랩 깜짝 놀랐어요. 화음만 좀 더 타이트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분위기 너무 좋았어요."(윤미래. 허니지 심사평)

"이제 원래 펑키한 모습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보고 싶어요. 좋은 음악 들려줘서 고마워요."(윤미래. 딕펑스 심사평)

"딕펑스의 발라드도 좋네요. 앞으로 버스커버스커 긴장해야겠어요."(윤건. 딕펑스 심사평)

"이제 그만 우세요."(이승철. 홍대광 심사평)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겉으로 티 안내려 했는데 멘붕이 살짝 왔었어요. 노래 듣는 게 아니라 홍대광씨 이야기를 듣고 있더라구요. 감사합니다."(윤건. 홍대광 심사평)

"목 컨디션도 좋아 보이지 않고..전반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기에는 어렵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드네요."(이승철. 정준영 심사평)

"외로울 때 음악이 친구가 된 게 분명한데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음악을 멀리하는 느낌이에요. 이번 무대는 어떤 변화도 없었던 것 같아요. 좀 실망스러운 무대였습니다. 자신을 꺼내놓고 다가가길 선배로서 조언하고 싶네요."(윤건. 정준영 심사평)

"현장에선 소름 안 끼칠 수 있지만 녹음해서 음원이 나왔을 때는 헤드폰으로 질리지 않고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윤건. 로이킴 심사평)

그리고 마지막, 이날 내내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으며 던진 이승철의 한마디는 묵직한 결정타였다. 심사위원들로부터 최하점수(792점)를 받은 정준영이 전체 평가에서 60%나 차지하는 생방송 문자투표 결과 결국 붙고, 최고점수(819점)를 받은 딕펑스와, 정준영보다 18점이 높았던 허니지가 탈락한 순간에 나온 그 떨리는 한마디. "결과가 안타깝습니다. 음악적 시선과 대중의 시선은 이렇게 다른 건가요?"

이승철의 이 한마디는 딕펑스, 허니지, 그리고 이들을 응원했던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였다. 그리고 동시에 어느 험한 독설보다 매섭고 날카로우며 섬뜩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고마워요, 이승철씨, 윤미래씨, 그리고 윤건씨. 당신들이 있어 올해 '슈스케4'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