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선 '복숭아나무'가 마냥 달콤하지 않은 이유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2.10.2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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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구혜선이 또 한 번 감독으로 관객 앞에 선다. 그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 '복숭아나무'가 오는 31일 관객을 만나게 된다.

'복숭아나무'는 어둠속에서 살아가던 샴쌍둥이 상현(조승우 분)과 동현(류덕환 분)이 해맑은 여인 승아(남상미 분)를 만나 변해가며 세상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영화.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조승우 류덕환 남상미 등 톱스타들이 출연해 화제를 샀다.


구혜선의 '복숭아나무'가 화제를 모으는 데는 배우 출신 감독이라는 특수성이 다분하다. 배우로 이름을 먼저 알린 만큼 영화보다는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에 구혜선도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구혜선은 영화 연출 이전에도 미술, 문학,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며 활동영역을 넓혀왔다. 구혜선의 이러한 도전은 박수를 받기도 했지만 때론 스타의 이름을 이용해 과대평가 된 부분이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진입장벽이 높은 문화계에서 구혜선이 일반 작가지망생, 화가 지망생, 감독 지망생들에 비해 유리한 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복숭아나무'는 시나리오 작업부터 제작, 연출, 음악까지 구혜선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영화다. 그만큼 구혜선이라는 한 개인의 브랜드가 크게 작용한 영화이기도 하다. 상업영화의 1/3 수준의 제작비에도 이만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스타 구혜선이 가지는 메리트도 영향이 컸다.

캐스팅 단계에서도 구혜선과 친분이 깊은 남상미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 관계자에 따르면 투자자들도 연기, 미술, 문학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혜선의 재능을 높이 사 영화에 투자를 결정했다. 구혜선이 직접 움직였기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영화 제작 후반부터 참여한 공동제작 조이앤컨텐츠그룹이 영화에 함께하게 된 것도 구혜선이라는 이름이 주는 후광이 있었다. 영화 관계자는 "구혜선 감독이 주는 메리트가 컸다"며 "구혜선 감독의 전작 '요술'을 봤을 때 가능성이 보였고, 조승우가 출연했다는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구혜선의 손길이 많이 들어갔다는 것은 영화에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영화가 성공한다면 감독 구혜선 뿐 아니라 '스타' 구혜선의 명성 또한 상승하겠지만 작품이 혹평을 받을 경우 '배우 구혜선'으로서의 이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구혜선이라는 이름이 걸린 만큼 관객이 가지는 높은 기대를 극복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도 구혜선의 '복숭아나무' 영화제 초청 소식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큰 화제를 모았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찬일 프로그래머는 "배우 출신 감독이라는 점을 고려하고 선정한 것이 아니다. 구혜선의 연출력과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관객들은 더 주목할 수도 있겠지만 심사 과정에서는 전혀 영향이 없었다"고 밝혔다.

최근 영화계에는 감독에 도전하는 배우들이 많이 등장했다.

방은진은 '용의자X'를 내놓고 차기작 '집으로 가는 길'을 준비 중이다. 유지태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두 번째 연출작 '마이 라띠마'를 들고 왔으며, 하정우와 박중훈도 감독으로 데뷔를 준비 중이다. 윤은혜도 단편영화 감독으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스타 배우들이 영화를 연출하면 대중의 시선이 더 쏠리는 건 사실이다. 그렇기에 평가도 더 냉정하거나 가혹해지기도 한다.

'복숭아 나무' 관계자는 "스타 출신 감독이라는 것이 분명 영화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오히려 배우 출신 감독이 아니었다면 영화에 더 포커스가 갔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과연 '복숭아나무'가 감독 구혜선에게 쏠린 이목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배우 출신 감독들이 극복해야할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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