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남 출연작.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늑대소년' '해를 품은 달' '이웃사람' '헬로우 고스트' '7급 공무원' |
'7급공무원'부터 '해를 품은 달', 그리고 '늑대소년'까지. 여배우 장영남(39)이 TV와 영화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특히 그녀의 작품 고르는 눈과 팔색조 연기, 여기에 출연작의 시청률과 흥행 성적은 어지러울 정도다.
대중이 처음 기억하는 장영남의 영화출연작은 2004년 데뷔작 '아는 여자'다. 짧은 분량이었지만 그만큼 인상이 강했다. 이미 10년 넘게 대학로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그녀는 장진 감독의 이 영화에서 야구장에서 남자친구와 큰 소리로 싸운 뒤 횡단보도에서 차에 치여 죽는 여자 '사고녀'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장영남은 이어 장진 감독의 2006년작 '거룩한 계보'에서 조폭들을 쌍욕으로 훈계하는 캐디 여일, 임필성 감독의 2007년작 '헨젤과 그레텔'에서 아이들에게 잡혀 결국 다락방에서 죽는 여인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얌전하게 생긴 얼굴에서 쌍욕이 터져 나오고, 큰 눈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극한의 공포심을 드러내는 장영남의 팔색조 연기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그러다 2008년 KBS 드라마 '태양의 여자'를 통해 더욱 많은 대중과 만났다. 주인공 김지수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구성작가이자 친구로 맛깔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것. 특히 김지수와 이하나가 출생의 비밀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인 이 심각하고 무거운 드라마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상적이며 밝은 캐릭터로 나온 이가 바로 장영남이었다.
장영남의 첫 흥행작은 전혀 예상치 못한 국정원 코믹 조연캐릭터 홍 팀장으로 변신, 전국관객 410만명을 불러 모은 신태라 감독의 2009년작 '7급 공무원'. 국정원 선배 류승룡과 벌인 코믹 대사도 좋았지만, 국정원 후배 김하늘이 소개받은 남자 집안이 홀시어머니에 시누이가 둘이라는 얘기를 듣고 터뜨린 "이 세상 시누이들은 다 죽어야 돼"라는 홍팀장의 코믹 대사는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김윤진과 나문희가 300만 관객 눈물 쏙 뺀 영화 '하모니'(감독 강대규)에서 원칙을 중시하는 냉정한 선임교도관으로 또 한 번 변신한 장영남은 2010년 차태현 강예원 주연의 '헬로우 고스트'(감독 김영탁)에선 울보 귀신으로 3단, 4단 변신을 거듭했다. 귀신이 된 그녀는 왜 영화 내내 차태현을 보면서 손수건까지 꺼내들고 눈물 질질 짜야했을까. 그 이유가 영화 막판 드러나는 순간, 장영남 따라 펑펑 운 관객 진짜 많았다.
그리고 올해. '김수현 신드롬'을 일으키며 시청률 40%를 찍었던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장영남은 무녀 아리로 잠깐 출연했다. 1회 특별출연 형식으로 나왔지만 모함으로 사형을 당하기 직전 그녀가 보여준 광기와 저주 섞인 독설은 그야말로 '명품 조연'만이 보여줄 수 있는 '미친 연기력'이라 할 만 했다. 1회 장영남의 열연이 있었기에 '해품달' 신드롬도 가능했다는 평가는 그래서 옳다.
영화에서는 24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8월 개봉작 '이웃사람'(감독 김휘)을 거쳐 지난달 31일 개봉한 '늑대소년'(감독 조성희)으로 또 한 번 장타를 칠 태세다. 개봉 6일만에 전국관객 146만명을 불러 모은 '늑대소년'에서 장영남은 특유의 억척스러우면서도 선한 이미지로 박보영의 생활력 강한 어머니 역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역시 주연을 빛내주는 조연 연기에서 장영남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거의 독보적인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