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양이 뭔데 싸이를 고소해?

[이변정변의 법으로 푸는 ★이야기]

이순우 변호사 / 입력 : 2012.11.0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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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소개 = 만인의 관심을 먹고 사는 스타, 스타 주변에는 당연히 여러 가지 사건들이 발생한다. 법으로 푸는 스타이야기에서는 이러한 스타 주변의 사건들을 법적으로 쉽게 풀어보고자 한다.

'강남스타일' 싸이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 채로 내려오지도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다. 그의 인기가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던 지난달 8일 다음과 같은 기사를 접했다.


"대학원생 K양 싸이 고소. 김장훈 공연 95% 표절했다고 주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 표절을 했을까에 먼저 관심이 갔을 테지만, 법쟁이인 나는 당사자 김장훈이 아닌 대학원생 K양이 싸이를 고소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1. 고소와 고발의 잘못된 만남(?) - 잘못된 혼용


위 기사 제목에는 '고소'라는 표현보다는 '고발'이라는 표현을 썼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고소/고발 이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듣고, 별다른 구분 없이 혼용해서 사용하지만 양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일단 고소/고발 모두 범죄사실을 수사기관(검찰, 경찰 등)에 신고하여 범인의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즉 죄를 지었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이의 형사처벌을 바라며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고소/고발이다.

그러나 고소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즉 '범죄의 피해자 본인'이나 '그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고소권한이 있는 자'만이 수사기관(검찰, 경찰 등)에 범죄사실을 신고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일정한 관계에 있는 고소권자'란 (1) 피해자가 미성년자, 무능력자인 경우 피해자의 법정대리인 (2)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피해자의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등이 될 수 있겠다. 쉽게 말해 A와 B가 주먹다짐을 해서 A가 크게 다친 경우, 맞은 A, A가 미성년자라면 보통은 그의 부모님, A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면 그의 가족 등 누가 봐도 관계있는 자만이 고소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위 사건에서 피해자 아닌 K양은 엄밀히 말해 고소를 할 수는 없다.

대신 K양은 싸이를 고발할 수는 있을 것이다. 고발은 고소와 달리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234조는 "제 3자는 누구나 범죄가 있다고 생각될 때는 고발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늦은 밤 A와 B가 말다툼을 하고 있는데, 화를 이기지 못한 A가 B를 때려 B는 큰 부상을 입고 말았고, 우연히 길을 지나던 행인 C가 이 싸움을 목격했다고 치자. 이때 A에게 직접 맞은 B가 경찰에 신고를 한다면 이는 '고소'이고, 반면 행인 C가 경찰에 A의 처벌을 구하는 신고를 한다면 이는 '고발'이 될 것이다. C는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닌 제3자 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뭐 경찰이나 검찰, 변호사들도 혼용해서 사용한다. 고소와 고발의 개념차이를 이 기회에 알리고 싶어서 굳이 잘못을 지적한 것뿐이다.

2. K양이 철회해도 경찰은 수사한다.

피해자가 아닌 제3자의 고발은 수사기관에 범죄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그 역할이 종료된다. 이후에는 수사기관이 범죄사실이 있는지 고발이 허위는 아닌지 등을 수사하고 수사기관 자체의 절차에 따라 일을 진행하는 것이지 고발자의 처벌의사 철회 등은 고발한 후에는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K양이 고발 후 이를 바로 철회했다고 하여도 수사는 진행된다.

반면, 간통죄 등 흔히 말하는 친고죄는 고소하지 않으면 벌할 수 없고, 부부 등 고소권자가 아니면 고소를 할 수 없는데, 이러한 친고죄는 고소한 이가 이를 취하하면 수사나 이후 절차가 그 순간 종료되는 점이 고발에 의한 사건과 다르다. 우리나라는 물론 고발의 자유가 있는 나라지만, 고발하기 전 좀 더 신중히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위와 같은 데 있다.

경찰이나 검찰도 바쁘고, 싸이도 바쁜 사람들이다. K양이 고발한 후에 이를 철회하더라도 경검의 수사는 계속된다.(물론 이 사건에서는 정식으로 고발을 한 건지도 불분명하고 경찰이 수사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법 외적으로 판단해 볼 때, K양이 진정으로 김장훈의 지식재산권이 침해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면 더 신중한 자세가 필요했다고 본다. K양은 고발 입장을 밝힌 후 여론이 뜨거워지자, 그 다음날 이를 철회하겠다는 글을 개인 블로그에 남겨 사태를 일단락 지었지만, 앞서 말한 대로 그 말로 수사가 종료되는 것도 아닌 데다가, 정작 피해자인 김장훈이 소송을 진행하거나 고소를 할 수 있었던 기회를 사실상 박탈해 버린 셈이 되었다.

법적으로야 김장훈이 법적절차를 진행할 길이 막힌 건 전혀 없지만, 나중에 김장훈이 집에서 소주 마시면서 생각해 봤더니 너무 억울해서 소제기를 하거나 고소를 한다고 치자. 다들 이렇게 말 할 것이다. "그거 이미 끝난 이야기 아니었어?"

김장훈의 의도가 아닌 제3자의 의도로 양자의 다툼이 여론의 관심을 받게 된 후, 김장훈은 싸이의 공연 도중 깜짝 등장해 극적인 화해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이 화해가 김장훈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이는 것은 나만의 괜한 억측일까? 실제로 김장훈도 최근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 출연시 싸이의 해외 진출 성공을 축하하고 그의 앞날을 축복하면서도, 마지막에는 싸이와의 화해가 "화해인지 봉합인지"라는 표현을 써 여운을 남긴 바 있다.

K양의 오지랖에 싸이도 김장훈도 딱히 덕 본 건 없는 듯하다. K양은 득을 본 건가? 이런 일이 바로 lose-lose game 아닌가 한다.

3. 고소/고발 관련 퀴즈, 여러분이 풀어보세요.

최근 있었던 고소/고발 사례입니다. 고소 고발 중 보다 적합한 단어를 골라 보세요.

Q1) 작년 말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개그맨이 국회의원을 소재로 개그를 한 이후,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은 국회의원이 개그맨을 명예훼손죄로 (고소/고발) 하였다가 이를 취하하였다.

Q2) 이병헌의 전 여친은 그가 해외에서 상습도박을 한 혐의로 그를 (고소/고발) 하기도 하였다.

A1) 명예를 훼손당했을 가능성이 있는 피해자 본인이므로 '고소'

A2) 전 여친이 도박으로 직접피해를 입은 바 없으므로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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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우 변호사 프로필 1979년생. 고려대학교 졸업. 한국산업연구원 출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법적분쟁과 공정거래 및 하도급분쟁 해결에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동안(童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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