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민지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
"반야 연기, 다른 것보다 자연스럽게 넘어지는 게 가장 힘들었죠."
배우 박민지(23)는 SBS 월화극 '대풍수' 초반 아역 분량에서 가장 고생을 많이 한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왕의 아들을 낳지만 왕후가 되지 못하는 비운의 여인 반야(이윤지 분)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그는 원에 공녀로 끌려가다 도망쳤으나 귀족의 첩으로 팔려가고, 다시 기생집에 팔릴 위기에 처한다. 박민지는 짧은 분량 동안 파란만장한 인생을 겪었다.
박민지는 "여기저기 쫓기고, 붙잡히고, 맞고. 그런 장면이 수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넘어져야 자연스러울까 하는 고민이 가장 컸을 정도"라며 "감독님한테 '잘 넘어진다'고 칭찬도 들었다. 사극은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연기적인 면모다 체력적인 부분들이 더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다"라며 귀여운 하소연을 했다.
많은 고생을 했지만, 박민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은 것은 힘들었던 신보다도 반야의 극적인 상황과 캐릭터가 극명하게 드러났던 대목. "웃방아기로 팔려갔다가 도망쳤던 장면이 인상 깊은데, 본격적으로 독기를 품게 되는 계기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아역이지만 반야라는 캐릭터에 대해 많이 연구했던 흔적이 엿보였다.
박지민은 또 원에 공녀로 끌려갔던 반야를 연기하기 위해 몽골어를 배우기도 했다. 극중 능숙하게 몽골어를 구사하는 장면은 비록 짧았지만 박민지를 화제에 오르게 했던 만큼 공부한 보람이 있었던 부분이다.
"대사가 두 세 마디 정도 나오는데, 생소한 언어다 보니까 시청자들이 임팩트를 많이 느끼신 것 같다. 대본에는 (몽골어로)라고만 돼 있어서 따로 배웠는데 신기했다. 제가 몽골어 하는 모습을 보고 어떤 분이 저한테 몽골어로 말을 건 적도 있다. 못 알아들었지만 발음이 괜찮았나 보다. 하하"
특히 성인이지만 박지민이 드라마에서 아역으로 출연한 만큼, 극중 목욕장면에서 연출된 상반신 노출신은 파격적이었다.
"처음엔 저도 일반적인 목욕 장면으로 떠올렸는데 감독님이 그게 식상하게 생각하셨나보다. 워낙 장면마다 공들여 찍으셔서 목욕신도 특별하게 찍고 싶으셨는지 허리 정도까지 뒷모습을 노출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그렇게 해서 참신한 화면이 나오면 할 수 있다면 해보자 하고 임했다. 그런데 심의도 우려하다보니, 용기를 낸 만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도 있다"
배우 박민지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
이번 작품에서 그녀가 얻은 것은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로 인한 배움 뿐만은 아니다. 대작이니만큼 많은 선배 출연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것이 그녀에게 무엇보다 큰 배움을 줬다고.
"이문식 선배님을 평소에 팬이었는데 실제로 연기하시는 거 보고 호흡도 맞추니까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좋은 연기자가 돼야지 하는 동기부여가 많이 됐다. 중견 배우 분들도 현장에서 웬만한 신인들보다 열정적이시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몸을 사리지 않고 항상 연구하고 열의를 보이시는 모습은 좋은 배움이 됐다."
촬영이 없을 땐 인디음악을 즐겨듣고, 공연이나 페스티벌을 즐겨 찾는다는 박민지. 친구들과 맛집을 찾아다니고 수다를 떠는 평범한 20대 소녀지만, 자신의 '꿈'을 대하는 열정은 어른스럽고 성숙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막연하게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김희선 선배님이 최고의 인기였는데 '토마토'나 '미스터킴'을 보면서 따라하기도 하고. 그러나 중학교 때 패션잡지에서 전속모델을 뽑는다는 얘기를 듣고 동네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직접 지원했다. 그렇게 모델로 데뷔 후 영화 오디션 연락을 받고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중학교 시절부터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했던 박민지. 그런 그녀가 어린 나이에도 영화 '제니, 주노' 여주인공으로 발탁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이런 장편 영화 주인공으로 내세워도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친구를 찾은 것 같다'라고 했다는 감독의 평가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배우 박민지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
'대풍수' 또한 그녀의 열정이 어린 작품이긴 마찬가지. 박민지는 이미 지난해 여름에 반야 역으로 캐스팅됐고, 작품이 중단됐다가 재개할 때까지 오랫동안 차분히 기다려 왔다.
"공중파에 사극 처음이었고 각오와 준비가 많았기 때문에 더 새로 데뷔하는 느낌이었다. 가장 최근작이기도 하지만, 작년 여름에 캐스팅 돼서 제작이 다시 될 때까지 되게 오래 기다렸다. 그래서 더 뜻 깊고,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 '대풍수'는 그간 학생이나 소녀 역할을 주로 해 왔던 그녀에게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심어준 작품. 그녀는 "비록 아역이었지만 성인 연기자로의 변화와 이미지 변신을 기대하게 한 작품"이라고 자평했다.
"그 동안은 아역을 하거나 학생의 연장이었다. 10대 연기를 했던 적이 많았다. 아직은 저를 통해 보고 싶은 모습이 그런 모습인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제 나이에 맞는 역할도 보여드리고 싶다. 사극 대작을 막 마쳤으니 다음엔 홈드라마 속 발랄한 아가씨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대풍수'를 아역으로서는 마지막 작품으로 생각한다"는 박민지는 "제 연기인생의 1막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각오와 다짐이 많이 드는 시기이다. 내년부터는 제2막을 열어 여성스럽고 어른스러운 모습도 연기자로서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각오를 전하며, 반야와 닮은 당찬 눈빛을 뿜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