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예림, 딕펑스, 임윤택 |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 터줏대감 이승철이 꿈꾸는 드림팀은 어떤 모습일까.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스케'에서 이승철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2009년 시즌1부터 4년 동안 내리 심사위원석에 앉아 때로는 참가자 눈물 쏙 빼게 한 독설로, 때로는 객석과 시청자에 감동 한 바구니를 선사한 따뜻한 위로로 존재감을 입증했다. 한 시절을 풍미한 록밴드 부활의 리드보컬이자 대형 솔로 가수로서 이승철만이 할 수 있는 '정확한' 음악적 지적이 바탕임은 물론이다.
그러면 '심사위원' 이승철은 어떤 참가자의 어떤 모습에 환호했고 또 어떤 모습에 따가운 비판을 서슴지 않았을까. 시즌1~4가 배출한 톱3 12명에 대한 당시 심사평을 종합해보면 그 '드림팀'이 얼추 그려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예림과 허각이 메인보컬, 길학미가 랩 파트, 울랄라세션이 서브보컬과 퍼포먼스를 맡은 밴드 딕펑스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우선 이승철은 무엇보다 '타고난' 보컬 혹은 음감을 우선시했다. 시즌1의 길학미가 타샤니의 '경고'를 부른 직후 "목소리 소스가 좋다", 시즌2의 허각이 에코의 '행복한 나를'을 불렀을 때 "타고난 보컬 실력"이라며 후한 평가를 내린 반면, 시즌3의 버스커버스커가 '리빙 라 비다 로카'를 불렀을 때에는 "장범준씨가 리드보컬인데 밴드 사운드를 이끌어나가지 못했다. 성량과 키가 굉장히 낮다"고 혹평했다.
이런 맥락에서 시즌3 투개월의 김예림은 이승철이 사랑해마지 않는 보컬임이 분명하다. 김광진의 '여우야'를 부른 직후 이승철은 "이 팀한테 선곡은 무의미하다. 예림씨 보컬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다. 인어가 사람을 흘리는 듯한 묘한 매력이 있다"고까지 높게 평했다. 'Brown City'에 대해서는 "이제는 마녀 같은 목소리로 사람들을 홀린다"고 극찬했다.
'무대에서의 즐거움' 혹은 '엔터테이너적인 요소'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시즌1의 조문근이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불렀을 때 "음악을 즐겼다"며 90점, 시즌2의 장재인이 남진의 '님과 함께'를 불렀을 때 "음악을 즐겨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며 93점을 안겼다. 시즌4의 딕펑스가 'Muzik'의 흥겨운 무대를 펼친 직후에도 "'슈스케'가 인기 있는 것은 우리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여러분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날 최고점인 92점을 선사했다.
앞서 시즌3에서는 매번 생방송 무대에서 눈이 즐거운 퍼포먼스를 선보인 울랄라세션에 대해 "이러면 반칙이지" 혹은 "울랄라세션은 '슈스케'에 안 맞는 팀이다. 너무 프로야"라며 이들의 흥겨운 무대를 쌍수로 반겼다. 비록 탈락은 했지만 시즌4에서 허니지가 '오래된 친구' 무대를 펼친 직후에도 "이거에요. 이게 바로 '슈스케'에요. 생방에서 이런 모습 보여주길 바랐던 거에요"라며 이들의 화끈한 무대에 대해 두 손 들어 반겼다.
'슈스케' 참가자만의 '개성'도 이승철이 중요시한 덕목. 시즌1의 서인국이 직접 작사한 'Young Love'를 불렀을 때 "본인 노래를 찾은 느낌이다. 지금까지 어셔 짝퉁인 느낌이었는데 본인 나래를 펼친 듯하다", '따뜻한 노래'를 부른 조문근에 대해서는 "새로운 뮤지션을 찾은 것 같다"며 아티스트의 개성에 큰 점수를 줬다. 이에 비해 이효리의 '10 minutes'를 부른 존박에 대해서는 "(리듬앤블루스가 아닌) 리듬앤발라드로 평범하게 불렀다. 노래보다 관중을 의식한 게 안타깝다"고 혹평했다.
이러한 남과는 다른 '개성'의 덕목에 관한 한 시즌4의 딕펑스도 이승철이 갈수록 높게 평가하는 밴드. '같이 걸을까'를 부른 직후에는 "편곡 누가 했어요? 제 콘서트 때도 하고 싶네요"라며 이들만의 무대를 극찬했고, '연극이 끝난 후' 무대 직후에는 "이 팀은 이제 기타가 없는 구성이 '특이'에서 '특별'해진 것 같다. 홍대 인디문화가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승철이 높게 평가한 것은 '슈스케' 참가자들의 음악적 진정성 혹은 열정. 이는 시즌3에서 울랄라세션의 임윤택이 암투병 중인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음악에 대한 열정과 무대에서의 투혼에 박수를 보낸다"며 기립박수를 친 대목에서 잘 드러났다. 비록 톱3에 들지는 못했지만 시즌4의 홍대광에 대해서도 "사람을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우리 모두가 공감되는 노래를 불러주고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특히 울랄라세션의 음악적 진정성에 대한 이승철의 극찬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될 정도로 아주 셌다. "왜 저 친구들이 뜨지 못했을까, 거꾸로 저희들이 반성을 해본다. 음악을 사랑하는 매니저를 만나서 멋진 꿈 펼치길 바란다"('나쁜 남자'), "잘 불러줘서 감사드린다. 여러분의 진지함에 감사드린다"('서쪽 하늘') 등등. 음정과 발음, 호흡법, 무대 매너 등 참가자들 노래의 기술적 부문에 대해 유독 예리한 칼날을 들이댄 이승철이었기에 이 같은 평가는 더욱 도드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