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거장도 진화한다..사극명장이 로코를 만났을때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11.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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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사극 명장이 아니다. MBC 월화사극 '마의'(극본 김이영·연출 이병훈 최정규)가 매회 쫀득한 이야기로 거장의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마의'는 말을 고치는 수의사 마의(馬醫)에서 출발해 임금을 치료하는 어의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백광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타고난 의원인 백광현의 성장담과 깜찍한 러브스토리가 펼쳐지는 중이다.


'마의' 초반 조승우가 맡은 백광현을 두고 '대장금' 장금이가 돌아왔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실제로 '마의'는 '대장금'과 닮은 구석이 곳곳에 있다. 요리와 의학이 다른 분야일 뿐, 출생의 비밀을 지닌 총명한 어린 아이에서 시작, 주인공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도움과 번득이는 기지, 천부적인 재능을 앞에서 궁에 입성하고 전문직 기술자로 왕의 눈에 들며 쑥쑥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기본 구조가 같다.

유쾌하고 낙천적인 주인공 캐릭터도 꽤 비슷하다. 더욱이 조선 최고의 국밥집 무교탕반을 주요 배경으로 등장시켜 주방 한 가득 별려놓은 산해진미 요리 재료로 볼거리를 선사하는 대목은 '대장금'의 수랏간을 연상케 한다. 더욱이 장금이는 훗날 수랏간에 이어 내의원에 입성하면서 의원으로 성공하니 두 사람이 더욱 닮아보일 밖에.

그러나 이병훈 감독이 옛 히트작을 '재탕'한다고 판단하긴 아직 이르다. '마의'는 이병훈 감독의 현대적 사극 구조와 캐릭터를 영리하게 변주한다. 로맨틱 코미디와의 접목이 대표적이다. 주인공 광현과 어린 시절부터 인연으로 이어진 의녀 지녕에 이어 지체높은 공주님 숙휘공주를 등장시켜 알콩달콩한 삼각관계를 그리며 폭소까지 자아내고 있다.


통통 튀는 숙휘공주 역의 김소은은 덕분에 주연 못지않은 '마의'의 새 마스코트가 됐다. 지체 높은 공주님이지만 미천한 마의 광현에게 빠져 간이며 쓸개까지 다 빼줄 듯 소동을 벌이고 있는 숙휘공주는 이번 드라마의 매력 포인트다. '신사의 품격'에 출연한 임메아리처럼 현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있는 집 철없는 막내딸을 연상시킨다. 광현을 돕기 위해 호위 무관을 마구 부리는가 하면, 어명을 사칭하는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에 처음 TV 드라마에 도전한 조승우의 천연덕스러운 능청연기가 더해져 러브스토리가 더욱 쫄깃해졌다.

지난 13일 방송에서 숙휘공주는 광현의 의원 시험에 효험이 있다는 비방을 찾아오라며 마군관을 내보내 여자 속곳까지 훔쳐 오게 만들었다. '미친놈' 소리를 들어가며 여자 속곳을 훔쳐온 마군관에 한 번, 비방이 여자 속곳인 줄 모르고 풀어본 광현과 숙휘공주의 황망한 모습에 두 번 웃음이 터진다. 뒤늦게 선물이 속곳임을 알게 된 박상궁이 속치마가 뒤집어지도록 몸을 날려 속곳을 사수하는 몸개그로 폭소 3단 콤보를 완성했다. 작은 역할까지 살려주는 이 깨알같은 코미디라니. 40~50대와 10대를 동시에 사로잡는 '마의'의 힘이다.

'마의'의 이병훈 PD는 70살이 다 돼가는 대한민국 사극의 거장이다. 일생을 사극만 만들다시피 한 일흔 다 된 사극 연출자가 내놓은 마지막이나 다름없는 작품 '마의'에는 젊은 연출자들 뺨치게 달콤하고 톡톡 튀는 대목이 가득하다. 물론 함께 메가폰을 잡은 최정규 PD의 몫도 크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수용한다는 점이 오랜 시간 수많은 사극을 만들면서도 변화하는 시청자들에게 늘 사랑받아 온 이병훈 PD의 진정한 저력이 아닐까.

지난 13일 방송된 '마의'는 16.8%(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의 전국일일시청률을 기록하며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이병훈 사극 마지막 진화형 '마의'의 승승장구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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