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를 일으킨 청소년, 면죄부를 주어야 할까? 더욱 엄중히 처벌해야 할까? 토론을 한다면 하룻밤을 꼬박 이어질 것 같은 민감한 문제인 청소년 범죄를 다룬 두 영화가 22일 나란히 개봉했다.
딸을 잃은 엄마의 모성을 그린 '돈 크라이 마미'와 13년 만에 아들을 찾은 엄마의 모성을 담은 '범죄소년', 닮은 듯한 이 두 영화의 메시지는 정 반대다.
이정현과 서영주가 모자로 출연한 '범죄소년'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청소년이 범죄소년이 되는 과정과 이 이후의 삶을 다룬다. 존재도 모르는 아버지와 세 살 때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간 어머니, 병으로 누워있는 할아버지까지 겨우 중학교 3학년인 지구(서영주 분)의 삶은 고단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에게 기댈 곳은 친구들뿐이었고 불량 청소년들과 어울리던 지구는 결국 소년원에 가게 된다.
'범죄소년'은 실제 존재하는 범죄소년들이 왜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주고 그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보호와 관심을 받지 못해 우발적인 범죄에 휘말린 범죄소년들을 범죄자의 시각으로 보기 보다는 마음을 열고 보듬어주자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범죄소년' 속 범죄소년 지구는 우리가 상상하는 비행 청소년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표현됐다. 충동적이긴 하지만 나쁜 의도는 아니었다는 정황이 그려지고, 외모에서 오는 느낌도 평범한 학생과 다를 바 없다.
'돈 크라이 마미'는 반대로 청소년 범죄, 특히 성범죄에 대해 공권력이 얼마나 무능하게 작동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돈 크라이 마미'는 하나 뿐인 딸을 집단 성폭행을 하고도 증거 불충분과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은 엄마의 복수를 그린다. 성폭행을 당했고 정액이 검출됐음에도 법정에 선 딸 은아(남보라 분)는 스스로 그들을 찾아가 빌미를 제공했다는 상식 밖의 얘기를 들을 뿐이다.
권현상과 최대철이 연기한 성폭행 가해자도 '청소년'의 모습 보다는 악랄한 모습 위주로 그려진다. 이들은 성폭행을 하고도 반성의 기미는 커녕 성폭행 당시 촬영한 동영상을 빌미로 은아를 협박하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인다.
영화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이였으면 좋겠건만, 이 같은 일은 현실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돈 크라이 마미'의 김용한 감독은 최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법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영화에 출연한 아이돌그룹 유키스의 동호도 성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현 상황에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늑대소년'과 '브레이킹 던 part2'로 감성을 충전했다면, 이번에는 우리 사회를 한 번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두 영화를 함께 보고 토론 한 판 벌이는 것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