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남자' 이광수 "'런닝맨' 이미지 극복 기뻐"(인터뷰)

배우 이광수 ⓒ사진=이동훈 기자

'이광수' 석자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런닝맨', '김종국', '강개리'가 나온다. 최근 마친 KBS 2TV '착한 남자'의 영향으로 '송중기', '이유비'도 뜬다. 시청자들에게는 SBS '일요일이 좋다'의 '런닝맨'코너로 익숙한 인물 이광수, 껑충한 키(190cm)로 '기린'이라 별명이 붙은 그는 예능 속 모습이 더 익숙한 게 사실이지만 가슴 속에는 '배우 이광수'로서 큰 꿈을 그리고 있었다.

'착한 남자' 이광수


이광수는 최근 종영한 '착한 남자'에서 극중 강마루(송중기 분)의 절친 박재길 역으로 출연했다. 재길은 부잣집 아들로, 명문대 경영학과를 줄업한 '고스펙'의 인물이지만 어리바리한 성격에 한없이 착한 심성으로 아무도 그 '스펙'을 믿지 못하는 인물. 여기에 여자라면 환장하는 성격으로 '착한 한량' 같은 캐릭터다. 극중 길에 쓰러진 마루의 동생 초코(이유비 분)를 집에 데려다주면서 '개과천선' 풋풋한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아직 끝난 지 며칠이 안돼서 그런지 실감이 잘 안나요. 연기자, 스태프들과 정말 가족같이 촬영했어요. 배우로서 배운 것도 많은, 평생 잊지 못할 고마운 작품이에요."

이광수는 앞서 영화 '간기남'과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코믹 연기로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약간 진지해지기는 했지만 '착한 남자'에서 역시 그만의 스타일이 살아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광수 스타일'의 연기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것 같다고 하자 "좀 다르게 하려고도 노력했는데 아직 부족하고 경험도 많이 없다"라며 "저만의 무언가를 추구한다기보다는 대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이 대본에서 내가 어떻게 보여 질까 연구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이번 '착한 남자'에서는 이경희 작가가 박재길 캐릭터에 애정을 많이 가져 고마운 게 많았다고 했다.

"이경희 작가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안 해봤던 걸 많이 해봤어요. 박재길에 대해 작가님이 애정을 많이 갖고 써주시는 게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더 몰입하고 하나, 하나 연구하고 열심히 했죠. 아쉬운 점도 있지만 촬영하는 두 달 반 동안 정말 열심히, 집중했습니다."

연구의 결과는 현장에서의 칭찬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극 초반 은기(문채원 분)를 돕기 위해 일본에 간 마루가 재길에게 재무제표에 대해 묻는 장면에서 이광수는 나름의 애드리브를 더했고, 김진원PD의 칭찬을 받았다.

"재무제표를 재길이가 마루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제가 대본보다 좀 더 준비해서 갔더니 감독님이 칭찬을 많이 했어요. 대본에는 '재길, 마루에게 재무제표를 설명한다'식으로 돼있었는데 제가 그 전날 인터넷에서 찾아서 대사를 만들었거든요. 그 장면 촬영 마쳤는데 '이 장면 준비 좀 했구나'하면서 칭찬해주시더라고요."

마지막회(11월 15일)에서 재길은 초코와 결혼, 아이까지 낳은 해피엔딩을 맞았다.

"개인적으로는 해피엔딩을 좋아해요. '착한 남자' 결말이 어떻게 보면 다 행복하고 더 뒤로도 행복하게 끝나는 결말이라서 보시는 분들도 웃음 지으셨을 거라 생각해요. (이)유비는 현장에서도 귀엽고 많이 사랑 받게 행동하더라고요. 유비 때문에 현장에서도 분위기 좋았죠. 재길이와 초코가 결혼해서 아기까지 낳을 줄은 몰랐는데, 있을 법한 로맨스 아닌가요? 하하."

배우 이광수 ⓒ사진=이동훈 기자

큰 키 때문에 이유비와 함께 잡히는 장면에서 다리를 굽히고 찍기도 했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고 했다. 본인 스스로도 이상형으로 '키 작은 여성'을 꼽았다.

"작은 키의 여성을 좋아해요. 한 165cm정도가 이상형이에요."

이광수는 극중 재길과 자신은 비슷하지만 다른 면도 많다고 했다.

"재길이는 속마음을 이야기 안하는 데 저는 달라요. 힘들면 힘들다고 주변인들에게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물으니 재길이와 마루가 술 먹는 장면'을 꼽았다.

"마루가 병에 걸려 머리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마루가 병원에서 나와 재길이와 술을 먹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참 좋았어요. 어떻게 보면 '착한 남자' 통틀어서 마루랑 재길이가 제일 진심이 묻어나는 말을 주고받는 장면이었다고 봐요. 그 장면 들어가기 전에 중기랑 얘기도 많이 하고 그랬어요. 끝나고도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장면이에요."

그는 극중 한재희(박시연 분)를 도왔던 악역 안민영(김태훈 분) 역할은 기회가 되면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냥 나쁜 사람이 아닌 어떻게 보면 한재희를 사랑해서 그런 거잖아요. 그런 멋있는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나쁜 사람이 나쁜 짓을 하는 데 사람들이 봤을 때 나쁜 사람이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명분이 있는 캐릭터가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나쁜 사람 같지 않으면서 나쁜 사람, 알고 보면 나쁜 사람 같은 캐릭터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배우 이광수 ⓒ사진=이동훈 기자

'런닝맨'의 이광수

드라마 얘기를 하다 '런닝맨'으로 화제가 바뀌자 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경우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자 실제 성격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광수는 평소 자신과는 약간 다르다고 했다.

"'런닝맨' 속 모습과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평소에는 좀 차분합니다.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런닝맨'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형들이 이해해주고 다 용서해주니까 한결 편한 편이죠."

배우로서 '예능인'으로 부각되는 건 다소 '마이너스'적인 면이 있는 게 사실. 드라마나 영화 출연시 예능 속 모습이 오버랩 돼 시청자나 관객의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하시는데, 제가 연기력으로 이겨내야 할 부분이겠죠. '착한 남자' 초반에도 저의 재길 연기에 대해 낯설어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착한 남자' 속 제 모습에 몰입해주시고 '런닝맨'의 광수보다는 '착한 남자'의 이광수로 많이들 봐주셔서 감사히 촬영했습니다."

그는 "예능과 드라마가 촬영 분이기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금방 적응이 된다"라며 "친가 갔다 외가 가는 것처럼 분위기가 다르니까 별다른 혼동은 없었다"고 말했다.

리얼 예능은 처음이었지만 역시나 '국민MC' 유재석이 많이 챙겨준다고 했다.

"(유)재석이형이 방송 외에도 문자 등으로 연락해서 '광수야 이렇게,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코치를 많이 해줘요. 저야 늘 감사할 따름이죠."

이광수는 '런닝맨' 속 자신의 모습에 대해 해명도 했다. 항간에는 '이광수가 김종국보다 실제로는 세지만 방송에서 약한 척을 한다'는 루머가 떠돌기도 했다.

"하하, 저 진짜로 (김)종국이형보다 약해요. 제가 두 손 다 사용해도 종국이형한테 한 손으로 제압당하잖아요. 어찌 보면 남자로서 수치심을 느낄 때도 있을 정도에요. 하하. 종국이형 저 잘 챙겨줘요. '런닝맨' 처음 들어가도 한 5개월은 같이 운동도 하고 그랬죠. 운동 할 때도 이것저것 잘 챙겨줬습니다. 그런데 종국이형이 좀 소심한 면이 있어요. 삐치면 잘 풀지 않는 성격이에요. 지난 18일 방송에서 제가 종국이형 배신하고 등에다 물총 쏜 적이 있거든요. 그 촬영 있고 바로 다음날 또 촬영이 있었는데 그 때까지 삐친 게 안 풀려서 좌불안석이었습니다(웃음)."

이광수가 꿈꾸는 '이광수'는 어떤 모습일까.

"'런닝맨'은 잘리지 않는다면 계속 할 겁니다. 제가 추구하는 '배우 이광수'의 이미지와도 어느 정도 맞는 면도 있고요. 옆집 형처럼 대중에게 친근한 배우가 꿈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김수로 선배님을 좋아해요. 제 롤모델이고요. 어떤 역할도 다 하실 수 있고 그냥 재밌다를 넘어 재미도 있으면서 감동도 주잖아요. 저도 재미와 감동을 함께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배우 이광수 ⓒ사진=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