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다섯', 친절한 드라마라서 어려웠다"(인터뷰)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2.11.30 08:00
  • 글자크기조절
image
배우 주지훈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카페 안에 울려 퍼진 유쾌한 웃음소리는 유지호가 다시 배우 주지훈(30)으로 돌아왔음을 실감나게 했다. SBS 주말극 '다섯손가락'에서 감당하기 힘든 슬픔 속에 눈물과 분노를 삼키던 그는 드라마 속 비극을 딛고 한층 성장한 모습이었다.

회색 빛깔의 머리가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였다. "그냥요. 그냥 기분전환이었죠"라고 머리색을 바꾼 이유를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도 괜히 홀가분해진 느낌이 전해졌다.


"'다섯손가락'은 친절한 드라마..배우에겐 어려운 작품."

그도 그럴 것이 '다섯손가락'에서 주지훈은 자신을 끔찍이 증오했고, 자신 또한 유일하게 독한 마음을 품고 복수하려했던 존재인 계모가 알고 보니 생모였다는 줄거리 안에서 폭풍 같은 감정연기를 펼쳤다. 후반부에는 매회 분노 또는 눈물을 쏟아냈던 그였다.

"집을 떠난 엄마를 발견한 제부도에서 지호가 오열하죠. 그리고 차를 타고 가면서 또 울어요. 보통은 하나만 나오는데 이번 작품은 감정신이 많았어요."


매회 쉼 없이 감정과 대사를 쏟아내야 하는 장면이 많아 배우로서 쉽지는 않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르고 어려웠던 작품이기에 깨물어 더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잽이 있어야 훅이 있다고 생각해요. 몸이 데미지를 기억한다고 하죠. 그래서 처음부터 훅을 맞으면 KO가 쉽지 않대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큰 신이 연달아 있어서 많이 상의해서 쪼개면서 작업했어요."

그는 그런 '다섯손가락'을 '친절한 드라마'라고 표현했다. 시청자들에게 친절하기 위해서는 배우들도 더 애쓰고 노력해야 했다.

"상황설명을 대사로 다 해주는 작품이었어요. 그게 연기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감정이 큰데 대사가 많으면 그걸 다 표현하기가 힘들어요. 조용하다 한 번 화를 내면 크게 다가가잖아요. 근데 캐릭터가 계속 화가 나 있다 보니까 표현이 더 어려웠죠. 전개를 빨리하다 보니 중간에 왜 이런 장면들이 있는가에 대한 설명이 되는 배경을 배우가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해요. 어려웠지만 그만큼 정말 많이 배웠어요."

image
배우 주지훈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여주인공 교체, 출연배우 모두에게 쉽지 않았다."

'다섯손가락'은 출생의 비밀, 불륜, 살인, 복수 등 자극적인 소재들을 다룬 만큼 '막장' 논란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김순옥 작가의 전작 '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 '웃어요 엄마' 등에 비추어 드라마가 뚜껑을 열기 전부터 이 같은 우려가 있기도 했다.

"드라마가 처음부터 대본이 끝까지 나와 있지 않았으니까 감독님과 작가님 말을 믿고 가는 거죠. 감독님이 지호라는 역할에 제가 갖고 있는 이미지, 전작들에서 보여준 감성 등 잘 어울린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섬세하고 여렸던 사람이지만 나중에 복수를 하게 된다는 설명도. 그때는 복수가 중심이 될 줄은 몰랐고, 원래 기획과 다른 부분으로 가게 된 것도 분명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끝까지 믿고 갔고 시청자들이 재밌게 봐준다면 좋다고 생각해요."

강한 소재들을 엮어낸 이야기 자체도 실로 강렬했고 매회 전쟁 같은 전개가 펼쳐졌다.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살아오기도 하고 미칠 듯이 증오했던 사람의 친아들로 밝혀지기도 했다. 공감하기 쉽지 않았을 법도 하다.

"극 속의 모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땐 그냥 혼잣말로 투덜대서 '자, 가죠!'하고 집중해요. 모든 작품은 시청자가 보고 느끼는 게 답이라고 생각해요. 보시고 재밌다고 하시면 재밌는 거고 재미없다고 하면 재미없는 거죠. 배우가 이렇다 저렇다 평가를 내리기 힘든 것 같아요."

드라마 촬영 시작 전 여주인공의 교체 또한 '다섯손가락' 출연 배우들에게 시련이었다. 결과적으로 모든 배우들이 함께 노력하고 드라마를 잘 이끌었지만, 작품을 같이 준비했던 동료로서 안타까움은 없지 않았다.

"은정이 힘들 텐데 거론하면 괜히 상황이 안 좋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러웠어요. 동료고 어린 동생이기도하니까요. 꼭 은정이라서가 아니고, 배우가 일주일 전에 바뀌면 모든 연기자가 힘들어요. 개인적으로도 사담도 나누고 연습도 하면서 대본에 그 사람의 이미지를 삽입해서 준비를 하게 되죠. 여주인공뿐 아니라 모든 역할이 마찬가지에요. 그런데 기초공사부터 다시 해야 하니까. 쉽지 않았어요, 당연히."

image
배우 주지훈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어머니는 14살 연상, 연인은 12살 연하. 호흡 어땠냐면..."

다미 역으로 대신 합류하게 된 것은 19살의 나이로 여러 작품에서 여주인공을 꿰찬 진세연. 빠른 94년생인 진세연은 82년생인 주지훈과는12살 나이차이가 났다.

"세연이가 어린 데다 연애 경험이 없다보니까. 러브신에서 그런 게 묻어 나오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감독님이 '목석세연'이라고 놀리시기도 했죠.(웃음) 그렇지만 원래 다미 캐릭터가 세연이의 그런 면들과 닮아 있는 캐릭터라서 더 자연스럽고 좋았던 것 같아요."

상대역과 나이차가 많았던 반면 엄마 역할인 채시라와는 나이차이가 별로 안 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두 사람이 나란히 카메라 앞에서 감정을 잡을라치면 "연인 같아서 안 되겠다"라는 감독의 볼 맨 소리가 절로 나오기도 했다는데.

"아래로 12살 위로 14살 호흡이었죠. 처음부터 '채시라 선배님'이라고 안 하고 일부러 '엄마'라고 불렀어요. '시라 엄마'가 너무 동안이시다 보니까 감독님이 연인 같아서 싫다고 농담도 하셨죠. 스킨십이 있는 장면이라도 있으면 그런 말씀이 더 많이 나왔어요. 채시라 선배님은 모든 신에 집중을 하는 부분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선배들이 워낙 잘 하시니까 저도 그 감정을 이어 받아서 연기하기가 수월했던 것 같아요."

image
배우 주지훈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밴드활동은 행복을 위한 것...모두 누군가를 위해 만든 곡."

피아노가 주요한 소품으로 등장한 이번 작품에서 그의 피아노 실력이 단연 빛을 발했다. 실제로 작곡을 하고 제스터즈라는 밴드 활동도 하고 있는 주지훈. 가수로의 그의 모습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밴드 활동은 그냥 제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제가 부양해야 할 식구가 있고 당장 벌이가 시급하면 하기 힘들었겠죠. 그렇지만 저는 그런 상황은 아니니까, 개인 만족을 위해서 작게 하고 있는 활동이에요."

혹시 앨범을 발표할 수도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원하는 분들이 있다면 낼 수도 있겠지만, 잘 모르겠어요. 돈이나 인기가 목표인 활동은 아니라서. 혹시 음반을 내게 되더라도 가요 프로그램은 못 나갈 것 같아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의 음악의 바탕은 옛 인연들과의 추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제가 만든 노래는 다 누군가를 위해 만든 거예요. 최근은 아니고, 조금 오래된...많이 깊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서"라는 그의 말이 그의 음악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대중문화라는 게 기쁠 때 즐기고 슬플 때 위로 받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장르도 다양하게 있는 거고. 저한테 밴드가 그래요 .저도 행복 하고 싶으니까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거죠."

음악이 그에게 기쁨이자 위로이고 행복인 것처럼, 주지훈도 자신을 보는 사람들에게 그런 연기를 펼치고 싶은 것이리라.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앞서 "드라마는 보는 사람의 생각이 답"이라는 그의 말이 달리 느껴졌다. 작품에 대한 반응에 '쿨'한 것으로 봤지만, 그저 보는 이를 위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그의 섬세함이 음악처럼 와 닿았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