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해를 품은 달'의 김수현, '마의'의 조승우'빛과 그림자'의 안재욱 |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시상식의 계절이 다가왔다. 올 한 해 끊임없는 부침 속에서도 꾸준히 '드라마 왕국'의 자존심을 지켜 왔던 MBC의 연기대상 또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드라마에게 상을 주는 드라마대상으로 치러졌지만, 올해에는 종전처럼 배우에게 대상의 영예를 돌릴 가능성이 높은 상태. 2년만에 배우에게 돌아가는 MBC 연예대상의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까.
가장 유력한 주자는 뭐니뭐니해도 올 초 신드롬적 인기를 모았던 '해를 품은 달'(극본 진수완·연출 김도훈 이성준)의 주인공 김수현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억울하게 죽음을 맞았던 세자빈이 살아 돌아와 오매불망 첫사랑을 기다리던 왕과 끝내 사랑을 이룬다는 강렬한 러브스토리 사극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방송되면서 방송가를 뜨겁게 달궜다. 최고 시청률은 무려 42.2%. 올해 방송된 MBC 드라마 가운데 경쟁자를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주인공 훤 역을 맡은 김수현은 종합선물세트같은 남자의 매력을 과시하며 일약 최고 스타 반열에 올랐다. 훤은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순정파이자 카리스마 넘치는 임금이며, 마음을 주지 않는 여인 앞에서는 냉정하고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는 금세 어린아이로 돌변하는 매력남이었고, 여인들은 훤을 연기한 김수현에게 폭 빠졌다. 진수완 작가 또한 "남자와 소년, 고고함과 유치함이 공존해야 하고, 서늘함과 따뜻함, 순수함과 섹시함이 공존하는 양면성이 필요했다"며 김수현에 대한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88년생 24살이라는 어린 나이가 부담. 과연 20대 중반의 젊은 배우에게 MBC가 연기대상을 돌릴 것인지 관심이 높다.
올해 월화드라마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 '빛과 그림자'(극본 최완규·연출 이주환 이상엽)의 안재욱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주자다. '빛과 그림자'는 쇼 공연단에 몸 담아 엔터테이너의 삶을 살게 된 한 남자의 일생을 통해 1960년대부터 현대까지 한국의 현대사를 되짚어 보는 이 작품. 비록 폭발력은 '빛과 그림자'에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무려 64부작으로 방영되면서 10%대 중후반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한 MBC의 효자 드라마이기도 하다.
안재욱은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주인공 강기태 역을 맡아 존재감을 떨쳤다.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데다 춤과 노래에도 소질있는 재주꾼인 안재욱은 쇼와 노래가 끊이지 않는 이 총천연색 복고 드라마에서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극에 녹아든 캐릭터는 물론이지만 특유의 카리스마로 14회가 연장된 장기 레이스 내내 출연진을 다독이며 형님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장기 방영의 공은 분명하지만 중년 시청자들을 드라마의 폭발력이 '해를 품은 달'에 비해 크지 않았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현재 방송중인 월화드라마 '마의'(극본 김이영·연출 이병훈 최정규)의 조승우 또한 기여도에서는 그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사극거장 이병훈 PD의 복귀작인 '마의'는 말을 고치는 수의사 '마의'에서 출발해 임금을 고치는 어의 자리에까지 오른 실존인물 백광현의 이야기를 담는다. 지난 10월 방송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며 시청률이 20% 돌파 문턱에까지 왔다.
조승우는 주인공 백광현 역을 맡아 팔색조 매력을 뽐내고 있다. 천재적인 의사로 카리스마를 발휘하면서도 능청스럽고 천연덕스러운 남자의 매력을 십분 발휘중이다. 데뷔 후 13년만의 드라마지만 놀랄만큼 빠르게 적응하면서 주인공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후문.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데다 제작진이 어렵사리 공들여 캐스팅한 톱스타 배우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상을 돌리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높다.
50부작의 긴 드라마를 책임지고 있는 조승우지만 드라마가 지난 10월부터 방송, 시상식 시점에서는방송이 중반에 이른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월화드라마가 꾸준히 사랑받은 덕에 올해 MBC 연기대상의 대상 수상자(작) 후보는 월화드라마에 주로 많이 포진했다. 이들 외에도 이밖에도 열혈 중증외과 전문의 최인혁으로 분해 맹활약한 '골든타임'(극본 최희라·연출 권석장 이윤정)의 이성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올해의 스타다. 함께 든든히 극을 떠받친 이선균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여성 스타의 경우 존재감이나 기여도 면에서 남자 스타들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 그러나 종영을 향해 가며 6회 연속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한 '메이퀸'(극본 손영목·연출 백호민 이성준)의 히로인 한지혜의 활약은 여느 남성 스타에 못지 않다. 주인공 해주 역을 맡은 한지혜는 한 여성이 고난과 방해를 딛고 해양 전문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흡인력 있게 그려내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밖에 화제 속에 종영한 일일드라마 '그대 없인 못살아'(극본 김선영·연출 최이섭)의 김해숙이 중견배우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카리스마를 증명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해숙은 대가족을 배경으로 힘든 세상살이와 역경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어머니 장인자로 분해 주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후반부 치매에 걸려 갈등하면서도 가족들을 먼저 챙기는 어머니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 눈물의 여왕으로 등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