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봉진기자 honggga@ |
2012년 한국영화는 1억 관객을 돌파하고, 천만 영화가 두 편 나왔으며, 베니스 황금사자상 수상 등 눈부신 성과를 냈다. 이런 한국영화 약진에는 여성 영화인들의 활약이 큰 몫을 차지했다. 제작자부터 감독, 배우까지 올해 여성 영화인들은 다양한 색깔의 영화들이 관객과 행복하게 만나도록 했다.
스타뉴스는 2012년 한국영화 결산으로 올해를 빛낸 여성영화인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도둑들'로 한국영화 흥행 1위를 차지한 케이퍼필름의 안수현 대표, 첫사랑 열풍을 일으킨 '건축학개론' 제작자 명필름 심재명 대표,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20대에서 30대로 끌어올린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만든 영화사집 이유진 대표, 환상멜로를 국내에 안착시킨 '늑대소년' 김수진 비단길 대표, 여성을 통해 시대적 아픔을 은유한 '화차'를 연출한 변영주 감독, 상반기와 하반기 관객을 사로잡은 배우 배수지와 박보영이 그 주인공들이다.
"지금이 최고 기쁘고 감사하죠."
'과속스캔들'에서 철없는 아빠와 티격태격하던 당찬 소녀가 가슴 설레는 멜로로 올 가을 여심을 사로잡았다. 영화 '늑대소년'의 박보영은 송중기 이상의 존재감을 보이며 올 하반기 가장 '핫'한 여배우로 떠올랐다.
대세로 떠오른 송중기와 멜로를, 그것도 그를 버리는 순이를 연기했음에도 여성 관객들에게 지지를 받는 특별한 배우 박보영.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보영을 만났다.
박보영 만큼 여성관객들에게 안티없는 여배우가 또 있을까. 박보영을 만나자 마자 '늑대소년'의 축하와 함께 여성 관객들의 지지까지 얻어낼 것까지 함께 축하를 건넸다.
"처음에는 걱정했어요. 아무래도 중기오빠 팬들도 많고 해서 부정적으로 보시거나 미워하지 않을까 했는데 순이가 얄미운 캐릭터로 그려지지 않아서 사랑을 많이 주신 것 같아요. 감독님 덕분이죠. 얄밉지 않게 만들어주셔서. 이번에 무대인사 하면서 여자분들이 뭘 주시기에 당연히 중기오빠 팬인 줄 알았는데 주에게 주시더라고요. 당황했는데 기분은 굉장히 좋았어요."
올 하반기 팬이 부쩍 늘어난 그는 어린 팬들이 '조공'(팬들이 단체로 선물이나 간식을 챙겨주는 것)을 하는 것이 걱정스럽단다.
"저는 아직 팬분들이 어리신데 선물을 보내주시고 하는 건 용돈을 모아서 주시는 거잖아요. 저한테 보내지 마시고 본인에게 쓰셨으면 좋겠어요. 손편지 같은 걸 받는 게 오히려 기분이 좋아요."
주연배우가 아니라 한 사람의 관객으로 봤을 때 '늑대소년'이 650만 관객을 모은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박보영은 여심을 꿰뚫은 조성희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감독님이 여자들의 심리를 정말 잘 아세요. 어쩜 이렇게 사춘기 소녀의 감성을 잘 아실까 했어요. 철수는 여자들이 항상 바라는 로망이잖아요. 나만을 바라봐주고 지켜주는. 마지막에 다시 만났을 때 지금도 너무 예쁘다고, 심지어 늙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에서 많이 무너지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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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순이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던 두 남자 송중기와 유연석, 무대인사를 다니면서도 서로 박보영 챙기기와 놀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매너와 위트를 겸비한 두 배우 덕에 행복한 마음으로 촬영을 했다.
"둘 다 여동생들에게 하는 행동과 매너가 몸에 배어 있어요. 저 뿐만 아니라 여자 스태프분들도 잘 챙겨주시고요. 저는 완전 좋았죠.(웃음) 워낙 둘 다 장난기가 많아요. 처음에는 오빠들이 장난칠 때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였어요. 왜 이런 말을 나한테 하지? 이 말은 무슨 뜻이지? 하면서요."
박보영을 만나기 전날 박보영 버전의 엔딩이 담긴 '늑대소년 확장판'이 개봉했다. 달라진 엔딩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순이를 연기한 박보영에게 직접 물었다.
"매듭을 지은 느낌이 들어요. 어린 순이로는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떠났잖아요. 잠깐이지만 그때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철수에게 내가 미안했다는 말을 하면서 마무리를 지었다고 생각을 했어요. 어느 쪽이 마음에 드느냐 하면 사실 객관적으로 볼 수는 없어요. 애정은 제 것에 많이 가는데 영화 흐름에는 할머니의 모습인 것이 감정적으로 맞는 것 같아요."
박보영에게 붙던 수식어 '국민 여동생'. 이 얘기를 떠내자 박보영은 감사함과 동시에 아쉬움을 담아 대답했다.
"이번에는 여동생을 벗어나 소녀에서 숙녀가 된 것 같다는 말에 '와!'하고 좋아했어요. '국민 여동생'이라고 불러 주시는 것도 물론 저야 좋죠. 관심을 주시고 사랑해주신다는 것이니까요."
'건축학개론'의 수지와 한가인,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임수정, '도둑들'의 전지현 김혜수 김해숙 등 올 한해는 독특한 여성캐릭터들의 활약이 굉장했다. 사랑받은 여배우 중 한 명인 박보영은 '도둑들'의 씹던껌 김해숙에게 엄지를 들었다.
"씹던껌이 정말 매력 있었어요. 중년의 로맨스가 너무나 좋았어요. 마지막까지 마음 아픈 사랑이여서 '안 돼!'이러면서 봤어요. 김해숙 선생님이랑 꼭 한 번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박보영, 연말까지는 이미 잡힌 스케줄로도 한 달이 모자라단다. 내년의 계획을 묻자 많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실 지금은 인기나 그런 것들이 잘 안 느껴져요. 사람들은 '좋겠다, 축하한다'고들 하시는데 피부로 와 닿지는 않아요. 예전에는 '잘해야지' 하는 욕심이 있었는데 이제는 마음을 좀 편하게 하고 현실에 만족하려고 노력 중이예요. 예전보다 많이 내려놨어요. 내년에는 그냥 열심히 해서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요. 아직 20대 중반이니까 지금 해볼 수 있는 걸 많이 해봐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