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부터 '놀러와', '엄마가 뭐길래', '최강연승 퀴즈쇼Q' <사진제공=MBC> |
MBC가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 토크쇼 '놀러와'에 이어 퀴즈 프로그램 '최강연승 퀴즈쇼Q'까지 폐지한다. 연말 시즌2를 마무리하는 '나는 가수다'까지 더하면 연말부터 연초까지 무려 4개의 프로그램이 연이어 자취를 감추게 되는 셈이다.
MBC는 지난 5일 시청률 저조를 이유로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의 폐지를 전격 결정했다. 사전 논의나 귀띔이 전혀 없었던 터라 제작진, 출연진의 반발이 상당했다.
지난 7일 전격 단행된 '놀러와'의 폐지 결정도 비슷했다. 9년간 방송되며 사랑받은 프로그램이었지만 이틀 전 녹화 당시까지도 그것이 마지막 촬영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제작진이나 출연진은 없었다. 저조한 시청률이 발목을 잡았다. 올들어 '놀러와' 시청률이 하락하며 4~5%대 시청률을 기록하자 연초부터 폐지설이 나왔다.
'나는 가수다' 시즌2가 현재 방송중인 '가왕전'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는 것은 이미 예정된 사안이었다. 그러나 금요일 오후 9시대로 시간을 옮겨 신선한 퀴즈쇼로 평가받으며 자리잡아 가던 '최강연승 퀴즈쇼Q'의 폐지 소식이 11일 더해졌다. 역시 이유는 시청률이다. '최강연승 퀴즈쇼Q'의 지난 7일 시청률은 4.2%(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였다.
폐지가 결정된 프로그램들은 모두 4~5%의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시청률이 저조한 프로그램은 폐지가 답이라는 듯한 최근 MBC의 움직임은 큰 아쉬움을 남긴다. 그 저조한 시청률이 과연 프로그램만의 문제인지 또한 생각해볼 문제다.
'엄마가 뮈길래'는 시트콤 명가 MBC의 명성을 잇는 프로그램이었다. 자리잡아가던 프로그램에 찬 물을 먼저 끼얹은 게 MBC였다. 김재철 사장의 지시로 오후 9시 방송되던 '뉴스데스크'가 오후 8시로 자리를 옮기면서 시트콤과 일일극 시간대가 요동쳤다. '엄마가 뭐길래'는 제 자리를 잃고 월요일과 화요일에 2편씩이 연이어 방송됐다. 그로부터 약 한달만에 전격 폐지가 결정됐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분통이 터지는 게 이상하지 않다.
'놀러와' 역시 평탄하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세시봉 콘서트' 등 굵직한 기획을 성사시키며 사랑받던 '놀러와'가 휘청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신정수 PD가 '나는 가수다' 연출자로 착출된 이후. 갑작스럽게 연출진이 바뀐 프로그램은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이후 경쟁 프로그램이 치고 올라오며 '놀러와'가 자리잡지 못하자 올 초부터 내부에서 폐지설이 나올 만큼 프로그램을 흔들어 왔다. 최근 새롭게 '놀러와'를 맡은 정윤정 PD가 의욕적으로 새 코너를 선보이며 호평받는 와중에 내린 폐지 결정은 더 급작스럽다.
MBC '최강연승 퀴즈쇼Q'는 어떤가. 비록 시청률이 높지 않았지만 시청자들의 지지와 성원이 대단한 프로그램이다. '퀴즈 선수'를 선발하는 여느 프로그램의 어려운 상식, 전문지식 일변도 퀴즈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순발력, 두뇌 회전을 요하는 '최강연승 퀴즈쇼Q'의 신선한 문제는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시간대를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집계한 프로그램몰입도지수(PEI)에서 5위에 오를 정도였다.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얼마나 몰입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MBC는 지난 한 해 가장 많은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폐지한 지상파 방송사다. '일밤' 시간대에서만 '뮤직 버라이어티 룰루랄라', '꿈엔들', '남심여심', '무한걸스', '승부의 신'이 방송됐다 사라졌다. 12년만에 돌아온 주병진이 의욕적으로 선보인 '주병진 토크 콘서트'가 결국 6개월만에 폐지된 목요일 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보석의 쥬얼리 하우스', '정글러브', '신동엽의 게스트 하우스', '부부 위기극복 프로젝트 님과 함께' 등이 반짝 하고 사라졌다. '일밤'은 여전이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고 목요일 밤은 전통의 '무릎팍도사'가 돌아와서야 폐지 연타가 진정됐다.
그래도 MBC는 "시청률 1등"을 부르짖으며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는 프로그램에 예외없는 폐지 결정을 이어가고 있다. 시청률이 낮으면 사라지는 게 맞다는 방송사의 손익 계산법을 감안하더라도 그 방식과 폐지 결정 과정에 대한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고심 끝에 탄생한 프로그램이 날개를 펼칠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고 이어지는 성급한 폐지 결정은 덜 준비된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고 이는 또 시청률 저조와 폐지라는 쳇바퀴 돌기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폐지, 또 폐지를 이어가는 MBC에 대한 시청자들의 차가운 시선은 또 어떤가. 진정 괜찮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