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
2012년 KBS 드라마는 그야말로 풍년이었다. 주간 시청률 상위권을 거의 다 점령했고 작품성도 탄탄한 웰메이드였다. 작품과 함께 연출자들도 주목받았다.
대표적으로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김형석PD, KBS 2TV '적도의 남자' 김용수 PD, KBS 2TV '각시탈' 윤성식PD 등이며 공통 키워드가 있다면 바로 단막극이다. 단막극을 통해 스타 연출진으로 거듭났다.
하반기에도 지상파 3사 중 유일한 단막극인 KBS 2TV 드라마스페셜 단막 시즌3(이하 '드라마스페셜')이 편성됐다. 마지막 작품을 남겨놓고 유종의 미를 거둘 일만 남았지만 KBS 이사회가 예산삭감을 예고.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이에 KBS 드라마국 평PD들은 18일 'KBS 드라마의 숨줄을 끊지 마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작가는 자신의 기획을 가장 먼저 KBS에 들고 오고 배우는 타 방송사에 절반을 제시하는 드라마 출연을 고심 끝에 받아들인다. 이 모든 것이 KBS 드라마가 힘겨운 여건 속에서도 선전한 비결이다"고 밝혔다.
이어 "힘겨운 여건 속에서도 단막극을 위해 배우에게 호소하고 제작진에게도 호소한다. 지금 간신히 굴러가고 있는 것이 편당 예산 8천만원이다"고 밝혔다.
이들은 " 회사 경영이 어려우니 절반 삭감해서 만들라고 하는 것, 계산기를 두드리며 단막을 포기하라고 한다"고 전했다.
또한 "지금 이사회가 심의중인 내년 예산안을 결단코 용납 할 수 없고 단막 제작비를 현실화 시킬 것을 요구한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제작거부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무지와 맞서 싸울 것이다"고 밝혔다.
이처럼 드라마스페셜은 존폐를 위협하는 예산 난관에 부딪혔다. 수익논리에 의거하거나 숫자로 판단하기에는 드라마스페셜이 갖고 있는 의미가 많기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드라마스페셜 단막 시즌3은 지난 6월 첫 번째 작품인 '습지생태 보고서'(극본 한상운 연출 박현석)로 스타트를 끊었다. '삼포세대'로 일컫는 88만 원 세대의 웃지 못 할 애환을 실감나게 담았다. '역시 단막극'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여기에 '걱정 마세요 귀신입니다'(극본 황다은 연출 이은진), '내가 가장 예뻤을 때'(극본 이현주 연출 백상훈), '친구 중에 범인이 있다'(극본 권기영 연출 노상훈) 등 감각적인 영상과 참신한 콘텐츠들을 선보였다.
또한 '유리감옥'(극본 백혜정 연출 이응복), '칠성호'(극본 마창준 연출 김진우) 등 드라마스페셜만이 할 수 있는 장르물도 볼 수 있었다.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시청할 수 있을지 기다리게 했고 시청자 역시 다양한 콘텐츠들을 접할 수 있었다.
이처럼 드라마스페셜은 시청자들이 흔히 접할 수 없는 소재, 장르를 선보였다. 배우 역시 이종석, 박신혜 등 라이징 스타부터 안내상, 서갑숙, 이문식 등 탄탄한 내공의 연기파 배우까지 믿고 볼 수 있는 이들이었다.
고정 4~5%대(AGB닐슨, 전국일일기준)를 형성했던 시청자들은 심야시간임에도, 다음날 월요병에 시달릴 것을 알지만 리모컨을 붙잡고 시청한다.
이런 상황에서 '상권이'(극본 김진우 연출 유보라)가 기록한 자체최고 기록 6.1%는 엄청난 성과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연출은 안방극장에 '짧지만 강한 한방'을 남겼다. KBS가 지금의 드라마왕국이 되기까지 밑거름 역할을 했기에 이번 자체최고 기록도 주목해야 한다.
그렇기에 예산 삭감 논의 자체가 안타까운 부분들이 많다. 드라마스페셜이 없다면 신인 작가, PD들은 어디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연기만 바라보는 배우들은 브라운관에서 연기를 과연 할 수 있을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드라마 국 한 PD는 스타뉴스에 "지금도 보통 미니시리즈 제작비 3분의 1 수준이자 정말 마지막 선으로 규정한 8천만원 으로 촬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절반을 삭감한다는 것은 그냥 우리보고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PD는 "드라마 PD들에게는 현장에서 연출하는 것이 꿈이고 무대다. 단막극이 그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인데 미래에 투자하지 않고 수익을 창출한다는 논리가 이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늘 고생하는 제작진에게 미안해야 하고 배우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촬영한다.
한편 드라마스페셜은 2013년 1월 6일부터는 연작시리즈로 진행된다. 첫 번째 작품은 상반된 삶은 살은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를 담은 '시리우스B'(극본 김성희 연출 모완일)이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