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정 기자 photonine@ |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은 KBS에서 방송되던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의 음식판이다. 친숙하게 접해오던 주변 먹거리들에 하나하나 딴지를 걸고 검증을 하면서 먹고사는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여전히 '이영돈 PD'로 불리는 이영돈(57) 채널A 상무가 직접 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름을 내세운 프로그램답게 진행도 내내 직접 한다.
KBS교양 프로그램 출신인 그는 입사 4년만에 호주 이민을 떠났다가 SBS 시사교양 PD로 재입사했다가 다시 KBS로 옮겼다가 화제를 뿌리며 종편 출범과 함께 채널A로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은 인물이기도 하다.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내내 '소비자 고발'을 비롯해 '그것이 알고싶다', '생로병사의 비밀' 등 수많은 시사교양프로그램에 참여해 왔다.
이제 종편으로 옮긴 지 1년여, '먹거리 X파일'은 종편 고양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3.5%(AGB닐슨, 수도권 유료방송가구 기준)까지 시청률이 오르는 등 톡톡히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영돈 PD 또한 화제의 인물에 올랐다. 그가 시험대에 놓인 음식 앞에서 매번 하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라는 멘트는 신동엽의 '이엉돈 PD' 패러디까지 낳으며 유행어에 등극했다. 궁금했다. 이 분은 대체 어떻게 사시나. 대체 뭘 먹고 사시나.
-프로그램 진행과 연출, 채널 간부까지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고 있다. 대체 어떻게 사시나.
▶빨리 가서 사우나를 하든 잠을 자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피로를 회복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금도 상무 직책을 맡고 있으면서도 프로그램도 하고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다. 책도 준비하고 있고. 예전부터 일을 하나만 한 적이 거의 없다. 이게 다 스타일이고, 체질이고, 팔자인가 보다. 보통 새벽 2∼3시에 자고 아침 7시 좀 넘으면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밤 12시에 들어가든 1시에 들어가든 모든 채널들을 다 돌려보고 VOD 영화도 본다.
KBS에서 이리로 옮겨서는 이전보다 한 30%는 일을 더 하는 것 같다. 신경써야 할 게 너무 많으니까. 예전에 '소비자고발' 하면서 용하다는 점쟁이들도 많이 만나봤다. 그래도 궁금하지 않나.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자수성가'한다고. 참 그게 좋은 이야기가 아니다. 남 덕 못보고 혼자 다 알아서 한다는 거다. 그래서 이렇게 하고 있다.
-tvN 'SNL코리아'에는 '이엉돈PD의 소비자고발'이라고 신동엽이 패러디하는 코너도 있다. 본 적이 있나.
▶봤다. 출연 요청도 왔는데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결국 고사했다. 예전 '소비자 고발' 시절에서는 '개그콘서트' '황현희의 소비자 고발' 출연 요청이 있었는데 그 때도 안 나갔다.
카메라가 있으면 뭔가가 아주 어색하다. 그나마 내 프로그램은 나은데 다른 프로그램은 더하고, 특히나 손을 어떻게 둬야 할 지 모르겠다. 여튼 자연스럽지가 않다. 그걸 신동엽씨가 흉내를 내더라. 진짜 개그맨이다. 원고도 잘 쓰시는 것 같고. 내가 가서 똑같이 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다고 생각을 해 보시라. 사실 그게 이영돈 스타일이다. 일부러 만들었다기 보다 원래 어휘력이 없다. 먹을 때 딱 생각나는 표현가지고 말을 한다. 그러다보니 '아 맛있는데요', '깊은 맛', '감칠맛'… 몇 개가 계속 나온다. 섹스 코드까지 섞어 놓으니 '이엉돈PD' 등장 이후에 '먹어보겠습니다' 하는 것도 난감할 때가 있다. 어쩌나, 그냥 하던 대로 한다.
ⓒ구혜정 기자 photonine@ |
▶과거에도 먹거리 코드를 넣었을 때 시청률이 높고 시청자의 관심이 높았다. 종편으로 옮겨 채널 친숙도를 높이는 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여기에 내가 가진 인지도나 신뢰도를 더하면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기본적으로 먹거리란 본능이 아닌가.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뜨거운 반응을 예상했나.
▶그 소재를 어떻게 요리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저는 그걸로 추리물, 수사물을 만든다고 생각했다. 실제 추리소설을 굉장히 좋아한다. 공포영화, 스릴러 영화는 극장에 가서든 VOD든 꼭 보는 편이다. 추리물의 요소를 넣어서 사람들이 끝까지 볼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스튜디오에서 시연을 하고 판을 벌이는 부분은 예능적 요소로 볼 수 있다. 각 요소를 적절히 결합했을 때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불안의 시대에 안전이라는 테마를 건드린 점도 유효했다.
▶이전보다 더 안전한 시대가 됐음에도 그에 대한 요구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죽거나 다쳐야 회자가 되고 사람들이 흥분했는데 지금은 그 정도가 달라졌다. 대표적인 관심사가 먹거리다. 아주 민감한 소재가 됐다. '그렇게 먹어도 안 죽어' 정도로 달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거다. '그런 걸 먹고 살아야 하나'라고 사람들을 긁는 셈이다.
-신년특집에서도 다룬 MSG가 대표적이다.
▶방송에서도 밝혔다시피 MSG는 사용량에 제한이 있는 유해물질은 아니다. 그렇다고 건강에 영향을 아예 안 끼친다고 할 수도 없다. 거듭 다뤘지만 조미료를 치면 재료가 신선하든 상하기 직전이든 다 비슷비슷해진다. 냉면육수를 다룰 때도 보면, 조미료 떡칠을 한 것보다 제대로 만든 게 맛이 없다. 조미료를 큰 숟가락으로 두세 숟가락 넣은 데 열광한다. 조미료 덕에 천연의 맛과 조미료 맛 구분에 둔감해진 탓이다. 조미료 맛이 우리의 맛이 돼 버렸다. 다 그러다 보니 먹을 곳이 진짜 별로 없다. (조미료 안 쓰고 정직하게 요리하는) '착한 식당'을 찾는 이유다.
-잘못된 점을 고발하는 것 외에 '착한 식당' 선정하는 것도 까다로운 작업일 것 같다.
▶제보도 받고 여기저기 찾아가보기도 하는데, 자기네가 착한 식당이라고 스스로 제보를 올리는 경우도 꽤 된다. 자질구레하게 식당 원주인이 우리 이름도 밝혀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선정되면 장사가 잘 되고 하니까 그러지만, 잘못 선정하기라도 하면 큰 문제라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려고 한다. 음식에 정확한 1,2,3위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선정된 사람들은 진짜 착해 보인다. 착한 사람들이 가족 먹이듯 만드는 음식은 착한 음식일 수밖에 없다.
-꾸준히 '착한식당'을 늘려가는 것이 소기의 목표일 텐데.
▶결국 나중에 하고 싶은 게 그런 거다. 우리나라에는 미슐렝 가이드 같은 게 없지 않나. '착한 식당'이 믿고 먹는 인증으로 자리 잡게 하고 싶다. 제 이름을 건 일이기도 하고, 굉장히 큰 사업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 '착한 식당'이 스물 몇 개인데도 일이 많다. 항의도 방송국 쪽으로 많이 온다.
<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