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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딸 김서현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
"음악 하는 이유요? 상처받은 사람들에 희망을 주기 위해서죠. 아버지는 오디션 프로그램 멘토지만, 저는 사람들에 음악을 통한 멘토이고 싶어요."
록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의 딸 김서현(16)은 다부진 각오를 품었다. 음악에 대한 열정도, 음악을 대하는 자세도 사뭇 진지하다. 끼와 재능을 아버지를 쏙 빼닮았지만 음악을 향한 노선은 분명하다. 김서현, 아니 크리스(Kris)는 "예술을 무기로 세상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는 담대한 포부를 가슴에 새겼다.
크리스란 예명을 택했다. '말레이 민족의 고유한 단검이 액운을 막아준다'는 의미에서 세상과 소통할 이름으로 '크리스'라 정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가수의 꿈을 꾼 겁 없는 소녀의 도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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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딸 김서현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
"음악천재라고 주위에서 말씀하시지만 전 아직 음악을 잘 몰라요. 제 음악을 듣고 단 한 사람이라도 희망을 갖는다면 더 바랄 게 없죠. 음악은 제가 겪은 과거를 표현하는 수단이에요. 음악만큼 솔직한 게 또 있을까요?"
열여섯이란 어린 나이지만 성숙한 음악관을 지녔다. 아직 한국말이 서툴기도 하지만 음악을 대하는 방법은 꽤 능숙하다. 아버지를 닮아 어쿠스틱, 일렉트릭, 클래식 기타를 차례로 마스터했고 열네 살 때부터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스쿨 밴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음악은 곧 '놀이'이자 '소통'이었단다.
김서현은 당초 미국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면서 밑바닥부터 경험을 쌓고자 했다. 하지만 김태원이 한국에서 음악을 시작하는 것을 권유해 아버지의 품에 안겼다. 김태원은 음악적으로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안티, 소위 말해 상처를 여유롭게 대하라"는 조언뿐이었다. 서현은 열여섯 나이에 겪은 경험으로 자신만의 탑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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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딸 김서현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
오는 31일 발매되는 데뷔 싱글 '크리스 레오네(Kris Leone, 레오네는 사자·용기라는 뜻)'에는 김서현의 자작곡 2곡이 실렸다. 타이틀 곡 '인투 더 스카이즈(Into the Skies)'는 슬픈 일이 있어도 희망을 갖자는 메시지를 담았고, '굿바이(Goodbye)'는 6학년 때 가족이 있는 필리핀을 떠나 혼자 남아공으로 공부하러 가면서 만든 노래다. '희망'이란 공통의 키워드가 모던 록으로 담담하게 표현됐다.
"제가 음악을 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받았듯이 제 음악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음악을 만든 사람, 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가 말이죠."
국내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김태원에게 특별 강습을 받진 않았을까. 전설의 록 밴드 밴 헤일런(Van Halen)의 '이럽션(Eruption)' 핑거 피킹(기타의 주법으로 프렛 피크를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피킹하는 스타일)을 배운 게 전부. 김서현은 통기타 뿐 아니라 여러 기타 연주법을 스스로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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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딸 김서현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
"아빠는 가요계에서 대선배잖아요. 그래도 저와는 노선이 달라요. 제가 아무리 어리지만 살아온 과거가 다르기 때문에 음악취향도 다를 수밖에 없어요. 아! 신기한 얘기도 들었어요. 제가 만든 곡을 부활 멤버 분들한테 들려드린 적이 있는데 아버지의 초창기 시절 음악과 코드가 닮은 구석이 있다 하시더라고요. 제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들은 음악이 저도 모르게 표현된 것일 수도 있고요.(웃음)"
김서현의 음악적 롤 모델은 고 마이클 잭슨. 마이클 잭슨의 파격적인 무대나 퍼포먼스는 흉내 낼 수 없지만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소통한 그만의 메시지를 닮고 싶기 때문이다. '힐 더 월드(Heal The World)'처럼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 바람에서다.
아버지가 멘토로 출연 중인 MBC '위대한 탄생'에 나갔다면 어땠을까. 아버지와 딸이 아니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저는 노래를 잘 하는 편도 아니고 분명히 떨어졌을 거에요. 하지만 저는 제 음악을 하는 것뿐이니까요. 아빠와 음악은 달라도 목표는 같아요. 음악을 희망을 주자는 거죠. 그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