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우스' 서준영 "낯설어요? 발연기했으면.."(인터뷰)

KBS 2TV 드라마 스페셜 연작시리즈 4부작 '시리우스'의 서준영 인터뷰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3.02.0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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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영ⓒ구혜정 기자


배우 서준영(26)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막을 내린 KBS 2TV 드라마 스페셜 연작시리즈 4부작 '시리우스'(극본 원리오 연출 모완일)에서 1인 2역을 소화했다. 극중 전혀 다른 성격의 쌍둥이 형제 도은창, 도신우 역할을 맡았다.

서준영이 주연한 '시리우스'는 하루아침에 범죄자와 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운명이 바뀐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 두뇌게임과 추격전을 통해 오랫동안 서로의 마음속에 묻어둔 애증관계를 풀어냈다.


이 드라마는 일요일 심야 편성으로 2~3%대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탄탄한 구성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서준영의 열연이 더해져 '시리우스'는 단막극임에도 불구하고 올 초 최고의 화제작이 됐다.

서준영은 '시리우스' 종영 후 몸도 마음도 편해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드라마를 마치고 '방황하는 칼날'을 촬영 중인 그를 만났다.

"지난 한 달 동안 '시리우스' 촬영과 '방황하는 칼날'을 병행하면서 촬영했어요. '시리우스'의 모든 촬영이 끝난 후 영화 촬영장에서 '얼굴 폈네'라고 감독님이 말씀하실 정도였죠. '시리우스'는 그만큼 제게 심신이 힘들었던 작품이에요."


서준영에게 '시리우스'는 1인 2역, 감정표현, 액션까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작품으로 남았다.

"'시리우스'는 절대 가벼운 얘기가 아니에요. 두 명을 소화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어요. 외모부터 성격까지 전부 극과 극이니까요. 단막극 4부작이지만 보통의 미니시리즈 이상 촬영했어요. 자칫 잘못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캐릭터가 튈 수 있어서 매 신이 줄타기 하는 기분이었어요."

'시리우스' 결말, 도은창이 죽었다면 더 애절했을 텐데.

서준영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모든 신이라고 말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어느 신 하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다고.

"모든 신이 임팩트가 있어서 사실 힘들었어요. 보통 드라마 특성상 살리려고 하는 신이 있으면 다른 신은 임팩트를 빼요. 하지만 '시리우스'는 그럴 수 없었어요. 1인2역이라 저 혼자 울고 웃고 하는 모습만 보여질까봐 촬영할 때마다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표정부터 감정 조절까지 정말 힘들었어요."

서준영은 데뷔 후 첫 1인2역에 도전했던 소감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죽겠다'는 말을 제일 많이 했다고 했다. '당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알게 됐다는 그다. "단 음식을 많이 섭취했음에도 체중은 8kg이나 빠졌어요. 그만큼 '시리우스'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시리우스'는 쌍둥이 형제가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며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1회부터 4회까지 '시리우스'를 본 시청자라면 '도은창, 도신우 중 한 명은 죽을 수 있다'는 결말을 예상하지 않았을까. 결말에 대해 서준영은 더 극적으로 갔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시리우스' 마지막 회에서 극중 병원에 입원한 은창이 곁에 신우가 꿈을 꾸는 장면이 제가 알던 결말이었어요. 몽상, 상상신이 아닌 형제의 행복한 결말을 보여주는 것이었죠. 그동안 '시리우스'가 보여준 것을 생각하면, 이 결말은 안 맞죠. 감독님이 이를 두고 '신파의 느낌이 날 것 같아. 편집을 잘 할게.'라고 하셨어요. 편집된 방송을 봤는데 정말 잘 나왔어요."

서준영이었다면 '시리우스'의 결말을 어떻게 끝맺음을 했을까. 그가 주인공이니 주인공의 생각이 궁금했다.

"만약 은창이가 죽었다면 신우는 더 미안해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그래서 4부 초반에 은창이를 죽였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은창이와 신우가 서로 더 반대로 갈수록 더욱 애절해질 것 같아요. 하지만 주위에서 이렇게 되면 드라마가 너무 아파진다고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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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영ⓒ구혜정 기자


감성을 잃어버렸다. 멜로, 못하겠다.

'시리우스'에서 도은창, 도신우 형제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고석민(류승수 분). 그는 능글맞은 웃음 뒤에 절대 악인이었다. 시청자 입장에서 얄미워도 너무 얄미웠다. 서준영 역시 고석민 역의 류승수가 얄미울 때가 있었다고 밝혔다.

"(류)승수 형은 제 멘토이기도 해요. 그런데 촬영 때 감정이 있으니 얄밉더라고요. 실제로는 정말 착한데 말이죠. 그리고 형이 극중 더 독해지려고 하면 제가 움츠려야 해요. 형이 돋보일 때 '내가 주인공이었던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리우스'에는 뚜렷한 멜로라인이 없었다. 은창을 좋아하는 소리(조우리 분), 신우의 연인인 김안나(엄현경 분)가 있었지만 눈에 띄는 멜로는 없었다. 서준영은 멜로에 대한 미련은 없었냐고 묻자 감성을 잃어버렸다고 토로했다.

"전작부터 남자 배우들하고만 연결되어 있었어요. 이제 감성을 잃어버려서 멜로는 못할 것 같아요. 촬영장에 엄현경씨가 오면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고요. 남자들끼리는 말도 편하게 하는데 말이에요."

서준영이 낯설다? 발연기 했으면 이름을 기억하셨을 텐데

배우 서준영. 아는 이들은 알겠지만 그는 2005년 드라마 '건빵선생과 별사탕' 이후 올해까지 매년 안방극장을 찾았다. 하지만 시청자들 중에는 아직 그를 낯설어 하는 이들도 많다.

"배우 서준영이라고 했을 때 작품 속 제 캐릭터를 딱 떠올리셨으면 좋겠어요. 작품 속 캐릭터, 이름을 기억하고 계신 시청자들이 있다면 제가 잘 소화한 것이겠죠. 제가 발연기했다면 극중 이름이 아닌 서준영으로 기억하시겠죠."

연기도 진지하게 다가가고 싶다는 서준영이다. 배우로 아직 갈 길이 더 남은 그에게 롤 모델을 물었다. 돌아오는 그의 답은 '연기 잘하는 모든 선배님'이다.

"연기 잘하시는 선배님들의 장점은 다 배워보고 싶어요. 하지만 그 것을 제가 가져온다고 해도 제 것이 될 수 없어요. '뿌리 깊은 나무'에서 한석규 선배님과 부자지간으로 출연했는데, 주변에서 제게 한석규 선배님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닮았다고 하세요. 최고의 칭찬이지만 제가 따라할 수 없어요. 제가 그 분을 따라한다면 저는 대단한 사람인 거예요. 따라할 수도 없고 가져올 수도 없지만 한석규 선배님의 인격은 가지고 싶어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우러러 보게 되는 선배님이시거든요."

20대 중반이 된 서준영은 현재 자신에 대해 '아직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돌아보면 부끄러운 것들이 많다는 그다. 어른이 되는 전환점 첫 번째는 결혼, 두 번째는 아기였다고.

"연기든 삶이든 돌아보면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들이 많죠. 지금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 부끄러워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요. 25살에 했던 실수는 그 나이라 가능했던 거예요. 같은 실수는 반복할 수는 없어요."

서준영은 '양치질을 해도 성의 있게 해야지'라는 마음가짐으로 2013년을 보내겠다고 한다. 연기든 일상생활이든 진심을 담아 보내겠다고 했다. 현재 영화 촬영 중인 서준영은 올해는 많은 작품에 출연할 것 같다는 느낌을 전했다. 2013년 하반기 방송, 영화 연말 시상식에서 서준영의 시상이 내심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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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영ⓒ구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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