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리 "'남쪽' 민주, 책보다 더 상큼해졌어요" (인터뷰)

영화 '남쪽으로 튀어' 최민주 역 한예리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3.02.1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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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혜정 기자
ⓒ사진=구혜정 기자


늘씬하고 긴 팔다리에 쌍꺼풀이 없는 묘한 얼굴, 때로는 순박해 보이고 때론 장난스러워 보이고, 어느 순간에는 농염한 배우. '백년해로 외전'에서 한예리(29)를 처음 봤을 때 노란 머리를 하고 해맑게 웃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그 모습에 '이 배우는 누구지?'하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아직 많은 관객들에게는 낯설지만 오히려 그 낯선 느낌이 무언가를 발견한 것 같은 즐거움을 줬다.

'코리아'에서 만난 한예리는 순수하고 겁 많은 소녀 유순복이었고, '남쪽으로 튀어'의 한예리는 누구보다 당찬 민주였다. 실제로 만나본 한예리는 '남쪽으로 튀어'의 민주를 더 닮아 있었다. 민주처럼 당차고, 긍정적이고, 싱그러운 매력이 있는 한예리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두 권에 달하는 책의 내용을 두 시간 남짓의 영화로 옮기려니 가지를 쳐내야 했다. 일본소설에서 한국 영화로 변신하며 한예리의 캐릭터도 많이 달라졌다. 비밀이 많은 웹디자이너 누나에서 디자이너를 꿈꾸는 당찬 큰딸 민주가 됐다.

"아예 다른 사람이 됐어요. 시나리오를 먼저 읽고 책을 읽었기 때문에 고민할 것은 없었지만 만약 책을 먼저 읽고 시나리오를 받았다면 '이거, 어떻게 하시려는 거지?'했을 거예요. 지금의 민주가 조금 더 상큼하고 재미있고, 흥미로운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만약 책의 민주를 그대로 했다면 우리 영화 수위가 팍팍 올라가지 않았을까요?"

영화에서는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디자인 학원을 다니고 있는 민주, 정확한 나이를 묻자 19세에서 20세 정도의 경계에 있단다. 올해로 만 스물아홉, 19세의 감성을 표현하기 힘들지 않았는지 물었다.


"참 신기한 게, 고등학교 때 마음에서 멈춰 있는 것 같아요. 마음은 그대로인데 육체가 멀어지는 것 같은? 스무살이 됐을 때는 오히려 사회 초년생이라는 생각에 아직 어리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열아홉살은 마치는 시기잖아요. 다 컸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모든 고등학생은 다 어른이에요.(웃음)"

영화에서는 고등학교 은사 김태훈에게 해바라기 같은 짝사랑을 받는 한예리. 실제로도 나이차이 많이 나는 연상과 애정전선이 있던 경험이 있는지 묻자 오히려 누군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별로 없단다.

"이 나이까지 연애를 한 번밖에 안했어요. 한 사람을 오래 만나다 보니 그 사이에 누가 좋다고 한 사람도 없었고. 그 남자친구한테도 제가 '사귈거야? 말거야?' 얘기했어요. 영화처럼 연애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닌데, 막 빠져서 연애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아직 그런 사람은 못 만나서 그런가?"

ⓒ사진=구혜정 기자
ⓒ사진=구혜정 기자


한예리는 어릴 적부터 무용을 했기에 당연히 무용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용단에 입단 할 만큼 키가 자라지 않자 한예리도 영화 속 민주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꿈 앞에서 큰 벽에 부딪혔다.

"어릴 때부터 무용을 하면서 당연히 무용수가 되고, 무용단에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거예요. 무용단에 들어갈 자격에 미달이 됐어요. 크게 충격을 받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살면서 좌절을 한 번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아직 없다면 그런 순간이 와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국민 연금을 내고, 지문 날인을 하느니 국민을 그만 두겠다는 독특한 아빠 해갑(김윤석). 실제로 해갑 같은 아빠가 있다면 어떨 것 같은지 묻자 한예리는 "같이 못 살죠. 절대로!"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마 일찌감치 동생들을 데리고 도망 나왔을 거예요. '너희들은 이렇게 살지 않아도 돼!'라면서(웃음)."

마치 영화 속 민주처럼 '최게바라' 아빠를 극렬 거부하는 한예리는 정작 영화 후반부에서는 누구보다 아빠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인물이다.

"아마 나라와 나래보다 오히려 사회운동에 심취해 있을 때 민주를 낳았으니 민주 안에 가장 아빠의 DNA가 많이 내재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민주는 어린 시절에 섬에서 태어나서 해갑아빠의 교육을 받으며 자랐으니 오히려 가장 오리지널이 아닐까요? 결국 나중에는 가장 분노하는 걸 보면 민주가 아빠를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사진=구혜정 기자
ⓒ사진=구혜정 기자


이미 '동창생' 촬영이 잡혀 있었던 한예리. 그의 사정을 알기에 임순례 감독도 쉽사리 출연 제의를 할 수 없었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고 김윤석도 한예리를 추천했을 때 임순례 감독은 '이건 예리가 해야겠다'고 마음을 잡았단다.

"시나리오를 받으러 갔는데 오연수 선배님, 김윤석 선배님, 영화사 대표님, 임순례 감독님이 다 앉아 계셨어요. '넌 해야 돼'라는 분위기였다고 할까요(웃음). 사실은 그냥 이분들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어요. 이미 가면서부터 '난 이걸 하는 거야. 우리 엄마가 오연수야. 음.'했죠."

영화를 촬영하며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남쪽으로 튀어' 촬영 중 임순례 감독이 잠시 현장을 떠났다가 돌아왔고, '동창생'은 촬영 중 감독이 교체되기도 했다. 배우로서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불안하지 않을 수는 없었죠. 배우로서 감독님에게 의지를 많이 하니까요. 한편으로는 오히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정신 차리게 됐던 것 같아요. 끝나고 나서는 많이 배웠다는 생각에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잘 개봉했고, 잘 마무리를 하게 됐잖아요. 지금은 작년에 겪은 일들이 큰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앞으로 더 큰일이 많이 일어날 것 같아서 오히려 작은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코리아'의 개봉과 '동창생' '남쪽으로 튀어' 촬영까지 눈코 뜰 새 없었던 2012년의 보낸 한예리, 새 해의 계획을 물었다.

"우선 시나리오를 열심히 보고 있어요. 작업을 하는 중간에는 시나리오를 잘 읽지 않아요. '동창생'은 더 많은 집중해야 했기 때문에 더 그랬고요. 올해 개봉할 영화들이 후반 작업도 잘 마무리해서 개봉해서 홍보도 잘 했으면 좋겠고, 좋은 감독님, 좋은 배우들과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서 작업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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