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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초 한화가 대량실점하자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제공=OSEN |
4일 한화와 KIA의 경기가 열린 대전구장. 한화 선발 바티스타가 7회 마운드에 오른다. 2-2 동점 상황. 바티스타가 선두타자 김선빈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다. 본인 최다이자 외국인 투수 최다인 '13번째' 탈삼진. 괴물투였다. 바티스타는 이후 신종길에게 적시타를 내주며 1실점 한 뒤 투구수 120개째를 채우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한화가 2-3으로 뒤진 9회초. 한화 김응용 감독은 한화 마무리 투수 안승민을 마운드에 올린다. 비록 지고 있지만 9회초를 잘 막은 뒤 9회말 한 차례 남은 공격에서 반격을 노리겠다는 승부수였다. 그런데 이때 프로야구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났다.
안승민이 1사 후 김선빈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이용규의 3루타, 신종길의 3루타, 이범호의 안타가 연달아 터지면서 3실점, 점수는 6-2가 됐다. 사실상 실패한 투수 교체 카드였다. 안승민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자마자 글러브를 땅으로 내팽개치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옆에 서있던 고참 김태균은 그저 안타까워하는 후배를 묵묵히 달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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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한상훈이 투수 안승민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OSEN |
하지만 한화의 실점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바뀐 투수 김광수는 나지완을 중견수 뜬공으로 유도한 후 최희섭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안치홍 안타-김원섭 2루타-대타 김상현 안타-김선빈의 안타가 연달아 터졌다. 점수는 10-2. 대전구장에 있던 한화 홈팬들은 허탈한 웃음을 짓고야 말았다.
순간, KIA 선동열 감독이 움직였다. 더그아웃에 있던 선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 더 이상 안타가 나와도 무리한 진루를 하지 말라는 사인이었다. 이미 승부가 갈린 상황. 상대를 자극하는 무리한 주루 플레이를 최대한 자제함과 동시에, 스승인 한화 김응용 감독을 향한 제자의 예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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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선동열 감독 ⓒ사진제공=OSEN |
투수는 여기서 이태양으로 바뀌었고, 김상훈의 중전 안타가 또 터졌다. 2루 주자 김상현이 충분히 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안타. 하지만 선 감독의 지시가 이미 KIA 김종국 3루 코치에게 전달된 상황이었다. 김 코치는 양 손을 크게 들며 주자를 막아섰다. 그러나 계속된 만루 찬스에서 기어코 신종길이 좌전 2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결국 2,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12-2).
9회에만 9실점. 한화에게는 악몽이었다. 9회에 KIA가 기록한 안타 11개는 프로야구 역대 한 이닝 최다안타 타이기록(역대 6번째)이며, KIA구단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 됐다. 하지만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한화 팬들은 끝까지 경기를 지켜보며 팀을 큰 목소리로 응원했다.
한화는 9회말 2점을 만회했으나 결국 4-12로 패하며, 시즌 개막 후 5연패 늪에 빠지게 됐다. 한화는 5일 넥센을 홈으로 불러들여 시즌 첫 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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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바티스타가 탈삼진쇼를 펼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OS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