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계 초유 디스전쟁, 그 끝에는 뭐가 있을까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3.08.2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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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센스, 개코, 스윙스, 사이먼디 /사진=스타뉴스, 엠넷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센스, 개코, 스윙스, 사이먼디 /사진=스타뉴스, 엠넷


한국 힙합계가 초유의 '디스전'(비방전)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힙합계 디스전은 지난 21일 스윙스가 유튜브에 'King Swings'라는 음원을 공개하며 한국 힙합 아티스트들을 디스하면서 촉발됐고, 이후 수많은 래퍼들이 다양한 형태의 답곡을 공개하면서 '디스전'은 그 규모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스윙스는 미국 힙합가수 켄드릭 라마는 자신이 참여한 빅션의 '컨트롤'(Control)이라는 곡에서 대표적인 래퍼들의 실명을 일일이 거론해가면서 강하게 디스(disrespect의 줄임말. 상대방을 깎아 내리거나 폄하하는 것)하며 힙합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시작된 스윙스의 곡에 가장 먼저 답을 한 야수는 '선배님 안녕하세요'라는 제목의 곡에서 "들어왔던 국내 rap중 제일 신선했어. 근데 그 이후 지금껏 뭐했어. 건방진 XX였나. 솔직히 구렸어"라며 신랄한 비판으로 분위기를 후끈 달궜다.

이후 테이크원 'Recontrol', 어글리덕 'ctrl+alt+del*2', 딥플로우 'Selfcontrl', 엑스 일렉트 'Control RMX', I11even 'Contro11', Jebag 'Lose Control', Diz'one 'Control', 준웨더 '건드려(control remix)', konsoul 'Kontrol', famwboy 'I control myself (간섭하지마), 타래 '싸우지마' 등 이름이 거론된 가수부터 이번 디스전에 피가 뜨거워진 신예래퍼까지 다양한 힙합퍼들이 자신의 생각을 랩에 실었다.


이를 통해 일각에서는 이번 '디스전'이 한국 힙합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고 평하거나, 힙합 고유의 문화인 디스를 통한 힙합 축제로 정의하고도 있다. 'Control' 비트에 녹여낸 각양각색 랩의 등장해 힙합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실제로 디스전에 참여한 I11even은 랩을 통해 "한국 힙합을 보며 멋있다고 생각해본 적 단 한 번도 없어. 근데 이젠 달라"라며 "이런 판에 껴들었다 실력 들통나기 십상. 스윙스에게 감사해. 누가 디스하든 말든"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다 똑바로 보고 배워. 랩으로 방화하는 법을. 이건 단순한 게임이 아냐. 역사의 한 페이지"라며 이번 디스전을 기회로 더 많은 힙합퍼들이 실력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이번 '디스전'을 우려가 담긴 시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번 '디스전'이 대중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고, 힙합계에 파동을 일으키는 곡이 이센스의 곡이 그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3일 이센스가 'You Can't Control Me'라는 무료 음원을 통해 전 소속사 아메바컬처와 개코를 디스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스윙스가 'King Swings Part.2'로 사이먼디를 디스하며 디스전은 확전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개코가 'I Can Control You'로 이센스를 맞디스하며 본격 싸움이 시작됐다.

이어 25일 사이먼디는 '사이먼 도미닉-콘트롤'로 스윙스를 맞디스하며 이번 디스전에 가담했고, 이센스는 개코를 향해 다시 'True Story'로 2차 디스를 날렸다. 스윙스 역시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3번째 디스곡을 준비 중인 사실을 알렸다.

이번 디스전에 영향을 미친 켄드릭 라마의 경우 힙합씬 전체를 향해 힙합의 정체성에 가까운 음악을 하자는 메시지를 근간으로 하는 반면, 이센스는 개코를 비롯한 전소속사 아메바컬쳐를 향해 디스를 했다. 이후 개코는 이센스의 대마초 사건 등을 거론하며 맞디스 하기도 했다.

이에 디스전은 점차 개인의 폭로와 서로를 향한 비방으로 물든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음악팬들과 가요계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켄드릭 라마에서 촉발된 디스가 한국에도 새 바람을 일으켰다고 보는 시선이 있는가하면, 맞디스로 서로를 비난하는 흐름에 "음악 하는 동료끼리 싸움"이라는 우려가 뒤섞이고 있는 것.

이번 디스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스윙스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Control'의 비트로 한국 힙합씬에 거침없는 메시지를 날린 곡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것으로 봐도, 초반 그의 취지와는 방향이 사뭇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자이언티와 얀키는 이 같은 흐름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이언티는 25일 트위터에 "그들과 한 자리에서 악수를 나누던 때가 그립다. 울적하다", 얀키도 같은 날 "이 지경까지 오니 맘이 참 착잡하다. 정말 솔직한 개인 대 회사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건지, 싸움구경 끝없이 하고픈 건지"라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디스전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 될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이 한국 힙합계 발전에 한 획을 긋는 계기가 될지, 같은 음악을 하는 동료들 간에 깊은 상처만을 남기는 아픈 기억이 될지. 앞으로 나올 음악들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지, 대중도 궁금증을 안고 지켜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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