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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MBC, KBS, CJ E&M |
2013년 예능은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꿈틀거렸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진화는 관찰 예능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으로 이어졌다. 장르의 변화는 곧 버라이어티 시대를 주름 잡던 예능인들이 아닌 새로운 인물에 대한 갈증을 가져왔다.
이때 빈틈을 제대로 잠식한 것은 아이들이었다. 이후 할아버지들이, 또 외국인들이, 기존의 예능 스타들에게 없는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기껏해야 배우나 가수가 뉴 페이스로 각광받던 시기를 지나, 예능의 한계를 한층 높인 한 해였다.
◆ 터졌다! 예능 오아시스…동심의 발견
올해 예능계 가장 큰 화두는 스타 2세들의 반란이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의 다섯 아이들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화제의 주인공이 됐고, 과연 되살아 날 수 있을지 의문이었던 '일밤'의 부활을 이끌었다.
'아빠! 어디가?'는 김민국, 윤후, 송지아, 성준, 김준수 다섯 어린이가 아빠와 시골에서 보내는 하루를 각본 없는 드라마로 담아냈다. 시골에서의 경험은 부모세대 시청자들이 추억을 떠올리게 했고, 아빠와 아이들이 친밀해져 가는 과정도 공감을 전했다.
아이들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신선함으로 작용했다. 저마다 다른 아이들의 성격이 어떤 예능 캐릭터보다 생생하고 개성 있었다. 초반 실수투성이에 울보였던 아이들이 의젓하게 성장해 가는 모습도 시청자들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했다.
이후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출범하며 스타 2세들 돌풍을 이어갔다. 추성훈의 딸 추사랑을 비롯해 타블로의 딸 하루, 장현성의 아들 준서·준우 형제, 이휘재의 쌍둥이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녹이며 주말 황금시간대를 차지했다.
SBS '오 마이 베이비'도 최근 파일럿 방송으로 '아빠 어디가', '슈퍼맨'과는 또 다른 육아예능의 탄생을 알렸다. 종합편성 채널 TV조선 '오냐오냐'도 스타 3세를 내세웠다. 당분간 예능엔 '아이돌 열풍'이 아닌 '아이들 열풍'이 계속될 전망이다.
◆ 예능에 나이는 없다…연륜의 할매·할배
아이들이 예능 연령의 한계를 낮췄다면, 어르신들은 그 한계를 높였다. 2013년 당당히 예능계에 입성한 중견 배우들은 오랜 연기 활동을 바탕으로 한 깊은 내공, 풍성한 이야깃거리, 의외의 면모 등을 강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케이블 채널 tvN '꽃보다 할배'는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70대 이상의 중견배우들의 유럽 배낭 여행기를 통해 할아버지 스타라는 예능의 블루오션을 발굴했다. 이들은 '직진 순재', '심통 일섭' 등 드라마에선 볼 수 없었던 면모를 드러내며 시청자들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갔다.
KBS 2TV는 '엄마가 있는 풍경 마마도'도 중견 예능 스타의 가능성을 보여준 프로그램. 김영옥, 김용림, 김수미, 이효춘 등 평균연령 68세 여배우들이 솔직한 입담을 뽐낸 '마마도'는 가을 개편에서 당당히 정규편성, 중견 돌풍에 한 몫을 더했다 .
MBC '나 혼자 산다'에는 독거 대부' 김용건이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영화배우 하정우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독거 생활 17년차 고수의 내공을 과시하며 제2의 전성기를 개척하고 있다.
◆ 예능이 발견한 신세계…섬마을 사로잡은 외국인들
연예인들의 군대 체험을 다룬 MBC '일밤-진짜 사나이'가 초반 화제몰이를 한 데는 샘 해밍턴의 활약이 작지 않았다.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은 '다나까' 말투부터 낯선 군대식 용어에 적응하지 못해 실수를 연발했다. 혹독한 훈련에 힘겨워 하다가도 식사가 나오면 감탄을 연발하는 등 꾸밈없는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외국인이 이끄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tvN '섬마을 쌤'은 샘 해밍턴, 버스커버스커의 브래드, 아비가일, 샘 오취리 등 외국인 연예인 4인방의 섬마을 적응기를 유쾌하게 그려내 정규 편성까지 얻어냈다.
외국인이 출연한 예능은 전에도 인기를 누려왔다. 1999년 보쳉과 브루노 콤비를 탄생시킨 KBS 2TV '한국이 보인다', 외국 여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에 대해 허심탄회한 토크를 나누는 '미녀들의 수다' 등이다.
2013년 외국인 예능은 한국 문화에 좀 더 깊이 파고들었다. 이제 외국인들은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군대의 추억을 나누고, 섬마을에서 '한국의 정'을 깨달아 가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익숙했던 한국 문화가 외국인과 만나면서 색다른 예능 소재로 재해석 되고 있는 것이다.
◆ 2014년이 기대되는 예능 원석
얼굴은 익숙했지만 빛나는 예능감을 숨기고 있는 줄은 몰랐던 스타들의 재발견도 빼 놓을 수 없다.
조달환은 KBS 2TV '우리 동네 예체능'에서 탁구 에이스로 활약하며 주목받았다. 뛰어난 탁구 실력과 유머감각은 연기 인생 13년 만에 그의 인지도를 급상승 시켰다. '어려운 공'이라는 뜻의 중국어 '초레이 하'를 유행어로 전파시킬 정도로 인기를 과시하며 예능 늦둥이로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Mnet '슈퍼스타K3' 출신 존박은 '엄친아' 이미지를 벗고 예능 블루칩으로 우뚝 섰다. Mnet '방송의 적'에서 엉뚱하고 순진한 면모로 '국민 바보', '덜덜이' 등의 별명을 얻은데 이어 MBC '무한도전' 예능 캠프, '우리동네 예체능' 등에 출연해 다시 한 번 예능감을 뽐냈다.
'힙합 비둘기' 데프콘은 '무한도전' 멤버들과의 친분으로 방송에 가끔 출연해 특유의 입담을 과시한데 이어 '나 혼자 산다'에 고정으로 발탁되며 본격적인 예능 꿈나무 시동을 걸었다. 이후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에 합류하며 내년 빛나는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이 외에도 김광규는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재조명 받아 단독 토크쇼에도 출연하는 등 오랜 배우 생활 끝에 전성기를 맞았다. 또 '진짜 사나이'의 '긍정남' 류수영과 '아빠 어디가'를 통해 '후아빠'로 거듭난 윤민수, '지아아빠' 송종국 등도 예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보란 기자 r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