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SBS |
18살 청춘들의 거침없는 사랑이야기가 겨울 문턱에서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다.
12일 오후 9시50분 마지막 회를 방송하는 SBS 수목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극본 김은숙·연출 강신효·제작 화앤담픽쳐스, 이하 '상속자들')은 격이 다른 하이틴 로맨스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상속자들'은 히트작 제조기 김은숙 작가가 10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격정적인 하이틴 로맨스에 도전해 화제를 모은 작품. 김 작가는 전작 '신사의 품격'을 비롯해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시티홀' 등 다양한 로맨틱 코미디를 흥행시킨 바 있지만, 하이틴 로맨스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부유층 고교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는 청춘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가 생소하진 않았다. 대한민국 상위 1%의 상속자들이 지극히 평범한 여주인공을 둘러싸고 벌이는 좌충우돌 로맨스는 주연배우 이민호가 출연했던 KBS 2TV '꽃보다 남자'를 연상케 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속자들'은 순정만화에서 튀어 나온 것처럼 완벽한 재별2세가 아니라 남모를 아픔과 상처가 있는 10대들로 캐릭터를 설정했다. 사악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고작 18살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캐릭터들은 차마 미워할 수 없었다. 개성이 하나하나 살아있고 어딘가 부족한 캐릭터들이야 말로 '상속자들'의 강점이었다.
김탄(이민호 분)은 전형적인 재벌 2세와는 묘하게 달랐다. 전교 꼴등이라는 성적에 스스로 잘생겼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왕자병 증세는 완벽한 외모와 달리 반전을 선사했다. 밝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 뒤에는 제국그룹의 서자라는 그늘을 감추고 있다. 김은숙 작가는 김탄에게 치명적인 약점을 안김으로써, 여주인공의 모성애를 자극했고 시청자들에게선 애틋함을 자아낼 수 있었다.
차은상도 기존의 신데렐라와는 달랐다. 차은상은 주어진 환경을 감내하지 않고 현실과 싸우는 모습에서 오히려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도도한 듯 하지만 아이 같은 어리광을 감추고 있어 더욱 필사적으로 보였다. 민폐 캐릭터가 될 수밖에 없었던 가난한 여주인공들과는 달리 너무도 솔직한 그 모습은 '호감형 캔디'를 탄생시켰다.
최영도(김우빈 분)는 나쁜 남자인가 싶었더니 양파처럼 계속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초반 은상을 괴롭힐 때는 악동이 따로 없었지만, 아버지의 여성편력과 어머니의 부재가 드러나며 여심을 움직였다. 사랑받지 못해 사랑을 제대로 표현할 줄 몰랐던 영도가 은상을 만나 점점 변해가는 모습이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매력적인 캐릭터뿐만이 아니다. '어른을 위한 하이틴 로맨스'를 표방한 '상속자들'은 10대들의 동화 같은 첫사랑을 그려내면서도, 현실적인 갈등을 뒤섞어 이를 유치하지 않게 풀어냈다.
결혼도 사업이라고 생각하는 어머니 때문에 김탄과 약혼했던 유라헬(김지원 분), 아버지의 여성편력으로 어머니를 잃어야 했던 최영도, 장관 할아버지와 검찰총장 아버지의 뒤를 이어야 한다는 압박에 꿈을 박제 당했던 이효신(강하늘 분) 등의 모습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자식들에 더 훌륭한 왕관을 물려주려 애쓰는 부모들이지만, 그 왕관의 무게가 오히려 자식들을 짓누르는 모습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제국그룹을 위해 아들들의 삶을 쥐고 흔들어야했던 탄의 아버지 김회장, 더 많은 것을 손에 쥐기 위해 윤재호(최원영 분)를 놓아야 했던 이에스더(윤손하 분), '사랑은 나중'이라고 생각하며 진현주(임주은 분)를 힘들게 했던 김원(최진혁 분)은 '상속자들'을 지탱하는 또 다른 뿌리를 이루고 있다.
이들의 모습은 탄의 거침없고 순수한 사랑과 대비되며 극에 입체감을 부여했다. 18살 탄과 은상의 무모한 열정과 뜨거운 사랑으로 인해 점차 변해가는 이들의 모습은 시청률을 견인하는 또 다른 시청 포인트였다.
최보란 기자 r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