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 '그런 남자' 재킷 |
일단 가사를 보자.
"한번 눈길만 주고 갔는데 말없이 원하던 선물을 안겨다 주는 잘생기진 않아도 네가 가끔 기대어 쉴 수 있게 넓은 가슴을 가진 남자. 그런 남자가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너도 양심이 있을 것 아니냐. 뭔가 애매한 놈들이 자꾸 꼬인다는 건 너도 애매하다는 얘기야.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너를 태워 바다로 쏘는 그런 남자. 키가 크고 재벌2세는 아니지만 180은 되면서 연봉 6천인 남자 네가 아무리 우스갯소리를 해도 환하게 웃으며 쿨하게 넘기는 남자. 내가 만약에 그런 남자가 될 수 있다면 한눈에 반해버릴 그런 남자라면 약을 먹었니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나도 인생을 좀 즐겨봐야지 왕자님을 원하신다면 사우디로 가세. 일부다처제인건 함정. 네 가슴에 에어백을 달아도 눈 밑에다 애벌레을 키워 보아도 숨길 수 없는 단하나의 진실 너는 공격적인 얼굴이야. 총을 맞았니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너도 양심이 있을 것 아니냐."
신인 가수 브로(Bro)가 최근 발표한 데뷔곡 '그런 남자'의 노랫말이다.
허세 있고 허황된 꿈의 여자에 대한 지적을 노래로 표현했다는 이 곡은 일각에서는 가수의 솔직한 표현이라는 의견도 불렀지만, 만만치 않은 수의 대중으로부터 여성 전체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단 번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이른바 '노이즈마케팅' 의혹 논란을 불러일으켰음은 물론이다. 브로가 이례적으로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의 회원임을 자처한 사실까지 알려져 '그런 남자'는 더욱 화제가 됐다.
'그런 남자'는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공개 엿새째인 26일 오전 멜론 몽키3 다음뮤직 등 국내 주요 음악 사이트 3곳의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논란의 크기만큼이나 음원차트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런 남자'의 음원 1위에 대한 가요계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가요의 품격' 문제 때문이다.
브로가 일베 회원이든 아니든 이 사실은 가수에게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정치적 성향에 대한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고 가수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런 남자' 가사를 평가할 때는 달라진다. 이제 브로는 정식으로 데뷔곡을 공식 가수로, 동료 뮤지션 및 대중에 영향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어서다.
브로가 keygen과 함께 노랫말을 쓰고, Keygen이 작곡한 '그런 남자'의 가사는 한마디로 품격에 있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자유로운 사고를 보장받아야할 가수나 창작자가 꼭 품격을 지킬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제기될 수 있고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요계에서 브로의 '그런 남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때의 품격은 자유로운 사고의 억제 성격을 지닌 것은 아니다. 가수, 작사가, 작곡가, 편곡자, 프로듀서, 기획자 등을 모두 포함한 동료 뮤지션이 새 콘텐츠를 탄생시킬 때 갖는 진지함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의미의 품격이다.
'그런 남자'는 멜로디만 놓고 평가한다면 히트 R&B 발라드의 머니코드를 잘 따른 전형적 감성 발라드 곡이다. 멜로디만큼은 대중적이고 매력을 지녔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감성 R&B 발라드 곡에 "뭔가 애매한 놈들이 자꾸 꼬인다는 건 너도 애매하다는 얘기야" "내가 만약에 그런 남자가 될 수 있다면 한눈에 반해버릴 그런 남자라면 약을 먹었니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네 가슴에 에어백을 달아도 눈 밑에다 애벌레을 키워 보아도 숨길 수 없는 단하나의 진실 너는 공격적인 얼굴이야" 등의 가사가 접목돼 들려질 때는 어색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마치 발라드 무대 때 격렬한 군무를 곁들인 듯하다.
브로는 '그런 남자'의 가사 논란에 대해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고 직설적이게 표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브로의 '그런 남자' 가사가 적지 않은 작사가 및 가수들에 허탈감을 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사 품격만 보면 개인 블로그에서 혼자 발표한 곡이 아닌 유통사를 통해 정식 발표된 곡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이기 때문이다.
브로의 '그런 남자'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창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뮤지션의 품격을 지키려 하는 가요 관계자들에 허탈감을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브로의 '그런 남자' 1위는 마치 막장 드라마가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브로의 향후 행보가 궁금하다.
길혜성 기자 comet@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