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일 에이프릴뮤직 대표와 올인원 뮤직센터 오라 노트 V2 |
에이프릴 뮤직(April Music). 몇 안되는 국내 오디오메이커다. 1998년 4월에 설립해서 사명도 '에이프릴 뮤직'이다. 4월은 만물이 깨어나는 달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동안 CDP와 올인원 뮤직센터(CDP+DAC+튜너+앰프), DAC, 앰프가 많은 오디오파일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었다. 국산 프리미엄이라고? 국내 오디오파일들의 높은 눈높이와 냉정한 판단을 감안하면 어림없는 소리다. 음질과 성능, 디자인, 가격대가 받쳐줬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국내 대표 올인원 플레이어라 할 오라 노트(Aura Note)는 파격적인 크롬 디자인과 톱로딩 방식으로, DAC+프리앰프인 DP1은 높은 디지털 스펙으로, 디지털 파워앰프인 S1은 조그만 몸체에서 터져나오는 엄청난 구동력으로, 인티앰프인 Ai700은 채널당 500W(8옴)라는 높은 출력으로 관심을 모았다. 에이프릴 뮤직의 수장 이광일 대표(59)를 서울 방배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엔지니어 출신인 이 대표가 꾸는 꿈은 크고 높았다.
-에이프릴 뮤직이 생소할 독자들을 위해 라인업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미드파이 라인인 스텔로(Stello), 얼티미트 라인인 엑시무스(Eximus), 그리고 스타일리쉬 오디오 라인인 오라(Aura)로 나눠져있다.
(cf. 2014년 4월 현재 ①스텔로 라인 = HP100MK2(헤드폰앰프+프리), S100MK2(파워앰프), Ai700(인티앰프) ②엑시무스 라인 = DP1(DAC+프리+헤드폰앰프), S1(파워앰프) ③오라 라인 = 오나 노트 V2(올인원), 오라 비비드(CDP+DAC), 오라 비타(인티앰프))
-전세계 오디오파일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DP1이 버전업된다고 들었다.
▶DP1에 들어있던 DAC과 프리앰프 기능을 분리해 효율을 높일 예정이다. 가격은 올라갈 것이다. 이름은 D1, P1이며 출시는 6월로 예정하고 있다. S1은 내부 업그레이드만 이뤄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S100MK2 소리가 참 좋다.(인터뷰 당시 노트북에 HP100MK2와 S100MK2, 그리고 솔루스 앙트레라는 작은 북쉘프 스피커를 조합해서 음악을 들었는데, 도저히 물리적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소리가 나와 깜짝 놀랐다)
▶아날로그 파워앰프로 50W를 낸다. 그렇다고 앰프를 디지털, 아날로그로 딱히 구분하는 것은 아니다. 소리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닌가. 오라 노트 V2는 하루 종일 가정에서 틀어놓는 것을 가정했기 때문에 열이 덜 나는 디지털로 한 것뿐이다. 어쨌든 스텔로나 엑시무스 라인 모두 미국 산타바바라에서 디자인까지 다 가공해서 제품들이 들어온다. 오라는 중국에서 만들어서 안양에서 조립한다. 스텔로 이 조합에 자긍심이 있다. 이 조합을 한 덩어리(인티앰프)로 만들 계획도 있다. Ai700보다 더 작은 것으로.
-에이프릴 뮤직의 얼굴이라 할 오라 노트가 나온 지도 꽤 됐다.
▶2007년 나왔으니 벌써 7년이나 됐다. CD플레이부 옆에 (오염방지 등을 위해) 칸막이가 생긴 것은 2009년 오라 노트 프리미어 때부터다. 케네스 그랜지에게 말했더니 "내가 그려주겠다"고 하더라.(잘 알려진대로 오라 노트는 영국의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케네스 그랜지가 디자인했다. 그는 켄우드 믹서기, 코닥 카메라, 파커 볼펜, 임페리얼 타자기, 영국 고속철도 등을 디자인한 세계적 거장이다)
-무엇보다 전면 크롬 패널이 눈길을 끈다.
▶오라의 기본 컨셉트가 원래 크롬이다. 한 35년 됐을 거다. 오라는 원래 영국 브랜드였다. 그러다 2000년쯤인가 일본으로 브랜드가 팔렸다. 그때에 이미 케네스 그랜지가 스케치해놓은 오라 노트가 있었다. 그런데 일본 애들이 브랜드는 사갔는데 정작 물건을 못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다 일본 애들이 우리 보고 오라 노트 좀 만들어달라고 해서 "일본 판권을 제외한 국내외 판권 전부를 에이프릴 뮤직이 갖겠다"는 조건으로 만들기 시작한 게 2007년 처음 나온 오라 노트다. 물론 오라 노트의 일본 판권은 오라 재팬이 갖고 있다.
-새로 나온 오라 노트 버전2는 뭐가 달라졌다.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처음 소개됐고 본격 출시는 이 달부터다. 앞서 나온 오라 노트 프리미어가 출력이 50W였는데 이번 버전2에서 125W로 커졌다. 고품질음원을 전부 지원하기 위해 DAC 성능도 192kHz까지 높였다. 블루투스도 되고, 헤드폰단도 좋아졌다. 기술자들 입장에서는 완전히 다른 기술이 들어간 제품이다.
-오라 노트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가정에서 이 조그만 오디오 한 대만 있으면 웬만한 중대형 스피커를 울릴 수 있다. 사무실이나 서재, 가정에서 중심이 되는 오디오로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다. 나한테는 작은 꿈이 있다. 한국의 각 가정마다 좋은 오디오가 있었으면 좋겠다. 30여년 전만 해도 각 가정에는 인켈이나 태광 같은 오디오가 거의 다 있었다. 그러다 80년대 컬러TV가 나오면서 싹 없어졌다. 음악은 많아졌는데 음악을 안듣는게 현실이다. 음악을 질로 듣는 게 아니라 간편성과 휴대성으로만 듣는다. 학교 음악시간도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내가 전 직장(그는 경기고, 한양대 공대를 나와 기술고시를 거쳐 전매청에서 10여년 근무했고, 이후 컴퓨터로 각 빌딩을 제어하는 인텔리전트 빌딩 관련회사를 운영했다)을 그만둔 것도 "학교에 오디오가 없어 음악시간에 애들이 존다"는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서였다. 아예 내가 오디오를 만들어 학교에 보급하고 싶었다. 5,6년이면 가능할 줄 알았는데 벌써 16년째다.
-전국 학교에 오디오를 보급하는 일이 가능할까.
▶우리나라에 학교가 2만개 정도 된다. 이런 오라 노트 같은 것을 하나씩 학교에 주면 끝난다. 음압이 높고 10인치 우퍼 달린 스피커에 연결해서 학교 시청실에서 '1812년' 쿵쿵 때려주면 된다. 이게 내 꿈이다. 우리 회사야 영세해서 안되지만 대기업재단이 나서준다면 전국 학교에 시청실 하나쯤은 금세 된다. 지금 학생들은 가곡을 안듣는다. '가고파'를 모른다. 학교에는 음악을 들려주고 풍금을 칠 수 있는 교사가 없다. 무엇보다 애들이 음악을 접할 시간이 없다. 최소한 어렸을 때부터 좋은 퀄리티의 음악을 들려주는 기회는 줘야 하지 않나. 그래야 아이들 감성이 정상적으로 발달할 수 있다고 본다. 솔직히 애들이 사는 것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대는 이미 틀렸고, 앞으로 50년은 지나야 가능할 것 같다. 내 아이들(31, 29세)의 경우는 기어다닐 때부터 음악을 들려줬고, 지금은 자연스럽게 기타도 치고 드럼도 친다.
-회사 설립 후 왜 하필이면 CDP(CDA1000)부터 만들었나.
▶소스가 좋아야 하니까. 물도 시작점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CDP부터 만들었다. 추구하는 음? 자연스러운 음이다.
-국산 브랜드로서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외국 하이엔드 오디오계에서는 한국을 잘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자기네들(서양) 음악을 이해못하면 더더욱 받아들여주질 않는다. 영어 소통도 돼야 하고. 하지만 지금은 최소한 에이프릴 뮤직이라고 하면 깔보지는 않는 것 같다. 지난 2010년 일본 유명 오디오매거진 스테레오사운드가 에이프릴 뮤직 Ai500을 인티앰프 부문 그랑프리로 선정하기까지 했다. 이런 기술들이 다 집약돼서 지금의 오라 노트 V2가 나온 것 같다.
글·사진=김관명 기자 minji2002@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