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김세연 연예서비스 콘텐츠매니저 /사진=최부석 기자 |
지난 5월 공개된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NYT Innovation Report)'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언론에 경종을 울렸다.
생산자(미디어)가 아닌 수용자(독자) 중심의 뉴스 제작, 디지털 퍼스트 등을 강조한 이 보고서는 날로 어려워지는 미디어 시장에서 한국 미디어들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미디어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연예 미디어들도 다르지 않다. 국내 연예 미디어는 현재 위기에 처해있다. 무분별한 연예인 SNS 인용 기사, 단순한 TV 프로그램 받아쓰기 기사로는 더 이상 변화하는 연예 미디어 환경에 적응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끼면서도 정작 변화는 어려운 상황이다.
스타뉴스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주요 포털 연예 뉴스 편집자들을 만나 국내 연예 미디어의 발전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안에서 볼 때보다 밖에서 보는 게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오늘날의 연예 미디어 환경을 진단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내 대다수 독자들이 포털 연예면을 통해 연예 뉴스를 접한다는 점도 고려됐다. 어떻게 보면 독자들과의 최접점에 있는 이들이 포털 연예 뉴스 편집자들이기 때문이다.
①네이버 김세연 연예서비스 콘텐츠매니저
김세연 네이버 연예서비스 콘텐츠매니저는 7년간 네이버 스포츠 편집을 맡다 네이버 연예서비스실로 옮겨왔다. 지난 8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만난 김세연 연예서비스 콘텐츠매니저는 '상생(相生)'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김 연예서비스 콘텐츠매니저는 "네이버 나름의 작은 상생으로서 매체와 긴밀한 제휴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네이버 연예 뉴스는 지난해부터 제휴 매체 기사만이 아닌 독자적인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스타캐스트' 등이 그런 것이다. '매치포인트', 'PD가 만난 스타', '스타타임라인', '위클리패션' 등 코너들은 제휴 매체와 협업, '네이버연예'로 노출되고 있다.
◆"'네이버연예'용 콘텐츠는 상생하겠다는 취지"
"매체들의 제휴 콘텐츠를 포털에서 릴리즈하는 것을 넘어 매체와 협약을 맺어 정기적으로 '네이버연예'용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어요. 네이버가 연예 뉴스를 주도한다는 생각에서 한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매체들과 좀 더 긴밀한 관계를 맺기 위한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1차적으로 네이버 연예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매체들과 상생을 하겠다는 취지죠."
2차적으로는 수많은 중복 콘텐츠 속에서 네이버만의 '색깔'을 찾겠다는 것이다. 김 연예서비스 콘텐츠매니저는 "매일 오전 8시면 인터뷰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오후 2~3시면 제작발표회나 제작보고회 기사들이 쏟아진다"며 "또 저녁에는 방송 모니터 기사들이 쭉 나오는데, 매체들이 포털에 다 같이 공급하는 콘텐츠 외에 독자들에게 잘 읽히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 나온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다른 포털보다 제휴 매체가 적은 편인데도 제휴 매체들의 중복 콘텐츠가 많아요. 그래서 색깔이 강한 매체를 위주로 제휴를 맺어 매체의 브랜드나 기자들의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코너 위주의 서비스를 생각하게 된 거죠. 독자들이 지나가다가 우연히 보고, 다음에는 그 코너를 기다릴 수 있게 말이에요. '상생'이라고 포장하기에는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계속해 노력 중입니다."
그는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아직은 저희가 평가를 할 수없는 부분"이라며 "일단은 독자들에게 다른 느낌의 콘텐츠라는 느낌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일단 반응은 좋다"고 밝혔다.
"솔직히 어느 시간에 무슨 이슈가 터질지 모르잖아요. 독자들에게 다른 느낌의 콘텐츠라는 느낌을 줄 필요가 있었죠. 네이버 연예를 방문했을 때 볼 수 있는 콘텐츠로요. 하루에 한 개의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독자들이 시간을 갖고 좀 더 꼼꼼하게 읽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해요. 수준 높은 콘텐츠가 담긴 서비스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게 네이버의 목표입니다."
◆"좋은 콘텐츠가 없으면 좋은 뉴스 서비스도 없어"
네이버가 보는 연예 매체들의 뉴스 서비스는 어떨까.
"연예 뉴스가 셀카, 보도자료 기사, 방송 리뷰 등이 거의 대부분이에요. 뉴스 서비스 입장에서는 하루 종일 독자들에게 그런 종류의 기사들만 서비스할 수는 없다고 봐요. 인터뷰 등 좀 더 차별화된 뉴스를 서비스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그런데 사실 또 독자들이 많이 보는 뉴스는 제가 앞에 언급했던 뉴스들이에요. 그래서 딜레마죠. 하지만 셀카 등의 기사와 차별화된 인터뷰 기사의 비중을 조율하지 않으면 차별화된 콘텐츠는 나오지 않을 거예요. 콘텐츠가 없으면 플랫폼은 어쩔 수가 없잖아요. 좋은 콘텐츠가 생산되지 않으면 좋은 뉴스 서비스도 없다고 봅니다."
그는 "연예 콘텐츠 쏠림 현상도 아쉽다"고 했다. "어느 때는 드라마, 예능 방송 콘텐츠들이 확 많아 질 때가 있어요. 영화 등에서 히트작이 없을 때가 그래요. 네이버 연예 서비스 주 독자층이 20~30대 여성층인데, 10대 독자들을 위한 콘텐츠가 부족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나온 게 '스타캐스트'라는 서브 콘텐츠에요. 그런 식으로 콘텐츠를 다양화하는 노력을 저희 나름대로 하고 있습니다."
세계 미디어의 흐름은 이제 웹에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당장 출근길 지하철만 봐도 알 수 있다. 손마다 들린 스마트폰이 주요한 뉴스 공급 매체이다. PC를 켜고 부팅을 기다리기보다는 스마트폰 앱만 '터치'하면 뉴스가 열리는 시대다.
"무게 중심이 모바일로 많이 옮겨가는 추세죠. 그런데 웹 따로 모바일로 따로 콘텐츠를 만들기에는 공이 많이 들어요. 저희 판단은 웹에서 읽히면 모바일에서도 많이 읽힐 거라는 판단입니다. 좋은 글은 긴 글이라도 읽을 것이라는 거죠. 네이버는 사진이나 동영상 콘텐츠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가 한 번은 현장에서 사진 기자들이 마감을 하는 것을 봤는데, 굉장히 안 좋은 환경에서 마감을 하더라고요. 책임감이 크게 들었어요. 이렇게 고생을 하는 데 포털에 노출은 그 중 1~2장이거든요. 그래서 최근에는 독자들이 봤을 때 여러 매체의 많은 사진들을 스크롤하면서 볼 수 있게 한다든지 노력 중입니다."
네이버 김세연 연예서비스 콘텐츠매니저 /사진=최부석 기자 |
◆"매체 특성 반영된 좋은 기사 많았으면"
매체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을 물었다. 네이버의 '방향성'이다. 흔히 '어떤 기사를 쓰면 포털에 걸릴 수 있을까'하는 매체들과 기자들의 고민이 담긴 질문이다.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기왕이면 네이버에 전송되는 콘텐츠들이 중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저희의 바람이죠. 매체에서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저희의 방향을 매체에게 주문하기는 힘들거든요. 작년에 놀란 게 연예인 셀카 기사가 많아요. 연예에 이렇게 셀카 기사가 많으면 독자들은 연예는 셀카 기사 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죠. 예쁘고 드문 사진은 소비가 많이 되는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유명하지 않은 연예인들도 시시콜콜 사생활이 보도가 되니까 그런 부분은 좀 그렇죠."
김 연예서비스 콘텐츠매니저는 "수요가 있으니 셀카나 방송 기사를 네이버가 적게 다룬다고는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가급적이면 매체의 특성이 반영된 좋은, 양질의 기사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했다.
그는 연예 뉴스를 생산하는 업계 전반의 분위기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저희가 연예 뉴스 면 편집을 할 때 극도로 긴장하고 작업을 해요.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편집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한밤중에도 긴급 속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밤에도 일하는 편집자들이 있고요. 이런 식으로 쭉 보다보면 연예콘텐츠 자체에 패턴이 있어요. 가령 오전 8시께 인터뷰 기사가 쭉 나옵니다. 오후 2시에는 제작발표회 기사들이 나오고요. 그런데 출근길에 긴 인터뷰 기사를 보는 독자들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요. 독자들의 뉴스 소비 패턴이 긴 인터뷰를 놔뒀다 나중에 보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오후 2시 제작발표회 기사들이 나오면 누가 볼 수 있을까요. 직장인은 한창 일할 시간이고, 학생들은 한창 학교에 있을 때잖아요. 제작발표회 기사는 오히려 드라마 방송 직전에 가장 소비가 많지 않을까요. 이렇듯 좀 더 신선하고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봐요."
그는 "요즘 독자들은 다들 전문가"라며 "소비자의 니즈는 저 위에 있는데 저희가 너무 아래서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가한다"고 했다.
네이버 연예 뉴스에서 최근 눈에 띄는 콘텐츠가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새 걸그룹 레드벨벳을 다룬 콘텐츠였다. 이 콘텐츠는 SM에서 직접 네이버에 공급한 것이다.
"매체들은 좀 더 기사가 되는 가수나 그룹을 다루죠. 신인들을 다루는 데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을 거예요. 그런데 궁금한 게 있었어요. 신인들은 사인을 어떻게 할까하고요. 신인은 사인을 만들어서 나오나? 그런 궁금증이 있었죠. 보통의 매체들은 이 팀이 핫해지고, 떠서 많은 기사거리가 만들어지는 시점에서 그런 부분이 취재가 돼요. 그런데 저처럼 원초적인 궁금증이 있는 독자들 입장에서는 검색어 1위를 휩쓰는 이 팀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 독자들의 궁금증을 저희가 채워드리는 거죠."
김 연예서비스 콘텐츠매니저는 "네이버 스포츠 뉴스 서비스를 할 때는 독자들에게 '네이버 콘텐츠 고맙다'는 얘기를 듣고 신이 날 때가 많았다"면서 "그런데 연예 서비스를 하면서는 댓글에 상처를 받을 때가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운영자로서 독자들에게 존중받는 서비스가 됐으면 해요. 네이버 연예 뉴스 서비스도 늘 독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참신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