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서 /사진=김창현 기자 |
배우 윤서(22). 아직 이름도 얼굴도 낯설다. 하지만 신인 치고는 나름대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2012년 SBS 드라마 '가족의 탄생'으로 처음 배우 활동을 시작했고, 배우 이병헌, 이종석, 개그맨 김준현, 샤이니 멤버 태민 등과 함께 연기 호흡도 해본 적이 있다. 물론 상대역의 인지도는 매우 높다. 그래서 이들 때문에 옆에 함께 있던 여배우가 눈에 안 들어왔을 법도 하다. 실제로 봐도 그랬다.
윤서는 이병헌, 김준현과 함께 비슷한 콘셉트의 CF에서 연인으로 등장했다. 이른바 '단언컨대'라는 유행어를 남긴 휴대전화 CF에서 윤서는 이병헌의 품에 와락 안기는 모습으로 시선을 모았지만, 기억 속에는 이병헌만 남아 있을 것이다. 이 CF를 패러디한 라면 광고에서도 역시 김준현이 심각하게 라면을 먹는 모습이 떠오른다.
윤서는 또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시라노-연애조작단'에서는 태민의 첫사랑 상대로 분했고, 인기리에 종영했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1994'에서는 해태를 연기한 손호준의 여자친구로 잠시 등장했다. 역시,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이렇듯 윤서는 남자 스타들 옆에서 연인 역할을 소화하며 연예계에 자신의 흔적을 남겨왔다. 그랬던 윤서가 이제 긴 기간 동안 방송된 드라마에 출연해 비중 있는 조연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윤서가 출연했던 드라마는 바로 종합편성채널 MBN 드라마 '천국의 눈물'(극본 김연신 허인무 연출 유제원)이었고, 윤서가 이 작품에서 맡은 역은 부잣집 딸 진제인이었다. 특유의 악한 캐릭터로 분해 극 안에서의 활동 반경도 결코 좁지 않았다. 주인공인 윤차영 역의 홍아름과는 대결 구도도 만들었고 극 후반 출생의 비밀을 알고 모든 것들을 잃어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처량하게 비쳐졌다.
"이 작품으로 많이들 알아봐 준다"고 말하며 흐뭇해한 윤서를 14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 윤서 /사진=김창현 기자 |
◆ "'천국의 눈물' 토마토주스 굴욕, 결코 잊을 수 없는 장면"
윤서는 '천국의 눈물'을 통해 처음으로 풀타임(full-time) 정극 드라마를 소화해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악역도 선사했다. 신인 배우의 입장에서 이런 비중 있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윤서에게 '천국의 눈물' 촬영은 매일이 기회였고, 또 기회였다.
"사실 이 작품이 사전 제작됐잖아요. 1년 전 쯤에 촬영을 마무리했었는데 아직도 아쉬워요. 방송을 보면 제가 잘 못한 부분밖에 보이지 않죠. 잘 하고 싶었어요. 악역을 맡았지만 그래도 호응을 얻고 공감을 얻고 싶었는데 나중에 주변에서 불쌍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죠(웃음). 촬영 막바지에는 거의 울고 힘들어하는 모습만 연기했었어요."
악역이었지만 그래도 애착이 간 진제인이었다. 실제 성격과는 너무나도 달랐지만, 스스로 내재해있는 나만의 앙금(?)을 분출하는 데 이 캐릭터만큼 좋은 방법도 없었단다.
"사실 몰입하고 싶지는 않은 극중 설정이었죠. 진제인의 출생의 비밀은 실제로는 정말 상상하기 싫어요(웃음)."
가장 기억에 남았던 촬영 장면을 물어보자 윤서는 이른바 토마토주스 굴욕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아침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김치 따귀', 주스 리액션 못지않은 장면이었을 터.
"치매이신 조여사(박정수 분)에게 요양원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나서 조여사가 곧바로 머리 위로 토마토주스를 제게 붓더라고요. "왜 날 갖다 버리려 하느냐. 이런 못된 년"이라며 욕을 들었던 그 때는 정말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 장면이죠."
/사진=종합편성채널 MBN '천국의 눈물' 방송화면 |
◆ "롤 모델은 레이챌 맥아담스"
'천국의 눈물'은 윤서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릴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전에 자신이 찍었던 드라마 및 CF가 TV를 통해 여러 차례 등장했음에도 주변 친구들마저 출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하는 윤서였다. 심지어 닮은 사람인 줄 알았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천국의 눈물'이 주는 파급력은 남달랐다.
"어느 날 빵집을 가는데 사장님께서 '천국의 눈물'을 언급하며 케이크를 선물로 주셨어요. 최근에는 뼈해장국을 먹으면서 음식도 더 얹어주시더라고요. 역시 큰 규모의 드라마가 주는 홍보효과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아직 배우로서 나아갈 길이 많은 윤서는 사실 뮤지컬, 연극 등 무대가 더 익숙하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서면서 자연스럽게 전공을 이 분야로 택했고, 대학교 역시 전공을 뮤지컬로 정했다. 춤과 노래도 나름 수준급이라고 쑥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일단은 배우로서 전념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영화 '노트북'과 '어바웃 타임'에 출연했던 배우 레이챌 맥아담스를 보면서 관객으로서 정말 좋은 기분을 받았어요. 저도 레이챌 맥아담스처럼 모두를 기분 좋게 하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고 윤서라는 이름으로 신뢰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 윤서 /사진=김창현 기자 |
-인터뷰②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