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전극 속출' KBO리그, 과연 '불문율'은 존재하는가?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5.06.1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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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롯데전에서 승리한 뒤 kt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OSEN





* 야구 불문율 : 공식적인 규칙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모든 구성원끼리 지켜야 할 약속


# 홈팀 A구단이 7-2로 앞선 8회말 공격. 1사 후 A구단의 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갔다. 5점 차. 1사 2루 기회. 여기서 A구단이 한 점을 더 달아나기 위해 3루 도루를 감행하는 것이 과연 '불문율'을 어기는 것인가.

# 원정팀 B구단이 8-0으로 앞선 4회초 공격. 계속된 B구단의 무사 1,2루 기회. 여기서 B구단의 후속 타자가 희생 번트를 대는 것은 과연 '불문율'을 지키지 않는 것인가.

여기서 A구단은 롯데. B구단은 두산이다.


10일 부산 사직구장. '2015 KBO리그 롯데-kt전.

2-7로 뒤진 kt의 9회 마지막 공격. kt는 선두타자 블랙의 좌전 안타에 이어 1사 후 배병옥이 바뀐 투수 심수창을 상대로 우월 투런포를 때려내며 4-7을 만들었다.

계속해서 kt는 윤요섭이 좌익수 방면 2루타를 친 뒤 박경수가 좌전 안타를 치며 1사 1,3루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 김진곤이 중전 적시타를 기록했다. 점수는 5-7 두 점 차가 됐다.

계속된 kt의 1사 1,2루 기회. 여기서 심수창이 내려가는 대신, 롯데의 불펜 이성민이 올라왔다. 그러나 이성민은 곧바로 이대형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6-7. 이어진 1사 1,3루 기회. 이번엔 심우준의 2루 땅볼 때 3루주자 김진곤이 홈을 쓸었다. 7-7 동점. 9회 5점 차였던 경기가 7-7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kt는 연장 10회 블랙의 결승포와 박경수의 쐐기 투런포를 묶어 10-7 대역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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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이 끝내기 홈런을 친 뒤 동료들의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사진=OSEN





지난 6일 목동구장. 넥센-두산전.

두산은 4회초까지 8-0으로 앞서고 있었다. 4회말 넥센이 1점을 만회한 가운데, 5회초 두산의 공격. 두산은 선두타자 장민석의 좌전 안타와 오재원의 볼넷으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다음 타자는 정진호. 그러나 정진호는 2구째 배트를 내다가 3루수 파울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났다.

여기서 두산은 7점 차, 무사 1,2루에서 희생 번트를 대며 1사 2,3루 기회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어 후속 두 타자 중 안타 한 방만 나온다면 9점 차까지 점수를 벌릴 수 있었다. 그러나 두산의 선택은 '강공'이었다.

결국 두산은 5회말 3점, 6회말 2점을 차례로 내준 뒤 9회 김민성에게 투런 동점 포를 얻어맞았다. 순식간에 점수는 0-8에서 8-8이 됐다. 결국 연장 10회 김하성에게 끝내기 솔로포를 허용하며 8-9로 패했다. 희생 번트로 두 점을 더 달아났다면 10-9로 승리가 가능했던 점수였다.

위 두 경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점. 바로 경기 초반 또는 막판, '큰 점수 차'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다(적어도 '2015 KBO리그'에서는 그렇다). '9회 5점 차', 그리고 '4회, 8점 차'. 이 두 경기가 모두 뒤집혔다. 그럼 여기서 떠오르는 또 한 가지. 바로 '불문율'이다.

야구에는 여러 가지 '불문율'이 있다. 예를 들어 '큰 점수 차에서 도루 또는 지나치게 빈번한 투수 교체를 하지 않는다', '노히트나 퍼펙트 피칭을 하고 있는 투수를 상대로 경기 막판 번트를 대지 않는다', '상대의 사인을 훔치지 않는다'라는 등의 불문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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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패배를 당한 롯데 선수들. /사진=OSEN





그런데 위 두 경기를 통해 과연 '큰 점수 차에서 도루, 또는 지나친 투수 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는 불문율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봄직하다.

지난달 23일 수원 kt-한화전. 당시, 한화는 6-1, 5점 차로 리드한 상황에서 9회초 대주자 강경학이 도루를 했다. 이어 9회말 수비 때에는 박정진, 김민우, 윤규진까지 3명이 아웃카운트 1개씩 책임지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그런데 경기 후 kt는 주장 신명철을 필두로 강경학의 도루와 빈번한 투수 교체 등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런 kt가 10일 롯데를 상대로 9회 5점 차 상황을 뒤집었다. 적어도 요즘 KBO리그에서는 9회 5점 차 상황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각 팀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큰 점수 차'에 대한 '불문율'도 다소 유연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또 다른 불문율로 홈런을 친 뒤 배트를 화려하게 던지는 행동, '일명 배트 던지기'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홈런 뒤 타자가 '배트 던지기(배트 플립)'를 하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야구에서는 이에 대한 불문율이 모호하다.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KBO리그 통합 4연패 위업을 달성한 '명장' 삼성 류중일 감독은 '배트 던지기'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이 행동을 '상대를 자극하는 행위'로 연관 짓지 않았다.

류 감독은 10일 경기를 앞두고 "'배트 던지기'가 상대를 자극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 정말 그런 게 있는가. (이)승엽이하고 (최)형우에게 물어봐야겠다"면서 "배트 던지기는 멋을 내는 게 아니다. 그것을 가장 심하게 하는 선수가 양준혁이었다. 심지어 일부러 하라고 해도 못하는 선수가 있다. 타자들의 습관이다. 팔로스로우를 크게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배트 던지기가 상대를 자극한다는 이야기는 오늘 처음 듣는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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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롯데 정훈, NC 김종호, kt 김상현, LG 정성훈. /사진=OSEN





매번 첨예한 논쟁을 일으키는 '불문율 논란'. 그럴 때마다 양 팀이 저마다의 생각과 관점을 앞세워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 여전히 '꼭 지켜야 하는 약속'으로 '모든' 구성원이 암묵적인 동의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점수 차'와 '배트 던지기'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들이 쏟아지고 있다. 누군가는 기분이 나쁘다고 하는가 하면, 또 다른 누구는 아예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불문율이 존재하는 이유는 상대방을 향해 꼭 지켜야 할 '예의(禮儀)'가 스포츠에 있기 때문이다. 서로를 향한 배려와 존중을 바탕으로 서로가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불문율은 반드시 필요하다. 야구공을 쥐고 있는 투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모두가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우리 야구만의 문화에 맞는 불문율이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릴 때가 곧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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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의 '불문율'은 언제쯤 공동체 구성원들의 손에?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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