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유령 태그'와 '양심선언' 사이.. 그 딜레마

김우종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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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이 최형우를 향해 태그를 시도하고 있는 모습. /사진=OSEN<br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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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이 최형우를 향해 태그를 시도하고 있는 모습. /사진=OSEN





SK 김광현(27)의 '유령 태그' 논란이 뜨겁다.


9일 대구구장.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SK-삼성전.

양 팀이 0-0으로 팽팽히 맞선 4회말. 삼성의 2사 2루 득점 기회. SK 선발은 김광현. 타석엔 5번 박석민이 들어섰다. 초구는 볼. 제 2구째. 박석민의 타구가 내야에 높게 떴다.

뜬공을 향해 투수 김광현과 1루수 브라운, 그리고 3루수 김연훈이 포수 홈플레이트 근처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SK 내야진이 흔들렸다. 순간적으로 콜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공은 그대로 파울라인 안쪽에 떨어지며 내야안타가 됐다.


이 사이 2루주자 최형우는 3루를 밟은 뒤 홈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이와 동시에 김광현은 홈으로 쇄도하는 최형우를 글러브로 태그했다. 결과는 태그 아웃. 원현식 구심은 아웃 판정을 내렸다. 3아웃. 공수 교대가 이뤄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이 지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TV 리플레이를 확인한 결과, 이는 오심이었다. 김광현의 글러브에 '공'이 없었던 것이다. 한 번 땅에 바운드된 공을 향해 김광현과 브라운이 동시에 글러브를 내밀었는데, 공은 브라운의 글러브에 들어 있었다.

이날 중계를 맡은 KBS N스포츠가 제작한 중계화면에 따르면, 이후 김광현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브라운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눴다. 이때 브라운이 공을 떨어트렸고, 재차 허리를 굽힌 뒤 공을 줍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광현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1루 근처에 있는 심판진과 삼성 코치진 쪽을 힐끗 쳐다봤다.

4회가 끝난 뒤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김광현(좌)과 브라운. /사진=OSEN<br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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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가 끝난 뒤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김광현(좌)과 브라운. /사진=OSEN





여기서 잠시 떠오르는 일화 하나가 있다. 독일 축구를 대표했던 공격수인 미로슬라프 클로제(37,라치오)의 이야기. 그는 현재 월드컵 최다 득점(16골)의 주인공이기도하다. 그의 뛰어난 축구 실력만큼이나 감동을 주는 일화가 있으니, 바로 지난 2012년 9월 27일. 클로제는 원정 경기에서 전반 3분 만에 코너킥을 장기인 헤더로 연결, 선제골을 넣었다.

주심과 부심 모두 클로제의 득점을 인정했다. 그런데 골 선언이 내려진 이때, 나폴리 선수들이 격렬하게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공이 클로제의 머리가 아닌 손에 맞았다는 것이었다. 현지 중계의 느린 그림을 확인한 결과, 클로제의 머리가 아닌 손에 맞는 모습이 포착됐다. 오심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 주심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무언가를 말하는 선수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클로제였다. 그는 주심을 향해 공이 자신의 손에 맞았다며 골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른바 '양심선언'이었다. 결국 득점은 취소됐다. 상대 팀 선수들은 클로제를 끌어안은 뒤 그의 '스포츠맨십'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라치오는 이날 0-3으로 완패했다.



다시 국내로 돌아와 9일 SK-삼성전. 심판진이 아웃을 선언했고, 상대 팀 삼성에서는 아무런 항의가 없었다. 신속하게 공수 교대가 이뤄졌다. 김광현은 박석민 타석 전까지 3피안타 무실점의 역투를 펼치고 있었다. 김광현은 이날 7⅔이닝 10피안타 3탈심진 1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다.

시즌 초반 우승 후보로까지 꼽혔던 SK는 최근 팀 분위기가 썩 좋지 않다. 리그 순위는 정확히 5할 승률(38승1무38패)을 유지하며 6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SK의 최고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김광현이 나섰다. 상대 팀의 선발 역시 피가로라는 최정상급 외국인 투수였다.

올 시즌 KBO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 순위 싸움이 치열하다. 감독들의 성적에 대한 부담 역시 엄청나다. 점수 한 점은 물론, 아웃카운트 하나 그리고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하나하나에 승리가 왔다 갔다 한다. 모든 판정이 소중하고 예민한 시기다.

더욱이 SK는 더 이상 밀리면 어렵다는 각오로 매 경기에 임하고 있다. 김용희 감독 역시 팀 성적에 위기감을 몸소 느끼고 있다. 이날 김 감독은 보기 드물게 6회 무사 1,3루 기회서 윤중환에게 송구 방해 판정이 내려지자 다소 긴 시간의 항의를 했다.

만약, 이런 승리에 대한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도 김광현이 그 즉시 '양심선언'을 했다면 많은 이들에게 더 큰 감동을 안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녀 사냥'식으로 김광현을 몰아가는 것도 곤란하다. 만약 김광현이 '양심선언'을 한 뒤 팀이 크게 점수를 내주고 패한다면, 그래서 향후 팀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면, SK 구단과 팬들의 화살은 김광현에게 돌아갈 수 있다. 이런 모든 비난을 감수하고 김광현이 그 즉시 양심선언을 하는 것도, 결코 쉬운 행동만은 아닐 것이다.

경기 후 SK에 따르면 김광현은 태그를 위한 연속 동작에서 나온 것이었으며, 속이려고 했던 것은 절대 아니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속이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경기가 끝난 후 김광현은 이른바 '양심선언'을 하지 않았다는 누리꾼들의 포화에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행동하는 양심'은 아름답지만 참 어려운 일이다. '양심선언'. 물론 지금도 늦지 않았다.

연장 11회 SK의 1-2 패배로 경기가 끝난 뒤 김광현이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왼쪽은 SK 김용희 감독. /사진=OSEN<br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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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11회 SK의 1-2 패배로 경기가 끝난 뒤 김광현이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왼쪽은 SK 김용희 감독.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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