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추신수의 부활, 반격 시동거는 텍사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8.0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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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AFPBBNews=뉴스1





최악의 시즌을 보내던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후반기 들어 살아나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포스트시즌 도전 가능성이 사라진 것으로 생각됐던 텍사스 레인저스도 역시 부활 조짐을 보이며 플레이오프 레이스에 복귀했다.


추신수는 5일(현지시간) 벌어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후반기부터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 제프 배니스터 텍사스 감독은 휴스턴 선발로 왼손 에이스 스콧 캐즈미어가 나서자 추신수가 최근 7게임 연속안타 행진을 이어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날 마이너에서 불러온 루키 오른손타자 라이언 스트로스보거를 우익수로 선발 출장시켜 메이저리그 데뷔전 기회를 주고 추신수를 벤치로 돌렸다.

추신수 뿐 아니라 조시 해밀턴, 루그네드 오도르 등 왼손타자들을 상당수 제외시켜 선발 라인업에서 9명 중 7명을 우타자로 채웠다. 추신수는 결국 7회말 스트로스보거를 대신해 대타로 나서 오른손 구원투수 조시 필즈를 상대로 워닝트랙까지 가는 큼지막한 타구를 때렸지만 우익수에 잡히면서 7게임 연속안타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텍사스는 1회 상대 실책 2개에 편승, 3점을 뽑고 2회 솔로홈런으로 1점을 보태는 등 첫 두 이닝에 얻은 4점을 끝까지 지켜 4-3 승리를 거두고 휴스턴과의 3게임 시리즈를 싹쓸이하는데 성공했다.

추신수는 비록 이날로 연속안타 행진이 끝나긴 했지만 후반기 들어 전반기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후반기 첫 경기에서 상대 선발로 오른손투수인 콜린 맥휴가 나섰음에도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충격을 맛봤던 추신수는 이후 후반기 15경기에 나서 타율/출루율/장타율 0.347/0.431/0.673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OPS(출루율+장타율)이 1.104에 달한다, 그의 전반기 성적 0.221/0.305/0.384, OPS 0.689와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음을 알 수 있다.


후반기에 나선 15경기에서 17안타를 친 추신수는 특히 홈런 3방과 3루타 1개, 2루타 5개 등 9개의 장타로 타점 12개를 쓸어 담으며 레인저스가 후반기 들어 12승7패의 상승세를 타는데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전반기에 텍사스 타격을 이끌었던 프린스 필더와 오도르 등이 슬럼프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추신수의 부활은 텍사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사실 올 시즌 추신수의 성적을 살펴보면 그동안 피부로 느껴졌던 '커리어 최악'이라는 느낌과는 은근히 괜찮은 기록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4월 한 달간 타율이 1할도 안 돼 메이저리그 역대 최악 기록을 세웠고 5월 중순에서야 2할대로 접어들었지만 아직 한 번도 올 시즌 2할5푼을 찍지 못한 타자라고도 믿기 힘들 정도로 나머지 기록들은 나쁘지 않다.

우선 시즌 14홈런은 프린스 필더와 미치 모얼랜드(이상 16홈런)에 이어 팀 내 3위고 50타점도 필더(63타점)와 모얼랜드(57타점)에 이어 3위다. 47득점은 필더(53득점), 에이드리언 벨트레(50득점), 들라노 드쉴즈(48득점)에 이어 4위고 2루타(20개)는 필더(22개)에 이어 엘비스 앤드루스와 함께 공동 2위다. 토탈베이스(151)도 필더(203), 모얼랜드(153)에 이어 팀 3위다. 낮은 타율과 출루율, 많은 삼진 등으로 인해 그의 성적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이 너무 컸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의외로 성적이 알찬 편이다.

그의 과거 성적과 비교해 봐도 크게 처지지 않는다. 지난 2013년 FA로 대박을 터뜨리기 전 신시내티 레즈에서 보낸 유일한 시즌에서 추신수는 타율/출루율/장타율 0.285/0.423/0.462에 OPS 0.885, 21홈런, 54타점, 107득점, 21도루를 기록했다. 올해 성적 0.239/0.323/0.424, OPS 0.747는 그 해에 비해 분명 처지고 특히 도루수(2)에서 비교도 할 수 없지만 14홈런과 50타점은 오히려 2013년을 능가하는 페이스다.

특히 타점은 벌써 2013년 기록에 거의 육박했다. 더구나 올해 성적이 시즌 전반기 극심한 부진 가운데 올린 것이고 후반기 들어 추신수가 뜨거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국 시즌이 끝날 때쯤 성적은 예년 그의 평균적 성적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봐도 괜찮을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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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AFPBBNews=뉴스1





한편 소속팀 텍사스의 부활도 주목할 만하다. 텍사스는 지난달 31일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승률 5할선에 3게임 아래로 처진 채 셀러로 나설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예상을 뒤엎고 베테랑 왼손투수 맷 해리슨과 유망주 5명을 내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트레이드 마켓에 나온 최고 대어였던 왼손 특급 에이스 콜 해멀스와 파워 셋업맨 제이크 디크만를 영입,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텍사스는 또 지난 마지막 4개 시리즈에서 LA 에인절스, 뉴욕 양키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휴스턴 등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한 강호 4팀을 상대로 9승4패를 거두는 선전을 이어가며 플레이오프 레이스에 복귀했다. 특히 이번 주 같은 AL 서부지구 선두를 달리는 휴스턴을 상대로 3연전 싹쓸이를 거두면서 시즌 54승53패를 기록, 승률 5할선 위로 머리를 내밀었고 휴스턴(60승49패)와 차이는 5게임, 현재 AL 와일드카드 2위인 토론토 블루제이스(57승52패)에는 2게임차로 따라붙었다.

사실 올해 텍사스는 거의 '도깨비팀'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종잡을 수 없는 팀이다. 우선 강팀에 굉장히 강한 반면 약팀엔 한 없이 약하다. 올 시즌 승률 5할 이상인 팀을 상대로는 36승22패를 기록, 승률이 무려 .750에 달하지만 승률 5할 미만 팀을 상대론 18승31패에 그쳐 승률이 0.367에 불과하다. 다소 차이가 나는 정도가 아니라 강팀 상대로 한 승률이 약팀 상대 승률의 거의 두 배에 육박한다. 과거에도 이 정도로 극단적인 차이가 나는 팀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또 다른 특이한 사실은 텍사스가 홈구장에선 헤매다가도 밖에만 나가면 강해진다는 사실이다. 텍사스의 올해 홈경기에서 23승29패를 기록, 승률이 0.442에 불과한 반면 원정경기에선 31승24패로 승률이 0.564나 된다. 텍사스보다 홈 승수가 적은 팀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20승)와 시애틀 매리너스(22승), 밀워키 브루어스(22승) 등 3팀 밖에 없다. 반면 31차례 원정승은 아메리칸리그 1위이고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시카고 컵스(31승)와 공동 1위다. 정리하면 강팀에 강하고 약팀에 약하며, 또 홈에선 못하고 밖에서 잘하니 이걸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리를 긁적거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제프 배니스터 감독은 "우리는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더 잘하는 것 같다. 그런 상황이 되면 더 좋은 플레이를 한다"는 설명을 내놓으면서 "(당연히) 장점과 단점이 함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 레인저스는 에이스 다르빗슈가 시즌 개막도 하기 전에 토미 존 수술을 받았고 2선발 데릭 홀랜드는 시즌 첫 등판에서 1이닝을 던진 뒤 어깨고장으로 시즌을 접는 등 선발진의 원투펀치가 사실상 전 시즌을 뛰지 못하는 엄청난 핸디캡을 안고 시즌을 꾸려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아직 시즌의 3분의 1 이상이 남아있는 시점에서 플레이오프에 도전할 만한 위치에 놓여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쩌면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될 듯 싶다.

하지만 레인저스는 여기서 만족할 생각이 없다. 존 대니얼스 단장이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선수를 파는 대신 다가서 에이스 해멀스를 영입한 것은 아직 시즌의 희망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레인저스는 7일부터 시애틀과 미네소타로 총 6게임 원정여행에 나선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원정팀이 이번 원정여행에서 상승세를 잃지 않고 돌아올 수 있다면 특급 에이스와 파워 셋업맨이 가세한 '도깨비팀'이 남은 시즌동안 뭔가 일을 낼 것 같다는 느낌이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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