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폴 "나는 내 목소리가 싫다"(인터뷰⑤)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5.12.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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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 /사진=안테나뮤직


루시드폴 "지구 반대편까지 감성 연대 있어"(인터뷰④)에서 계속

-노래를 들을 때 루시드폴의 목소리가 속삭이듯 잘 안 들린다는 얘기도 있다.


▶저는 제 목소리가 싫어요(웃음). 진짜로 너무 싫고, 가수들이 다 그런가. 저는 모르겠는데 뭔가 아쉽고, 저도 운전하면서 제 음악을 들으면 잘 안들리더라고요. 근데 계속 그렇게 불만만 가질 수는 없잖아요. 저는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고, 정말 내가 그나마 제일 잘 소화할 수 있게 쓰자. 곡을 쓰다 보면 컨트롤이 안돼요. 높게도 쓰고요. 가능하면 제가 잘 소화할 수 있는 음역이면 음역, 템포면 템포, 데모 작업을 계속해요. 키도 바꿔보고 템포도 바꿔보고. 제가 목소리가 팍 이렇게 머리에서 나가고 그런게 아니에요. 잘 안돼요.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수 있게 녹음할 때나 마스터링 할 때도 목소리 잘 들리게 해주세요, 얘기를 계속 했어요. 저는 제가 뭐가 장점인지는 잘 모르겠고, 그런 핸디캡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극복하려고 하면 듣는 분들이 좋게 들어주시지 않을까요. 여튼 전작에 비해 이번 앨범이 듣기 편하게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정규 앨범을 고집하는 이유가?

▶저는 딱 도식적으로, 앨범을 고집하는 뮤지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요. 예전처럼 정규 앨범에 8, 9곡 이상을 담아서 내는 뮤지션도 있을 것이고, 그것보다는 싱글을 내려는 이들도 있을 거예요. 그 중간 스타일로 미니앨범을 내려는 뮤지션도 있고요. 각자의 몫인 것 같아요. 각자가 원하는 형식을 취하면 되죠. 저는 싱글 단위로 음악을 발표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요.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요. 제가 이해하는 음반이란 건 곡 단위로 찢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지난 2년 동안의 나라는 뮤지션의 음악적, 인간적인 기록이기 때문에 이걸 쪼개고 싶지는 않아요. 쪼개지지도 않고요. 그래서 이렇게 음반으로 발표한 거죠. 이런 고민 끝에 시장에 대한 다른 뮤지션의 생각, 팬들의 생각 이전에 나는 앨범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철저하게 나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결과물이 나왔어요. 저는 그렇습니다.


-다음 앨범도 이번 '귤 앨범'처럼 특별한 게 있는지.

▶일단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어요(웃음). 사실 계획을 미리 미리 세우는 편인데요. 올해 말에 공연이 있는데 벌써 내년 공연을 생각하고 이런 편이에요. 요즘 내년 공연을 어떻게 의미 있게 색다르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죠(웃음). 다음 앨범에 대한 고민도 조금은 하고 있는데, 아마 좀 이상한 방법이기는 할 거예요. 여전히 음반으로 음악을 발표하고 싶은 사람이라서요. CD라는 매체는 사실 제가 생각해도 메리트가 없어요. 자리만 차지하죠. 그렇다면 팬분들이 앨범을 손에 넣었을 때 어떻게 하면 좋아하실까,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스트리밍이나 모바일이 아니었을 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다음 앨범 내기에 앞서) 그런 고민을 또 많이 하겠죠.

-음악을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나.

▶저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뮤지션이 고민할 거예요. 안테나(소속사)에서는 물론 스트리밍을 원하시겠죠(웃음).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가 내 음악을 전달할 수 있는 게 뭔가.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죠. 저는 다양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싶었어요. 할 수 있는 한 제일 좋은 음질로 녹음하자. 요즘은 다 스트리밍으로 듣는 데 음질이 무슨 상관 있냐고 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봐요.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사운드를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믹싱, 마스터링까지 더 공을 들이자, 그러고 나서 만약 편하게 스트리밍으로 듣고 싶으면 그렇게 듣고 CD로 듣고 싶으면 듣고, 플랙(FLAC), DSD(Direct Stream Digital)로 들으시면 그것도 제공하고요.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고 생각했어요. 녹음, 믹싱, 마스터링에 신경 썼고 그런 만큼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은 전곡이 24bit/96kHz 혹은 32bit/96kHz의 고해상도로 녹음, 믹스됐고 DSD 작업을 활발하게 하는 도쿄 사이데라 스튜디오에서 마스터링을 했다.)

-1집 '미선'(1988)과 비교할 때 지금의 루시드폴 음악은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는지.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게 있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예전 음반을 잘 안 들어요.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해야 하나. 하하하.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저는 진짜 안 들어요. 올여름에 진짜 재밌는 경험을 했어요. 녹음 스튜디오를 보기 위해 도쿄에 갔다 보사노바 음악을 듣기 위해 시부야에 갔는데 제 음악이 나오더라고요, 심지어 제 CD를 팔고 있었어요. 알고 보니 일본에서 제 음악을 파는 분들과 연계된 곳이었어요. 그래서 의도치 않게 제 1, 2, 3집 음악을 듣게 됐죠. 쭉 듣다 보니 아, 내가 별로 안 변한 것도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연주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아직까지 사람들이 루시드폴의 음악을 듣는 것은 그런 변하지 않은 부분 때문이겠구나 생각했죠. 이번에 처음 루시드폴의 음악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아, 옛날에 만든 노래를 들어야겠구나 다짐했죠. 정말 기타 하나에 목소리만으로 예전 노래도 불러보고 요즘 노래도 불러보고, 의미 있는 작업이에요.

인터뷰를 다 마친 루시드폴은 귤을 권했다. "저희 밭에서 따온 것"이라며 "제주도에서 아침에 들고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맛있었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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