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준 "체벌 당연시되고 무뎌지는 현실 무서웠죠"(인터뷰)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6.04.0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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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해준 /사진=이동훈 기자
배우 박해준 /사진=이동훈 기자


배우 박해준(40)은 자신만의 강렬함을 보유하고 있다. 박해준은 tvN 드라마 '미생'에서는 경력직 출신 천과장으로 등장해 냉정한 듯하지만 속으로는 고뇌하는 직장인의 모습을 선보였다. 또한 SBS 드라마 '닥터 이방인'에서는 이종석이 연기한 박훈을 쫓는 북한 군인 차진수로 분해 냉혈한의 모습을 선사했다. 연극 배우 출신 특유의 탄탄한 연기력은 지금의 박해준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박해준은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4등'(감독 정지우)에서도 그 강렬함을 잃지 않는다. 박해준이 '4등'에서 연기한 인물은 한때 한국 수영계를 책임질 재능을 가졌다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실패한 수영 코치 광수다.


'4등'은 비운의 수영 코치와 매번 수영 대회에서 4등만 하는 한 초등학생이 만나 펼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4등'은 한국 학원 스포츠의 현실을 마주하며 갈등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4등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짚어본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모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박해준은 먼저 '4등'에서 광수를 연기한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 박해준은 "캐릭터를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 내면에 있는 악동의 모습을 표현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광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박해준이 바라본 김광수는 이랬다.


"광수라는 인간은 학창 시절에서부터 1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전혀 철 들지 않은 인물이었어요. 그 부분에 있어서는 변함이 없었어요. 분명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본인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죠.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무질서하고,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그만의 기질이 있었고 그로 인해 생긴 과오도 있었고요. 주위에서 광수를 연기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는데 전 오히려 광수의 모습을 떠올리며 명쾌하게, 그리고 단순하게 표현했어요."

배우 박해준 /사진=이동훈 기자
배우 박해준 /사진=이동훈 기자


촬영 현장 역시 광수를 표현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정지우 감독님께서는 항상 촬영을 할 때 연기에 있어서는 배우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시는 편이세요. 감독님께서 정말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죠. 감독님은 때로는 즉흥적이셔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시면 관심을 갖고 촬영에 반영하시고요."

고등학교 때까지 부산에서 살았던 박해준은 특유의 거친 경상도 사투리를 광수에 투영했다. 감정 표현 역시 경상도 사나이만이 가진 느낌을 표현해냈다.

그래서였을까. 광수에게서 박해준의 실제 모습도 어느 정도 담겨 있었다.

"자유분방하고 고민 없이 판단하는 모습은 많이 비슷해요. 제가 품고 있는 욕망을 어느 정도는 광수의 욕망으로 표현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광수처럼 그렇게 철없게 행동할 용기까지는 없었어요."

'4등'은 수영 코치 광수와 수영 천재를 꿈꾸는 준호(유재상 분)의 편할 수만은 없는 만남을 통해 대한민국 학원 스포츠가 갖고 있는 현실을 조명한다. 광수는 준호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혹독하게 훈련시킨다. 하지만 준호는 이를 버거워하고, 광수는 결국 체벌로 준호를 압박한다. 몸에는 점점 시퍼런 멍들이 든다. 준호는 체벌을 마주하며 갈등하지만 체벌보다 4등이 더 두렵다고 말하는 엄마(이항나 분)와 체벌 이후 체벌 그 자체가 본심이 아님을 강조하는 광수를 보며 더욱 혼란스러워한다. '4등'의 핵심 장면이다. 박해준도 '4등' 속 현실을 마주하며 과거 자신의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배우 박해준 /사진=이동훈 기자
배우 박해준 /사진=이동훈 기자


"제 학창 시절에는 체벌이 훨씬 많았고, 정말 흔했어요. 때로는 당연시됐죠. 중요한 것은 선배든 선생님에게든 맞아서 자존심이 상하고 자괴감을 느끼고 있는 제 모습이 어느 순간 제 머리 속에서 잊혀졌다는 것이었어요. 제가 그것을 잊은 채 살고 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만큼 그런 감각에 있어서 무뎌졌다는 뜻이니까요. 그런 분위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현실에 무서움을 느낀 적이 있었고요."

박해준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사랑의 매는 필요하다고도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사랑의 매라는 이름 하에 체벌이 당연시되고 (체벌을 당하는 것에) 무뎌지는 것이 우리 사회에 아직도 존재하고 있지는 않는지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순간 박해준에게 "만약 선생님의 입장이라면 후배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박해준은 "연기는 누군가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떼며 "후배에게 연기에 대해 조언한다고 한다면 아마 '네 마음대로 연기하라'라고 말할 것 같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4등이 갖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4등이요? 일단 제게는 정말 좋은 등수죠.(웃음) 영화에 빗대자면 4등은 우리 모두의 순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에서도 4등을 순위 그 자체로만 표현하려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죠. 감독님도 4등이라는 단어 속 긍정적인 의미를 담아내려 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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