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특집]'부산행'은 어떤 영화? 달려라, 호쾌한 좀비열차①

[빅4특집]'부산행'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7.0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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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산행' 포스터
사진='부산행' 포스터


올 여름 극장가에는 한국영화 빅4가 관객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 100억 원대 제작비가 투입된 다른 색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4편이 어떤 모습으로 관객과 만날지, 스타뉴스가 먼저 짚었다. 첫 주자는 '부산행'이다.

'부산행'(감독 연상호)은 올해 칸국제영화제를 장식한 한국영화 3인방의 마지막 주자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680만 관객,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420만 관객을 넘어서며 약진한 가운데, 오는 20일 한국 관객과 정식으로 만나는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에 대한 기대감은 사뭇 남다르다. 여름시즌 포문을 여는 색다른 한국형 재난영화로 흥행몰이를 꿈꾼다.


영화의 배경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긴급재난경보령이 선포된 한국. 정확한 정보도 없이 우왕좌왕하던 가운데 부산행 KTX는 예정된 시간표에 따라 서울역을 출발한다. 하지만 열차 안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저마다 각기 다른 이유로, 각기 다른 사람들과 기차에 오른 사람들은 치열한 사투를 벌이며 목적지로 향한다. 이들을 덮친 재난이란 살아도 산 게 아닌,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닌 바이러스 감염자들이다.

사진='부산행' 포스터
사진='부산행' 포스터


2009년 1000만 재난영화의 시작을 알린 '해운대'에서 부산을 덮친 쓰나미가 먼저 보였듯 '부산행'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바로 이 '감염자들'이다. 굳이 다 아는 '좀비' 대신 '감염자'라는 단어로 영화를 설명하려 하는 건 총제작비 115억이 들어가는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좀비물'이란 장르에 함몰되길 바라지 않는 마음 때문이다. 가뜩이나 호러영화가 '안 되는 장르'로 분류되는 한국에서 '좀비물'은 마니아들이나 즐기는 하위 장르로 치부되기 일쑤다.


하지만 일찍이 '무서운 이야기-앰뷸런스'를 통해 이 장르를 경험했던 제작사 레드피터의 이동하 대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다. 이야기를 '재난물' 급으로 키우고 드라마를 넣으면 '좀비' 코드로도 충분히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 것이다.

다수 관객의 눈높이도 신경 썼다. 실제로 '부산행'의 감염자들은 할리우드 B무비 속 눈뜨고 보기 힘든 피칠갑 괴물 좀비들과는 거리가 멀다.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거부감을 줄일 수 있도록 좀비의 움직임을 디자인하는 데 시작부터 신경을 썼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메인 스태프보다 먼저 꾸린 게 VFX(특수효과) 팀과 '감염자' 안무가였을 정도다. '곡성'에도 참여했던 박재인 안무가가 이들의 몸동작을 연구했다. 좀비 장르물에 익숙한 영화팬들에게는 속도감이나 특성이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 정도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좀비 천지가 된 서울역을 출발해 경부선을 따라 부산으로 향하는 '부산행' 열차는 호쾌함은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다. '부산행'은 기차의 진행속도와 극의 흐름이 함께 가는 긴박한 리얼 타임 영화이기도 하다. (왜 한국이 좀비 천지가 됐는지를 설명하는 건 뒤이어 다음 달 개봉하는 연상호 감독의 프리퀄 애니 '서울역'의 몫이다.)

사진='부산행' 해외 포스터 이미지
사진='부산행' 해외 포스터 이미지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처음 '부산행'이 공개됐을 당시 야밤의 뤼미에르 극장에는 십수 번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물량에는 비할 바 되지 않겠으나, 확실한 볼거리와 매력을 선보인 덕이다. 제대로 된 무기가 있을 리 없는 열차 속, 맨몸과 맨몸이 맞붙는 격투는 호쾌하고도 신선한 에너지로 졸음을 깨워놨다. 그 밤이 지난 뒤 '부산행'은 칸영화제의 '핫 무비'에 올라섰다. 브래드 피트의 '월드 워Z'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더한 듯하다는 평도 나왔다. 세계 156개국에 영화가 팔린 건 뤼미에르의 관객뿐 아니라 마켓 또한 '부산행'의 상업성을 높이 평가했다는 방증이다.

영화의 또 다른 포인트는 강한 드라마다. 영화의 주인공인 공유는 딸과 함께 기차에 오른 아버지다. 시시각각 생명을 위협당하는 가운데 인간의 밑바닥이 드러나는 아수라장 속에서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서사의 핵심이다. 이뿐인가. 영화에는 아내를 구하려는 남편, 친구를 구하려는 10대, 언니 때문에 가슴을 치는 동생 등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이 절절하게 녹아 있다.

연상호 감독 / 사진=스타뉴스
연상호 감독 / 사진=스타뉴스


독립 애니메이션 계의 스타 연상호 감독은 첫 실사영화이자 첫 대작영화를 만들며 상업영화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충분히 드러내 보인다. 두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에서 흙 부스러기를 입에 넣고 씹는 듯 거칠고 황폐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렸던 연상호 감독의 전작을 생각하면 '배신' 수준의 탈바꿈이다. 오죽하면 '부산행'을 접한 외신이 이전의 연상호 감독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착한 사람'이 나온다고 놀라움을 표했을까.

이동하 대표는 "멋진 화면을 만드는 건 다른 감독도 할 수 있지만, 드라마를 놓치지 않고 힘있게 몰고가는 건 연상호 감독밖에 못할 거라 생각했다"며 감독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드러냈다. 일찌감치 연상호 감독의 가능성을 눈여겨 본 투자배급사 NEW의 지지 또한 신선한 여름영화 탄생에 큰 힘이 됐다.

공유와 김수안/ 사진='부산행' 스틸컷
공유와 김수안/ 사진='부산행' 스틸컷


공유, 정유미, 마동석, 최우식, 안소희, 김수안, 김의성 등 배우들의 면면은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마블리' 마동석의 액션은 칸에서부터 '저 배우가 누구냐'는 화제를 모았을 만큼 인상적이다. 따져보면 '부산행'은 배우의 영화보다 감독의 영화에 가까운 작품이다. 그럼에도 이들 믿음직한 배우들이 기꺼이 동참한 건 '내가 잘 보이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영화'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특히 공유는 앞서 여러 배우가 줄줄이 고사했던 시나리오를 받아들며 "내가 주인공이라고 돋보이지 않아도 되니 영화를 보고 먹먹한 마음으로 일어날 수 있는 장르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제작진에게 큰 힘을 실어줬다는 후문이다.

이래저래 수많은 사연이 녹은 '부산행' 좀비열차가 출발 시동을 걸었다. 이제 곧 그 면면이 한국의 관객들에게 공개된다. 호쾌한 여름 극장가의 스타트가 이들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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