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를 찾아서', 잊을수없는 청량한 가족무비

[리뷰]'도리를 찾아서'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7.0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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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리를 찾아서' 스틸컷
사진='도리를 찾아서' 스틸컷


2003년 나온 '니모를 찾아서'는 아들 니모를 홀로 키운 아빠 흰동가리 말린의 눈물겨운 모험 이야기다. 아내와 알들을 모두 잃고 하나 남은 자식을 애지중지 돌봤지만, 아빠의 과보호가 불만인 니모는 반항심에 절벽 너머로 헤엄쳐 나갔다가 그만 잠수부에게 붙잡힌다. 아들을 찾아나선 말린은 고운 산호초 해변과 심해저를 넘나들며 천신만고 끝에 니모와 상봉한다. 개성만점 물고기 캐릭터, 아름답고 환상적인 바다 비주얼, 찡한 가족애가 함께한 '니모를 찾아서'는 전세계에서 9억 달러 가까운 수입을 올리며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나 찾아온 '도리를 찾아서'는 그 후속편이자 스핀오프. 말린이 아들찾기 소동 중 만났던 건망증 블루탱피쉬 도리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고민 말고 그저 "계속 헤엄쳐"라 힘을 주던 사랑스러운 낙천주의자다. 바닷 속 시간은 '니모를 찾아서' 이후 1년이 지난 상태. 말린-니모 부자와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도리는 불현듯 어린시절 헤어진 엄마아빠를 떠올리고 무작정 길을 떠난다. 말린과 니모도 함께지만, 이번엔 신상 캐릭터가 도리와 짝을 이뤘다. 바다 대신 수족관을 꿈꾸는 다리 일곱개 짜리 문어 행크다.


대개 속편은 더 깊숙한 뭔가를 고민하기 마련이지만, 돌아온 '도리를 찾아서'는 긍정의 기운으로 넘치는 주인공 도리를 닮았다. 단순하고 씩씩하다. 변함없는 어린이 눈높이를 유지하면서 잊었던 자신을 찾아 계속 헤엄쳐간다. 올해 나온 디즈니의 히트 가족영화와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저 아름답지만은 않은 세상을 사려깊게 그려냈던 '주토피아'나 위험천만한 정글의 음습한 기운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정글북'과 비교하면 한결 단순하고 밝다. '주토피아'가 어려웠거나 '정글북'이 무서웠던 아이들도 행복하게 즐길 수준이다.

사진='도리를 찾아서' 스틸컷
사진='도리를 찾아서' 스틸컷


먼저 개봉한 북미에선 이미 초대박을 냈지만 '도리를 찾아서'를 두고 1편을 뛰어넘는 수작이라 칭송하긴 주저하게 된다. 그러나 그 명성에 누가 되지 않는 후속임은 분명하다. 1편을 본 이들이라면 여전히 정겨운 도리와 말린, 니모의 모습이 흐뭇할 것이다. 어느 하나 모난 데 없는 새 친구들도 사랑스럽다. 심퉁맞은 표정의 '츤데레' 문어는 수륙양용 재주꾼으로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호기심 많은 꼬마들을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한 점도 옛 기억을 불러온다. 무엇보다 진일보한 기술로 그려낸 푸른 바다 속 풍경은 13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다. 깊이 따라 색을 달리하는 섬세한 물빛, 햇살의 청량함에 머리 속이 다 시원해진다. 물론 1편을 몰라도 2편을 즐기는 덴 무리가 없다.


6일 개봉. 러닝타임 93분. 전체관람가.

p.s. 픽사 애니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인 단편 애니 '파이퍼' 얘길 안 할 수가 없다. 바닷가 둥지를 떠나 스스로 먹이를 찾아나서야 하는 아기새 이야기다. 실사가 아닐까 싶을 만큼 섬세한 묘사도 압권이지만, 대사도 없이 잠깐 나오는 얘가 이렇게 깜찍하면 우리 도리는 어쩌나 싶을 만큼 치명적 매력을 뽐낸다. 의미심장한 엔딩송 '언포게터블'(Unforgettable)과 함께하는 마지막 영상도 놓칠 수 없다. 지각 말고 서두르지 말고 챙겨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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