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엘 디아블로, 캡틴 부메랑, 킬러 크록, 할리퀸, 데드샷, 릭 플래그, 카티나 / 사진='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
마블의 히어로가 어벤져스를 결성해 세를 불려 나가고, DC의 히어로들이 저스티스 리그 창설을 예고하는 사이 만들어진 또 다른 연합팀이 있다. '악당으로 세상을 구하라'는 특명을 띤 DC의 희망 '수어사이드 스쿼드(Suicide Squad)'다. 직역하자면 자살 특공대. 따져보면 악당 어젠져스. DC의 슈퍼악당으로 구성된 비밀 연합팀이다. 할리우드에 도래한 슈퍼히어로의 시대를 맞아 만들어진 색다른 히어로물인 셈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역시 단순히 때려 부수는 액션물보다는 '말이 되는 고민'을 거듭해 시리즈를 이어가려는 요즘 히어로물의 대세를 따른다. 어쩌면 DC의 이전 히어로물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과도 맞닿은 질문이다. 인간의 힘으로 당해낼 수 없는 적이 나타났을 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이들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인가. 슈퍼맨이 지구의 적으로 돌아선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하나.
가운데가 아만다 월러 국장 / 사진='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
답 없는 논의 중에 아이디어가 나온다. 최강의 악당으로 구성된 비밀 특공대를 만들자는 것. 피도 눈물도 없는 지휘관 아만다 월러(비올라 데이비스) 국장이 이끄는 미국 비밀 정부기관 A.R.G.U.S는 이에 슈퍼빌런으로 구성된 '수어사이드 스쿼드'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아만다 윌러의 지휘 아래 사형 혹은 종신형 등 어마어마한 형량을 살아야되는 악당들이 사면 및 감형을 조건으로 위험한 임무를 받아들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팀에 투입된 개성만점 악당들은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재미다. 한국 팬들에게는 대개 이번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통해 알려지지만 이미 DC 코믹스를 통해 알려진, 꽤 이름값 있는 악당들이다.
사진='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
선두에 있는 이는 '데드샷' 플로이드 로튼. 마피아의 청부 살인업자로 활동하는 세계 제일의 명사수다. 코믹스에선 파란 눈에 금발을 지닌 백인 용병이었으나 영화에선 배우 윌 스미스가 '데드샷'을 맡아 색다르게 변주했다. 그가 명중시키지 못한 단 하나의 타깃이 배트맨으로 알려지면서 배트맨과의 악연이 시리즈와 어떤 연결고리가 될 지 관심을 모으는 인물이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핫한 캐릭터는 마고 로비가 맡은 '할리퀸'이다. 본명이 할린 프랜시스 퀸젤인 할리퀸은 아캄 정신병원에서 근무하는 재능있는 의사였으나 죄수 조커에게 매혹된 뒤 인생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인물이다. 1992년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한, DC코믹스 상에서도 독특한 탄생기를 지닌 캐릭터지만 귀엽고도 퇴폐적인 매력을 십분 발휘하며 단숨에 인기 캐릭터에 올라섰다.
특히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마고 로비가 연기한 '할리퀸'의 이미지가 팬들 사이에 어마어마한 반향을 일으키면서 영화 개봉도 하기 전부터 올해 여름영화의 섹시 아이콘이 되다시피 했다. 걸크러쉬 여성 캐릭터의 끝판왕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최근 공개된 '수어사이드 스쿼드' 예고편이 할리퀸이 혼자 존댓말을 쓴다는 설정을 가미해 집중포화를 맞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성 캐릭터는 상대 남성들에게 존댓말을 쓴다는 고정관념, 상대를 '오빠'라고 부르는 아양 섞인 어법을 별 생각 없이 '할리퀸'에 적용했다가 팬들의 반발을 부른 셈이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측은 부랴부랴 자막을 고쳐 예고편을 다시 배포하는 촌극을 빚었다.
사진='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
제이 코트니가 연기한 '캡틴 부메랑'은 거칠고 성격 급한 인정사정 없는 사기꾼이다. 방화와 전기충전이 되는 업그레이드된 부메랑을 사용하며 전투력을 높였다. 또 '엘 디아블로'는 마음대로 불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자다. 문신으로 뒤덮인 모습 탓에 '대악마'라 불리는 악당이지만 알고 보면 온화한 평화주의자라는 게 반전이다. 제이 헤르난데즈가 연기한다.
몸이 초록색 비늘로 덮인 킬러 크록은 과거 악어 레슬러로 활동했던 괴력의 소유자다. 심지어 식인 습성까지 있는 헉 소리나는 악당으로 아데웰 아킨누오예 이바제가 연기한다. 끊어지지 않는 밧줄을 무기로 높은 곳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는 암살자 '슬립낫'도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합류했다.
사진='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
정신 나간 나쁜 놈들만 데리고 일을 할 수 없으니 멀쩡한 사람도 하나 쯤은 있어야 한다. 그 고행의 길에 나선 이가 공군대령 출신의 리더 릭 플래그다. 조엘 킨나만이 맡은 릭 플래그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이끄는 한편 통제와 감시를 수행한다. 그 경호원이었던 냉혹한 일본 킬러 '카타나' 또한 자연스럽게 팀에 함께한다. 죽은 자의 영혼을 흡수하는 검 소울테이커를 쓰는 검술의 달인이다.
조커 역 자레드 레토 / 사진='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
그에 대적하는 악당은 DC 히어로들의 영원한 최강 빌런이자 배트맨의 맞수 조커다. 배우 자레드 레토가 조커 역을 맡았다. 이미 명성이 자자한 캐릭터인데다 '배트맨' 시리즈의 잭 니콜슨이 멋지게 연기했고, 심지어 이전 '다크 나이트' 시리즈에서 고 히스 레저가 역대급 조커 캐릭터를 선보인 터라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괴한 초록색 머리에 붉은 립스틱, 새하얀 피부톤을 지닌 자레드 레토의 조커는 비웃음을 자아낼 만큼 충격적인 첫 이미지로 각종 패러디를 양산했을 정도. 정신나간 악당들과 대적할 진짜 정신 나간 미친 캐릭터가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을 지, 개봉이 가까워올수록 궁금증이 더해가고 있다.
사진='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
나름 착한 사람들을 표방하는 '어벤져스' 히어로들도 갈등과 싸움을 거듭하는 처지에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개성만점 악당들이 어디로 튈 지 도무지 예상할 수 없다는 게 또 하나의 포인트다.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시종 어두운 분위기 속에 유머와 위트를 가미해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과는 차별화를 꾀했다. DC 측이 '배트맨 대 슈퍼맨'에 쏟아진 혹평 때문에 유머를 추가하는 재촬영까지 감행했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다. 루머라는 해명이 이어졌지만 자존심을 구긴 DC가 얼마나 칼을 갈았는지 짐작케 하는 에피소드다. 벤 애플렉이 '배트맨 대 슈퍼맨'에 이어 '배트맨' 브루스 웨인으로 등장할 것으로 알려져 자연스럽게 DC 확장 유니버스와의 연결고리를 마련할 전망이라니 그 후속 또한 기대된다.
8월 4일 개봉하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뜨거운 올 여름을 더욱 뜨겁게 만들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 아니 슈퍼빌런 블록버스터가 될 게 틀림없다. 마고 로비의 할리 퀸을, 자레드 레토의 조커를 두 눈으로 확인할 날이 가까워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