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이택근. |
전날 역전패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듯 했다. 이대로 경기가 넘어갔다면 LG전 징크스가 생길 지경이었다. 하지만 베테랑 이택근이 해결사로 나서며 악몽의 사슬을 박살냈다.
넥센 히어로즈는 2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시즌 11번째 맞대결서 7-3으로 승리했다. 3-1로 앞선 8회초 필승조 김상수가 충격적인 동점 2점 홈런을 맞는 등 아찔한 상황에 몰렸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고 8회말에 반격했다. LG 내야진도 빈틈을 보였고 이택근이 거기에 결정적인 비수를 꽂았다.
2010년 이후 LG와의 상대전적에서 단 한 번도 밀린 적이 없었던 넥센은 올 시즌 4승 6패로 고전 중이었다. 특히 6패는 모조리 역전패였다. 19일 경기에서도 5-3으로 앞서던 6회초에 필승조가 와르르 무너졌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20일 경기를 앞두고 "올해 LG만 만나면 경기가 꼬인다. 필승조들이 죄다 패전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이날은 선발투수 박주현의 호투 속에 무난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박주현이 6이닝 동안 1실점으로 LG 타선을 봉쇄했고 넥센은 만족스러운 점수는 아니었으나 김민성의 솔로 홈런을 포함해 3점을 뽑아 앞서갔다. 7회에는 오재영을 투입해 1이닝을 지웠다.
2점 차 앞선 상황에서 2이닝을 남겨놨다. 김상수가 8회, 김세현이 9회를 막으면 경기는 계산대로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어김없이 8회에 대형사고가 터졌다. 김상수는 선두타자 손주인을 2루수 뜬공으로 잘 잡았지만 이병규(7)를 볼넷으로 내보냈고 4번 타자 히메네스를 상대했다. 2볼로 볼 카운트가 불리해졌다. 3구째 포크볼을 바깥 쪽으로 떨어뜨렸는데 히메네스가 기가 막히게 걷어 올려 좌측 담장을 넘겼다. 7이닝 동안 지켜온 리드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지난 6번의 LG전 역전패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너지지 않았다. 8회말 1사 1, 2루에서 나온 LG 유격수 오지환의 실책을 놓치지 않았다. 채태인의 병살타성 타구가 수비 실책으로 연결 돼 1사 만루가 됐다. 이택근 타석에 LG는 셋업맨 신승현을 투입했다. 이택근은 노련하게 초구부터 방망이를 자신 있게 휘둘렀다.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 넥센은 박동원의 2루 땅볼과 서건창의 내야안타를 엮어 2점을 추가해 7-3으로 확실히 달아났다.
이택근은 이날 8번 타자 겸 좌익수로 나섰다. 경기에 앞서 염경엽 감독은 "방망이 중심으로 라인업을 짰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상위타순에서 활약했던 이택근이 이날은 8번에서 3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 1득점으로 팀의 승리에 앞장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