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목 "'터널' 속 조 기자, 기자들이 보기엔 심한가요?"②

[心스틸러]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6.09.0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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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목 /사진=임성균 기자


지난 달 10일 개봉한 그의 출연작 '터널'은 올해 600만 관객을 훌쩍 넘겨 장기 흥행 중이다. '터널'은 무너진 터널에 갇힌 한 남자 정수(하정우)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재난 영화다. 단연 '1인 재난극 장인' 하정우의 존재감이 돋보이지만, 터널 밖 구조작업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군상을 담은 명 조연들의 몫도 컸다. 공교롭게도 유승목은 '터널'에서도 기자 역을 소화했다.

생명경시 풍조를 비판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의도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인물 중 하나. '터널' 속 조 기자는 직업 정신이 투철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얄미운 캐릭터다. 구조 현장에 막무가내로 중계차를 투입하고, 휴대전화 배터리가 생명 줄인 정수와 통화를 시도하는 등 단독보도에 혈안이 된 모습에 관객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조 기자를 연기한 유승목의 기분은 어땠을까. 영화를 본 기자에게 도리어 질문을 던졌다.


"기자님들이 보기에 심한가요? 별로 심한 것은 없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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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에서 취재에 혈안이 된 조 기자를 연기한 유승목


"음..조 기자는 인간적인 모습은 별로 없고 단지 일을 잘하고 특종을 잘 따내는 사람이죠. 자기 일을 열심히 하지만 얄밉게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천연덕스럽게 주변 사람은 생각 안 하고 내 일만 챙기는 사람으로요. 직업 정신이야 투철하죠. 그런데 그게 정말 기자의 정신인지는 모르겠어요."


처음엔 시나리오를 받고 고민이 컸다고 했다. '살인의 추억' 이후 다시 기자를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긴박한 재난 상황 속에서 민폐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쉽지 않았을 터. 그럼에도 출연을 결정한 것은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살인의 추억'에서 끝내주게 연기를 잘한 것은 아니지만 만약에 '터널'에서 잘못하면 안 한 것만 못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다행히 감독님이 편집을 잘 해주셔서 잘 나온 것 같아요. 생각보다 제 분량이 많더라고요. 하하. 역할 자체가 풍성해 보이더군요. 감독님이 잘 살려주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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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유승목 /사진제공=화이브라더스


유승목은 연기 활동 외에 취미로 낚시를 즐기곤 했다. 하지만 당분간 접기로 했다. 그는 "요즘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주셔서 낚시 안 해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고 웃었다. 소속사 화이브라더스와 인연을 맺은 이래 그는 어느 때보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다. 지난해 방송한 SBS '용팔이', MBC '화정, OCN '처용2' 등 다수의 드라마에 내년 개봉을 앞둔 영화 '판도라'까지 연이은 촬영 강행군으로 피로할 법도 했다.

"늘 갈증이 있었어요.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인데, 하고 싶은데, 왜 일이 이렇게 없지' 고민하곤 했죠. 열심히 일해서 쓰러져 보고도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작년엔 여러모로 정말 행복했어요. 화이브라더스 식구들에게도 너무 감사하고요."

그는 잠시 스케줄이 없는 틈을 타 클래식 기타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등록했다. 그는 "어렸을 때 형 친구가 '아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연주하는데 끝내주더라"며 "딱히 장기가 없는데 노래는 잘 못해서 대신 기타나 쳐볼까 생각한다"고 흐뭇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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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목 /사진=임성균 기자


그래도 취미는 취미일 뿐이다. 유승목은 꿋꿋이 한 우울만 파고 싶다고 했다. 그의 꿈은 지금도, 앞으로도 오로지 배우다. 그는 "마지막까지 사람들에게 잘한다고 인정받는 배우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것은 생각해본 적 없어요. 나를 봐주는 관객이 있는 한 에너지가 계속 나오는 것 같아요."

그가 생각하는 배우의 '진짜' 매력은 뭘까. 연기에 대한 열망은 강렬했지만, 잠시 기자의 질문에 답을 고민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문자로 보내왔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인물에 푹~빠져서 잘~해냈을 때 끝내주는 쾌감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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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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