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수 / 사진='가려진 시간' 스틸컷 |
베일을 벗은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은 사실 정확히 말해 강동원의 영화라기보다 신은수의 영화다. 영화는 화노도라는 섬에서 벌어진 의문의 어린이 실종사건 이후 며칠 만에 어른이 되어 나타난 소년 성민과 유일하게 그를 믿어 준 소녀 수린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줄곧 소녀 수린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어머니를 잃고서 서먹한 새 아빠와 함께 섬에 이사 온 외로운 소녀 수린을 연기한 이가 바로 2002년생 신예 신은수다.
세상이 싫어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살아가는 수린은 조숙하면서도 아이다운 순수함을 지닌 초등학교 6학년. 신은수는 장편 극영화의 전반을 이끄는, 신인으로서 쉽지 않은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나이 다운 앳된 얼굴로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소녀의 외로움부터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 그리고 홀로 친구를 믿게 되기까지를 섬세하게 그려보인다. 이야기가 가득 담긴 듯 담담하면서도 풍부한 표정이 특히 매력적이다.
신은수 / 사진=김휘선 인턴기자 |
신은수는 300대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영화의 주역이자 강동원의 최연소 파트너로 발탁돼 관심을 모았다. 현재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신은수는 연예기획사 JYP소속. 소속사 관계자는 "재능있는 친구들이 어려서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지 않나. 신은수 역시 연습생 생활을 하며 연기자의 꿈을 키웠고, 가능성을 인정받아 이번에 처음 작품에 출연했다"고 설명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가려진 시간' 이전에는 오디션 조차 한 번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여러 10대 연기자들을 만나보며 수린과 어울리는 배우를 찾던 엄태화 감독은 신은수를 보고 "얼굴에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오디션 당시 전날 수련회를 다녀왔다며 졸음이 가득한 모습으로 나타난 모습도 도리어 감독의 관심을 끌었다. 엄태화 감독은 "오디션이라고 해서 자신을 꾸미려 하지 않았다"면서 "그 모습이 대범하고도 신선해 보였다. 중요한 영화를 끌어갈 여배우의 덕목이 아닌가 했다"고 설명했다.
캐스팅 단계에서 사진으로 먼저 신은수의 모습을 접한 강동원 또한 영화와 캐릭터에 잘 어울린다고 평했다는 후문. 강동원은 "눈이 너무 좋았다. 이 영화에선 눈이 중요하다. 클로즈업을 찍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신은수 / 사진='가려진 시간' 스틸컷 |
두 남자의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신은수는 많은 분량과 함께 극단적인 클로즈업까지도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며 영화의 매력을 더했다. 처음 영화 촬영에 나섰고 100명 가까운 스태프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음에도 당시 전혀 주눅들거나 떠는 기색 없이 연기를 펼쳤다. "연기할 때는 나이가 많고 적고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강동원 또한 신은수에 대해 "어리지만 프로답게 자기 일을 열심히 한다"고 평했다.
최근 들어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 '아가씨'의 김태리 등 강렬한 여성 신예들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올해엔 '곡성'의 김환희, '부산행'의 김수안 등 소녀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가려진 시간'의 신은수 또한 그 대열에 포함시키기 부족함 없는 샛별임이 분명하다.
신은수 / 사진='가려진 시간' 스틸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