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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김의성, '판도라' 이경영 / 사진=영화 스틸컷 |
영화 속 악역은 주인공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마블 히어로 무비에서도 주인공이 누구인가만큼 빌런(악당)이 누구인가가 주목 받기도 합니다. 우리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첫 천만영화인 '부산행'(감독 연상호)에서는 사람의 이기적인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악역을 맡은 김의성이 활약을 펼쳤습니다.
극중 대기업 임원인 김의성은 타인에 대한 이해나 배려 없이 100%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그는 좀비 떼가 득실거리는 기차역에 생존자들을 두고 가자고 주장하는가 하면, 다른 칸에 있는 생존자들이 감염됐을지도 모른다며 함께 있기를 거부하며 일행을 위기에 빠트렸습니다. 악역 김의성은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고 짓밟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살리며 '부산행' 좀비 열차의 1000만 질주에 힘을 보탰습니다.
'부산행'의 좀비 열차에 김의성이 있었다면, '판도라' 원전사고의 한 가운데에는 이경영이 있습니다.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초대형 재난 블록버스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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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판도라' 스틸컷 |
이경영은 영화 속에서 국가 콘트롤 타워의 '비선실세' 총리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경영은 초유의 재난 상황을 지휘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역할을 맡은 김명민과 끊임없이 대립하며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경영은 위험한 상황을 숨기고, 중요한 상황에서 절차와 자신의 위치만 따지며 관객이 울화통을 터뜨리게 만듭니다.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뒤에서 계략을 세우는 그의 모습은 대통령의 무능함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듭니다.
'부산행'속 김의성의 대기업 임원과 '판도라'의 총리 이경영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영화 속 갈등을 일으키고 관객의 감정을 솟구치게 만듭니다. 물론 이렇게 두 사람의 악역이 크게 주목 받는 것은 무엇보다 두 배우의 연기력입니다.
특히 '판도라' 속 이경영은, 현 시국과 맞물려 뒤에서 정권을 휘두르는 총리 역할을 연기하며 관객의 공감을 얻습니다. 악역을 맛깔나게 해낸 김의성, 그리고 잘나가는 영화에서 빠지지 않고 만나볼 수 있는 배우인 이경영은 자신의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영화에 힘을 더하는 한국 영화계의 기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