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김과장' |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은 가벼운 드라마다.
과거와 현재를 따라다니느라 골치 아플 필요도 없고, 좁은 섬에서 누가 범인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냥 깔깔깔 웃다 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소재 자체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직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보니 익숙하고 친근하다. 상사에 의한 '갈굼', 부하 직원들의 '뒷담화' 등 '공감 코드'가 여럿 있다.
결론도 쉽게 예측 가능하다. 아마도 주인공인 김과장 김성룡(남궁민 분)이 '악의 무리'를 물리치고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지 않을까. 교훈은 정의구현, 권선징악, 개과천선 정도?
그런데 이 드라마 꼭 가볍지 만은 않다. 웃음 속에 울림이 있다. 지난 2일 방송까지 4회분이 방송됐는데, 이날 방송에서만도 '문고리 3인방'을 풍자한 '도어락 3인방'부터 "아버지가 회장이면 다냐"는 재벌가 자식들 비판 등 피식 웃게 만드는 장치들이 여럿 등장했다.
김성룡이 10억원을 '삥땅'쳐서 가고 싶은 곳이 덴마크라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정유라를 만나러 가려는 것은 아닐 터).
핵심은 김과장이다. 김과장은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하다 해고 당하고 여러 직장을 전전한 부친을 미워한다. 어머니를 고생시키고, 김과장 스스로도 그런 아버지 때문에 어렵게 성장했기 때문. 그는 가장 악랄한 기업 비리인 분식회계 전문가가 돼 오로지 '삥땅'을 인생의 거국적 목표로 삼는다.
TQ그룹은 그런 김과장이 경력직원 면접에서 눈물 콧물 흘리며 "제발 붙게 해달라"고 면접관 앞에서 무릎까지 꿇고 거짓 사연을 줄줄 나열한, 새로운 '삥땅'의 터전.
하지만 이는 중국에서 투자 받기 위해 TQ그룹 재무제표 조작을 하려는 전직 검사 서율(준호 분)의 계획 중 일부에 불과했고, 김과장은 험난한 회사 생활을 하게 된다. 결국 김과장은 해고 당하는 일이 살길 일라는 것을 깨닫고 회장 아들을 때리는 등 의도적 기행에 나선다.
김과장, 그러나 쉽지 않다. 빙판길에 미끄러지며 의도치 않게 의문사한 이과장의 아내를 살리는 등 하는 일마다 선행으로 귀결된다. 비양심적으로 살고 싶은 김과장이지만 어느새 그토록 닮기 싫었던 자신의 부친을 닮아가고 있는 것. 김과장은 2일 방송 말미에도 이과장의 아내가 경비원들에게 끌려가자 잠시 갈등하다 주먹을 날렸다.
아마도 '김과장'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게 아닐까. '양심껏 살아라'.
이 양심 없는 사회에 김과장이 날리는 '삥땅 펀치'가 그래서 어쩌면 더 통쾌한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