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재영 / 사진=스타뉴스 |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소재로 삼아 관심을 모았던 영화 '재심'이 베일을 벗었습니다. 지난 2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서입니다. 영화를 이끄는 변호사 준영 역의 정우, 억울한 목격자 현우 역의 강하늘 투톱으로 먼저 알려졌습니다만, 시사회가 끝나고 열린 간담회에는 3명의 배우가 더 참석했습니다. 살인 누명을 쓴 아들을 지켜보며 시력까지 잃은 어머니 순임 역의 김해숙, 속물 변호사 준영 곁을 지키던 동료 변호사 창환 역의 이동휘, 그리고 강압수사로 현우를 살인범으로 만든 폭력형사 철기 역의 한재영입니다.
한재영, 한재영이라, 이름만 들으면 고개를 갸웃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얼굴을 보시면 언젠가 스크린에서 본 적이 있다 여기실 겁니다. 무대에서 먼저 경험을 쌓은 그는 우람한 체구, 거친 이미지 덕에 깡패 역할을 많이 맡았습니다. '강남 1970'에선 의리파 행동대장이었고, '사냥'에는 안성기를 쫓는 엽사 무리로 출연했습니다. 지난해 970만 관객을 모은 '검사외전'에선 양아치 건설회사 사장으로 분해 강동원을 흠씬 두들겨 패기도 했지요.
이번 '재심'에선 형사범죄를 수사하며 미리 각본을 짜 두고 피의자를 고문, 협박하는 악덕 형사가 됐습니다.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이번 작품에서, 그는 10대인 목격자 현우를 살인범으로 몰아 결국 10년간 감옥에 보낸 장본인입니다. 험악한 인상으로 먼저 분위기를 잡고는 무지막지한 폭행으로 거짓 자백을 받아내고야 맙니다. 이 과정에서 말 그대로 '찰진 폭행 연기'가 보는 이들을 기막히게 했습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재심' 언론시사 및 간담회에 참석한 김태윤 감독, 강하늘, 김해숙, 정우, 이동휘, 한재영 / 사진=스타뉴스 |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연히 한재영에게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그는 "제 성격과 다른 연기를 해야 해서 부담스럽고 많이 괴로웠다"고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폭행 장면을 앞두고서는 본인도 부담이 커 강하늘에게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었답니다.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는 강하늘에게 다시 한 번 '그래도 되냐'고 물었을 정도고요.
한재영은 "그래도 제대로 해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제대로 했다"면서 "서로 믿음이 있어야 다치지 않는데, 강하늘과 저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찰진 소리가 나온 것 같다"고 털어놨습니다. '사과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에 한재영은 결국 공식적인 자리를 빌려 강하늘에게 정식으로 사과까지 해 현장에 더 폭소가 터졌습니다. 그는 "촬영장에서도 강하늘에게 사과를 많이 했는데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하겠다. 강하늘 씨, 죄송합니다"라며 꾸벅 고개를 숙였습니다.
무서운 아저씨의 능청스런 면모에 심각했던 기자간담회에도 웃음이 감돌았습니다. 물론 마음을 내려놨다 '재심'을 보면 다시 그분의 험악한 악인연기에 더 긴장하실 수 있으니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영화는 오는 15일 개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