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청아/사진=김창현 기자 |
배우 이청아(33)가 영화 '해빙'(감독 이수연)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특유의 청순하고 새침, 발랄한 이미지가 매력적인 그녀는 일찌감치 '변신'을 예고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청아가 출연한 '해빙'은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맞닥뜨린 한 남자를 둘러싼 심리스릴러다. 조진웅, 신구, 김대명 등이 출연하며 오는 1일 개봉했다.
영화에서 이청아는 내시경 전문 내과의사 승훈(조진웅 분)이 근무하는 병원 간호조무사 미연 역을 맡았다. 그녀는 승훈에게 잘 보이려 하면서도 무언가 감추려 하는 인물이다. 미제 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했던 경기도 한 도시의 토박이다.
미연 역의 이청아는 '해빙'에서 그간 이미지를 확실히 벗었다. 과도한 노출이나 잔혹한 캐릭터로 파격 변신한 것은 아니다. 영화나 캐릭터 자체가 그런 장르는 아니니까. 하지만 한눈에 봐도 그녀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이청아 또한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한다.
"사실 악역이에요. 지난해 '뱀파이어 탐정' 제작발표회 때 제가 생애 첫 악역이라고 했는데, 아니에요. '해빙'이 처음이었어요. 촬영 시기가 영화가 먼저였거든요. 미연 역을 하면서 연기의 틀, 연기의 톤을 정해 놓지 않았어요. 정말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죠."
이청아는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도 연기지만 연기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고 자연스럽게 했다"는 말을 했다. 그녀가 말하는 자연스러움이란, 보여주는 연기가 아니었다. 기교를 부리지 않으려 했고, 덕분에 지인들에게 예전과는 다르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서 오디션도 봤었고, 캐스팅이 된 후에도 시나리오를 많이 읽었죠. 이후 촬영 전이나 촬영을 할 때 감독님과 캐릭터를 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에서는 감독님이 저를 미연에게 대입시켜 생각해 보라고 하셨죠. 미연이 승훈에게 가지는 관심이 이성적인 것인지, 호감인 것인지도 말이죠. 그게 도움이 됐어요. 그렇게 캐릭터를 이해하게 됐고요. 또 이번에 '이렇게 해야겠어'라고 딱 정해놓고 연기한 것은 없었어요. 때로는 현장 분위기에 따라, 선배님들의 연기에 따라 흘러가기도 했었어요."
배우 이청아/사진=김창현 기자 |
이청아는 '해빙'을 통해 자신의 연기 변신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했다. 마치 꼭 받고 싶었던 선물을 받은 것 마냥, 신명 난 아이 같기도 했다. 또 미연 외에 많은 캐릭터를 하면서 연기하는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연극배우 이승철이다.
"아버지가 연극배우세요. 어릴 때 기억나는 게 있는데, 아버지가 새 연극을 하게 되시면 꼭 밤에 대본을 읽으셨어요. 아버지가 쓰시는 작은 상이 있었는데, 거기에 소주 한 병을 올려놓고 대본을 계속 읽으셨어요. 새벽에 가끔 깨서 봤는데, 무서웠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 모습이 이해가 돼요. 대본 읽으실 때 소리도 안 내시다가 맡은 배역이 딱 떠오르시면 그 때 걷는 것부터 시작하셨어요. 그렇게 캐릭터를 잡으셨던 거예요. 어릴 때부터 저는 그 모습을 봤으니, 오히려 배웠어야 하는 과정을 넘게 된 거죠. 저도 얼마 전에 연극을 하게 됐는데, 아버지가 공연 준비를 어떻게 하셨는지 알게 됐어요. 진짜 피나는 노력이 있는 줄 몰랐어요."
이청아는 배종옥과 지난 2월 5일 막을 내린 연극 '꽃의 비밀'로 드라마, 영화 외에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섰다. 연극에 도전했던 그녀는 무대에 오르기 전 반복해서 대사를 읊고 또 읊었다고 했다. 그러면 똑같은 대사라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었다면서, 덕분에 연기에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배우로 폭넓은 연기를 할 수 있음을 알린 것이다.
배우 이청아/사진=김창현 기자 |
자신의 연기뿐만 아니라 상대 배우와 호흡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고 했다. 특히 '해빙'에서 조진웅과 함께 호흡하면서 또 하나 배운 게 있다고 했다.
"제가 생각한 시나리오보다 더 극적으로 표현하시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선배님한테 느낀 게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대비해서 (연기) 연습을 더 해놓는 것을 습관처럼 해둬야 하는 것이었어요. 많이 준비하면 뺄 수 있지만 덜 준비하면 채울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이제 연기를 할 때 100이면 120을 준비하려고 해요."
이청아는 '해빙'이 그저 재미있는 영화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단순히 무서움을 자극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시나리오 읽었을 때, 무서운 영화는 아니었어요. 눅진거리고, 끈끈한 느낌이었죠. 언론시사회 때 영화를 봤는데,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끈끈한 느낌은 기본적으로 있어요. 그리고 더 차가워졌더라고요. 예고편도 봤었는데 놀라웠어요 '우리 영화가 이렇게 스펙터클 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생각했던 것에 비하면 블록버스터가 된 느낌이었요."
그녀는 관객들이 두 번 이상 관람하게 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심리스릴러의 묘미를 충분히 살렸단다.
"상상력을 극대화한 영화예요. 무서운 장면, 너무 끔찍하고 잔혹한 장면은 사실 없어요. 그런데 무서운 영화예요. 아마 스릴러 마니아들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
어릴 적 꿈도 수시로 바뀌고, 어떤 일에도 끈기가 없었다는 이청아. 하지만 연기만큼은 질리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해빙'을 통해 그동안의 이미지를 벗어나는 만큼, 배우로 사는 그녀의 다음 캐릭터는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 본다.
배우 이청아/사진=김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