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서프라이즈' 방송화면 캡처 |
예고되어 있던 각본을 엎고 진행된 알리와 이노키의 대결 비하인드 스토리가 밝혀졌다.
12일 방송된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는 복싱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와 일본 프로레슬링의 전설 안토니오 이노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1976년 일본에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세기의 대결이 시작됐다. 대결의 주인공은 세계적인 복싱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와 일본 프로레슬링의 전설 안토니오 이노키.
사람들은 복싱선수와 프로레슬링 선수의 대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이노키는 다른 선수들과의 불화로 레슬링 협회에서 퇴출된 상태였다. 이노키는 알리와의 경쟁을 이용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요량으로 대결상대를 자처했고, 두 사람의 대결이 성사되자 프로레슬링과 권투가 맞붙는 세기의 대결이라며 시청자의 기대감을 이끌었다.
당시 경기에 걸린 파이트 머니는 18억엔(한화 가치로 300억원)에 달했고, 경기 티켓은 30만엔(한화가치로 500만원)이었다. 경기장면은 34개국에 동시 생중계하기로 하는 등 세기의 빅매치란 평가를 받았다.
두 사람의 경기는 놀랍게도 짜인 각본대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알리가 이노키에게 가짜 타격을 가하면 이노키는 피를 흘리는 척하고, 이 모습을 본 알리가 경기 중지를 요청하면 뒤에서 이노키가 반격해 경기를 끝맺는 각본이었다. 알리는 마지막 외칠 말까지 준비해 둔 상태였다고 한다.
드디어 1만 4000여명의 관객들과 함께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가 시작됐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되자 두 사람은 각본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노키는 링에 등을 댄 채 누워있을 뿐이었고, 알리는 이노키 주위를 빙빙 돌기만 했다.
각본대로 진행되지 않은 경기에 숨은 비화가 드러났다. 경기 며칠 전, 이노키는 알리에게 "실제 싸움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노키는 뒤에서 반격하는 자신의 이미지가 팬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걱정했고, 실제 싸움을 하기로 결심했다.
알리는 이노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 선수의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서로에게 지기 싫어 유리한 포지션만을 고집했다. 제대로 된 기술을 주고받지 못한 채 경기는 맥없이 무승부로 끝이 났다. 관객들은 세기의 졸전이란 비난을 쏟아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후 두 선수 중 한 명이 누워있고 다른 한 명은 서 있는 자세를 '이노키 알리 포지션'이라 불리게 됐다.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권투와 프로레슬링의 대결 이후 서로 다른 무술을 수련한 사람이 하는 이종격투기가 인기스포츠로 남게 됐다. 이후 알리는 이노키의 은퇴식에 참석하기도 했고, 알리가 사망하자 이노키는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한다.